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과 편견 벗겨내는 ‘동백꽃’, 임상춘 작가식 로맨스의 진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2 수목극 <동백꽃이 필 무렵>이 만발했다. 월화극을 없애고, 드라마 제작편수를 줄이며 다이어트 중인 지상파가 쏘아올린 간만의 역전 홈런이다. 그간 대작이라 불리는 드라마, 화제작들이 지상파 편성을 외면하는 이 험준한 시기에 6%로 시작해 꾸준한 입소문을 더해 16.9%까지 치솟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생활밀착형 치정 로맨스라는 소개 하에 공효진의 수수한 스타일과 “저 일단 동백씨 무조건 지켜요”라는 돌직구와 순정을 가진 캐릭터를 최대한 촌스럽게 그려낸 강하늘과 충청도 어느 가상의 시골 마을 배경까지 흔한 코믹 로코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향미(손담비)의 말처럼 ‘도찐개찐’들의 피장파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공효진)이 옹산이란 가상의 시골 도시에서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열면서 시작된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가 술집을 한다니 남자 손님들은 물론 동네 주부 커뮤니티에서 선입견 가득한 시선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 촌스럽지만 지고지순한 남자가 있다. 옹산에서 나고 자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여러 차례 범인을 검거하며 경찰이 된 황용식(강하늘)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동백을 보고 첫눈에 반한 뒤, 그녀의 과거와 상관없이 후진 없는 대시를 한다. 효자로 소문난 동네의 싹싹한 청년이지만 박복한 동백을 바라보는 주변의 선입견어린 시선과 쏟아지는 차별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황용식의 끈질긴 구애와 촌스러운 남성미에 동백이 마음을 열고 사귀게 되는 멜로가 주요 스토리다.

그런데 단순 로맨스물이 아니라 치정극이라 명명한 이유가 있었다. 대사나 상황, 캐릭터 등 코믹한 정서를 기반으로 곳곳에서 위트가 발하지만 그 근간은 꽤나 현실적이고 축축하다. 동백을 버리고 떠났던 치매에 걸린 엄마(이정은)가 중간에 돌아와 함께 살면서 “내가 너 위해서 뭐든 딱 하나. 딱 하나는 해주고 갈게”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긴다. 또,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중인 첫사랑이자 아이 아빠인 강종렬(김지석)의 가족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일일극이나 주말극에서나 보던 치정이 펼쳐진다. 여기에 1회부터 깔아놓은 복선인 연쇄살인마 ‘까불이’에 관한 이야기가 본격 전개되면서 여러 정황과 단서들을 추리를 해나가는 스릴러가 훅 들어와 달달한 로맨스와 함께 긴장감을 유지한다.



일반적인 수목극보다 두 배 이상 긴 40부작의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것은 로맨스의 달콤함과 가상의 도시에서 비릿하게 풍겨지는 현실감과 극의 긴장감과 반전의 흐름을 만드는 연쇄살인마를 둘러싼 추적과 미스터리까지 삼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미혼모 이야기, 꽃뱀 이야기, 취재윤리 훼손과 언론탄압 사이의 주장, 육아예능과 SNS 쇼윈도 부부 등등의 무척 현실감 높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소재들이 줄을 잇는데, 청춘 세대를 단순히 낭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아낸 전작 <쌈, 마이웨이>에서 보여준 임성춘 작가 스타일의 로맨스답다고 할 수 있다. 여기다 스릴러까지 더해졌으니 진일보한 셈이다.

특히 이 드라마가 특이하고 신선한 점은 선입견과 편견을 이야기가 전개되는 진행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동네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입견을 벗겨내는 구성과 서스펜스는 맞닿아 있고, 뒤늦은 깨달음은 달달하고 발랄하다가 가슴 먹먹하고 머리는 복잡하게 만든다. 그 대표적 사례가 극의 전환점을 돈 23회와 24회의 주인공으로 인생연기를 보여준 손담비가 연기한 향미다. 까멜리아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알바인데 이 드라마처럼 선입견과 역주행이 뭔지 보여준 인물이다. 도대체 토요일 밤의 손담비가 왜 저기서 저런 단역을 맡았는지 의아했던 시청자들은 점점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면서 향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선입견에서 피어난 향미 캐릭터는 까진 손톱에 뿌리염색을 하지 않는 디테일함부터 시작해 손담비가 아니었으면 상상이 가지 않는 인생 다 살은 듯한 무표정한 멍한 얼굴과 느릿한 어조, 예쁜 얼굴 아래로 드러나는 열등감과 애정결핍 사이에 비집고 앉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런 그가 터트린 눈물 연기에다 물망초의 꽃말까지 더해진 결말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기존의 선입견을 하나씩 벗기고 다시금 바라보게 하면서 이야기의 힘을 더욱 응축시켰기에 감정선은 폭발했다.

이처럼 <동백꽃 필무렵>은 캐릭터, 에피소드, 서스펜스 모든 측면에서 선입견과 편견으로 보는 세상과 그것을 벗겨내고 만난 세상의 차이를 달콤하고 또 한편으로 섬뜩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이제 절반을 넘은 <동백꽃 필 무렵>이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 벗겨낼 선입견과 편견은 또 무엇일지, 눈물 웃음 감동이 모두 다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임상춘 작가식 로맨스의 결말이 무엇일지, 무척 기다려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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