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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보다 휠베이스 긴 GV80, 그래서 더 넉넉하다고?
기사입력 :[ 2019-10-25 09:46 ]


차의 구조와 휠베이스의 역할, 그리고 그에 따른 실내 공간 차이

[전승용의 팩트체크] ‘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는 자동차의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요즘은 실내 공간을 뽑아내는 기술이 워낙 발전해 옛날 차와 휠베이스가 같더라도 공간의 넉넉함은 차원이 다릅니다. 고작 10~20mm 차이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그 10~20mm를 다루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쥐어짭니다.

최근 다음자동차에 휠베이스와 관련된 기사가 올라와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팰리세이드보다 긴 휠베이스, 제네시스 GV80이 온다’란 기사였는데요. 대략 GV80의 차체 길이는 4945mm로 팰리세이드(4980mm)보다 짧지만, 휠베이스가 55mm 더 길어 넉넉하고 쾌적한 실내 공간을 연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별생각 없이 쭉 읽고 댓글을 확인했습니다. 의외의 반응에 깜짝 놀랐습니다. 예상과 달리 기자의 무지를 나무라는 게 베스트 댓글이었기 때문이죠. 뭐, 저는 이 기자가 휠베이스의 개념에 대해 모르고 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독자 여러분들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오해를 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휠베이스와 실내 공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살짝 알아보려고 합니다.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베스트 댓글의 내용은 대부분 맞는 말입니다. 같은 구조(차의 형태, 엔진 배치, 구동 방식 등)의 차라면 당연히 휠베이스가 긴 차의 실내 공간이 더 넉넉합니다. 그러나 차의 구조가 다르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댓글 쓴 분이 오해한 것처럼 이 기자가 ‘GV80의 휠베이스가 팰리세이드보다 길어서 실내 공간도 더 넉넉하다’는 의도로 기사를 썼다면, 그것은 잘못된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GV80의 길이는 팰리세이드보다 짧은데 휠베이스는 더 길다고 합니다. 이는 GV80이 오버행(범퍼 끝에서 차축까지의 거리)을 극단적으로 줄였다는 것이죠. 긴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넣어야 하는 GV80의 특성상 보닛이 엄청나게 길어질 겁니다. 오버행이 짧고 보닛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실내 공간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후륜구동 기반의 모델이다 보니 2~3열 시트 포지션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SUV여서 머리 공간에 큰 부족함은 없겠지만, GV80의 전고(1715mm)가 팰리세이드(1750mm)보다 낮다고 하니 더 넉넉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뭐, 전폭은 1975mm로 같으니 어깨 공간이나 엉덩이 공간은 비슷할 수도 있겠네요.



혹시 제네시스 G80과 현대차 쏘나타의 뒷좌석을 모두 타보신 분 있을까요? 뭔가 조금 이상하지 않으셨나요? G80이 길이도 길고 휠베이스도 더 넓은데 뭔가 쏘나타의 뒷좌석이 더 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나요?

이상할 것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뭐, 다른 변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G80은 후륜구동이고 쏘나타는 전륜구동이어서 쏘나타의 공간이 제원에 비해 더 넉넉합니다. 신기할 정도로요.

비슷한 시기에 나온 LF 쏘나타와 G80을 비교해보죠. LF 쏘나타의 휠베이스는 2805mm로 G80(3010mm)보다 무려 205mm나 더 짧습니다. 그런데 무릎 공간은 LF 쏘나타가 더 넉넉합니다. 1열은 1155mm로 5mm 작지만, 2열은 905mm로 16mm 더 깁니다.

올해 초 나온 DN8 쏘나타와도 비교해보겠습니다. LF보다 휠베이스가 35mm 길어졌는데요. G80보다 1열 무릎 공간은 1170mm로 10mm 길어졌고, 2열은 5mm 짧아졌습니다. 이를 통해 2가지 변화를 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늘어난 휠베이스가 모두 무릎 공간에 사용되지는 않았다는 것, 두 번째는 쏘나타가 2열보다 1열에 더 신경 쓰는 차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SUV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세단 이야기가 나와 당황하셨다고요? 그렇다면 SUV도 비교해보겠습니다. 국산 후륜구동 모델을 찾기 어려워 2008년 나온 모하비에 맞춰 2009년 출시된 쏘렌토(XM)의 제원을 찾아봤습니다.

당시 쏘렌토의 휠베이스는 2700mm로, 모하비(2895mm)보다 195mm 짧았습니다. 그런데 1열 무릎 공간 차이는 겨우 11mm에 불과했습니다. 2열은 955mm로 오히려 5mm 더 길었습니다. 그나마 3열이 40mm 짧은데, 이는 휠베이스가 아니라 전장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4년 풀체인지 된 쏘렌토(UM)와도 비교해보죠. 이번 쏘렌토의 휠베이스는 2780mm. 모하비와의 격차는 115mm로 줄었네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1열 무릎 공간은 1048mm로 이전과 비슷한 차이가 났는데, 2열은 50mm나 더 길어져 버렸습니다. 예전에 없던 2열 슬라이딩 기능 때문이 아닐까 의심도 해봤는데, 그냥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확실한 패밀리 SUV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2열 공간을 더 넉넉하게 확보한 듯합니다. 3열의 격차도 30mm로 줄어들었고요.



글을 쓰다 보니 ‘뭐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집요하게 끄집어내 글을 썼나’란 자괴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이 쓸데없는(?) 글이 ‘차의 구조와 휠베이스의 역할, 그리고 그에 따른 실내 공간 차이’를 느끼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가 나오면 휠베이스의 개념은 또 한 번 바뀌게 될테니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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