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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라’ 이성계·이방원 대결 흔드는 양세종의 짜릿한 도발
기사입력 :[ 2019-10-26 15:35 ]


‘나의 나라’, 역사에 나의 욕망을 투영하자 달라진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물론 우리는 이미 이 역사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갈 것인가를 알고 있다. 결국 이성계(김영철)는 이방원(장혁)이 자행하는 형제의 난을 통해 권력의 뒤편으로 물러날 것이고, 이방원은 그 무수히 흘린 피의 대가로서 왕좌에 앉게 된다.

이 역사가 기록한 이성계와 이방원의 대결과 파국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극적이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과, 정몽주를 죽여 그 피 묻은 손으로 조선 건국에 일조한 이방원이 결국 형제들을 모두 죽이고 왕좌에 앉는 과정이 어찌 극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다 알고 있는 역사이고 무수히 사극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새로울 건 없을 게다.



<나의 나라>가 그럼에도 흥미로워진 건, 이 역사를 저마다의 인물들의 욕망을 투영시켜 새롭게 바라본다는 점 때문이다. 제목이 ‘나의 나라’인 건, 결국 저마다 다른 자신들만의 나라를 욕망하는 인물들을 뜻하는 대목이다. 조선의 기틀을 잡기 위해 왕과 신하의 균형 잡힌 나라를 꿈꾸는 이성계는 정도전을 통해 조선의 시스템을 정비하게 하는 한편, 시시각각 자신을 위협해오는 세력들을 견제한다. 남전(안내상)을 이용해 아들이지만 가장 위협적인 이방원을 견제하려 한다. 이성계에게 ‘나의 나라’는 지켜야 하는 자리의 의미가 크다. 이미 왕좌에 앉은 이가 가질 수밖에 없는 욕망이다.

이성계에 의해 대결하게 되는 남전과 이방원은 조선을 생각하는 두 관점의 대결을 보여준다. 남전은 ‘신하의 나라’로 조선을 만들려 하고, 이방원은 ‘왕의 나라’로 조선을 세우려 한다.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 두 사람이 욕망하는 나라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나의 나라>는 이미 역사에 담긴 역사적 인물들 간의 욕망에서 멈추지 않는다. 서휘(양세종), 남선호(우도환), 한희재(김설현), 서연(조이현) 같은 당대에 살았을 법한 가상의 인물들이 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갖게 되는 저마다의 나라에 대한 욕망을 끼워 넣는다.



이성계의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려는 욕망과 이를 대리하는 남전이 이방원과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은 그래서 서휘에게는 하나의 기회로 작용한다. 그 욕망을 이용해 서로를 도발하고 반목하게 하며 대립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서휘는 얻으려 한다. 목숨을 걸고 이방원의 곁이 된 서휘는 이성계와 이방원이 함께 있는 국궁장에 남전의 비밀이 담긴 ‘경신년 11월 23일’이 적힌 쪽지를 담아 화살을 날린다. 이성계와 남전만이 알고 있는 그 날의 비밀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걸 경고하며 남전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

11월 23일에 이성계를 살해하려는 계획이 있었고 거기에는 남전도 가담했었다. 하지만 그 모의가 실패로 돌아갈 것을 안 남전이 배신하고 이성계를 살린 것처럼 위장했던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남전의 가문은 멸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서휘라는 인물이 그저 피 흘리고 당하기만 하는 힘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남전이 서휘의 누이동생을 볼모로 잡고 마음대로 서휘를 휘두르려 했지만, 서휘 역시 만만찮은 수 싸움을 시작했다.



<나의 나라>가 흥미진진해진 건 바로 이런 서휘라는 당대의 보통 서민이랄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이 조선 건국 초기의 그 역사적 흐름을 어쩌면 뒤에서 좌지우지했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시선이 들어 있어서다. 역사적 인물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욕망(저마다 나의 나라라 부르는)을 이용하고 부추기고 도발하는 서휘라는 인물이 어쩌면 역사의 변수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휘가 꿈꾸는 나라는 저들이 말하는 권력과 야망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누이동생과 차별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그런 나라다. 하지만 그걸 얻기 위해서는 피 흘리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나의 나라>는 그래서 서휘나 남선호 같은 가상의 민초들이 어쩌면 그 거대한 역사를 만들어낸 진짜 인물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한두 사람의 권력자들이 가진 야망의 성공과 실패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민초들의 무수한 개입이 만들어낸 것이 역사라는 것. <나의 나라>가 주는 짜릿함과 팽팽한 긴장감은 사실상 조선 건국 초기의 역사의 판을 이성계나 이방원만이 아닌 서휘라는 이름 모를 한 민초가 짜고 있다고 말하는 지점에서 나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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