‘골목식당’, 정릉 편에 주목되는 출연자들의 캐릭터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하는 빌런 없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번에 새롭게 찾아간 서울 성북구 정릉 아리랑 시장 골목은 어딘지 기존 방식과는 사뭇 달라진 이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느끼게 했다. 늘 해왔던 빌런의 탄생과 개과천선의 과정이 아니라, 등장한 출연자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거기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이번에 정릉편에 등장한 가게는 자매가 운영하는 전집과 모자가 운영하는 함박스테이크집 그리고 12번의 폐업을 겪고 재기를 노리는 조림 백반집이다. 벌써 인물 구성에서부터 색다른 스토리가 묻어난다. 먼저 자매가 운영하는 전집은 이들의 상반된 캐릭터에 주목하게 된다. 주방을 맡고 있는 언니는 남다른 포스에 숨기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이지만,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동생은 엉뚱하게도 손님이 없어 카메라맨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묻고 이야기를 하려는 인물이었다.



언니가 굉장히 진지한 성격이라면, 동생은 뭐든 지나치게 낙천적으로 받아들이는 성격이다. 그래서 백종원이 한 바탕 전집의 문제들을 지목하고 간 후에도 언니는 심각하게 주방을 청소하고 있었지만 동생은 카메라맨과 이야기를 나누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결국 백종원이 나서서 “소꼽장난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도 했다. 언니의 변신과 동생의 엉뚱발랄함이 이 가게를 통해 보여줄 스토리로 기대된다.

모자가 운영하는 함박스테이크집은 그 어머니가 과거 연극배우였다는 사실과 아들 역시 뮤지컬을 공부하다 포기하고 장사를 하게 됐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었다.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어머니의 말처럼 아들의 요리에 대해 백종원은 혼자 연구해 이 정도면 굉장히 잘 한 것이라고 하며 조금만 업그레이드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연극배우와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모자가 함께 가게를 하게 된 남다른 사연이 이 집에 전해줄 새로운 스토리다.



12번의 폐업을 하고 13번째 가게를 연 조림 백반집은 사기를 당하거나 상권이 좋지 않거나, 가족이 그리워서 등등 다양한 폐업의 이유를 들었지만 실상 문제는 귀가 얇고 끈기가 없었다는 데 있었다. 백종원은 음식 맛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사장님은 음식 솜씨가 있었고, 대신 주방의 위생상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 집의 이야기가 특이한 건, 보통 음식 솜씨와 주방관리는 비례한다 생각하던 틀을 깨고 있다는 것이고, 또 식당 운영은 음식만이 아니라 사업적 수완도 필요하다는 걸 담아내고 있어서다. 백종원이 어떤 솔루션으로 음식 맛 좋고 가성비도 높은 이 집을 13번째로 드디어 성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이다.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시청자들이 주목하게 만들었던 건 그 많던 ‘빌런들’ 덕분이었다. 도무지 저런 사람이 어떻게 식당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분이 생겨나고, 거기에 백종원이 나서 그 기본자세부터 고쳐나가며 가게도 사람도 살아나는 그 과정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강력한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이 패턴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도 피로를 느끼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일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조금 다른 스토리텔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것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이런 시도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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