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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들이 유독 신경 쓰는 모터사이클 최고 속도 전쟁
기사입력 :[ 2019-10-27 09:37 ]
더 빠르게, 더 빠르게...세상에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은?

[최홍준의 모토톡] 고속과 저속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다. 거의 모든 공공 도로에는 제한 속도가 있다. 이 제한 속도는 안전을 위해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탈 것들이 이 제한 속도만큼만 달리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속도에 대한 욕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도 같다. 지금은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의 최고속도를 논했지만 과거에는 말을 타거나 직접 인간의 두 발로 달리며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걷고 달리면서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고 싶어 했다. 그것이 어떤 특정한 탈 것으로 옮겨와서 과연 이것으로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지만 최고속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공도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록이나 증명을 위해서 지금도 꾸준히 최고속도에 대한 탐구와 경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은 무엇일까. 속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은 모터사이클이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바퀴가 두 개니까 모터사이클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지 차라리 로켓에다가 바퀴를 달았다는 편이 맞을 수도 있다. 이렇게 속도에 대한 집착은 모터사이클을 로켓으로 만들어버리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시속 605km/h를 기록한 탑 1 ACK 어택이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로 기록되어 있다. 스즈키 하야부사의 4기통 엔진 2개에 터보차저를 물려 1000마력이 넘는 엔진을 만들어냈다.

볼리비아의 유우니 소금 사막에서 세워진 이 기록은 매년 경신돼 시속 640km를 넘겨버렸다. 이곳에서는 매년 월드 랜드스피드 챌린지가 열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상에서 가장 빠른 탈 것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최근 양산형 모터사이클은 최고속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시속 200km를 넘기는 것이 양산형 모터사이클들의 지상과제였다. 1980년대에는 무난히 200km가 넘어갔지만 300km는 그야말로 꿈같은 영역. 그러나 이마저도 곧 허물어졌다. 1990년 가와사키가 만든 ZZR1100이 테스트 트랙에서 오버 300km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이 모델을 양산한다. 계기반에 300km/h까지 표시된 이 모터사이클은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300이상의 숫자는 곧 계기반에서 지워진다. 이 속도를 내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도전을 했고 위험에 빠지게 되자 메이커에서 숫자를 지워 판매한 것이다.



가와사키가 양산 최고속 모터사이클을 만들어내자 혼다는 1996년 CBR1100XX 블랙버드를 발표한다. 역시 오버 300km가 가능한 모터사이클이었고 스즈키마저도 GSX-1300R 하야부사를 선보이며 이 최고속 전쟁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최고속의 의미가 대부분 퇴색됐다. 극한의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보다는 평상시에 즐길 수 있는 토크와 가속감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일본 내 장기 경기침체가 지속되던 상황이라 브랜드들도 더 이상 속도 경쟁에 쏟아 부을 예산이 없었다. 최고속도보다는 서서히 연비와 내구성 그리고 효율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 스즈키 하야부사를 제외하고는 계기반에 300km가 넘게 표시된 바이크는 없었다. 스즈키는 초고속투어러로 하야부사를 꾸준히 생산했고 가와사키가 다시 ZZR1400을 만들어내며 양산형 최고속 자리를 탈환한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최고속에 대한 도전과 기록이 계속되고 있다. 양산형 모터사이클을 개조해 시속 400km를 넘겼다는 소식도 어렵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개조 없이, 일반사람들이 구매한 상태 그대로 최고속을 기록할 수 있는 바이크는 현재 가와사키 H2R이다.

2016년 터키의 오스만 카지 다리에서 가와사키 H2R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한지 단 26초만에 시속 400km/h를 돌파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가와사키만 유일하게 시속 400km를 낼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만들고 있다. 20년 전에 그 뜨거운 속도 경쟁에 뛰어들던 스즈키와 혼다는 저만큼 떨어져서 보다 대중적인 탈 것을 만들고 있다.



가와사키가 이런 비현실적인 도전을 계속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모기업 가와사키 중공업의 레저사업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가와사키는 모터사이클을 유틸리티나 커뮤터로 만들지 않는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이동수단으로의 개념보다는 레저 수단으로 모터사이클을 접근하고 있다. 때문에 연비나 실용성 같은 것보다는 뛰어난 퍼포먼스와 달리는 재미에 더 치중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런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당분간 가와사키 H2R보다 빠른 양산형 모터사이클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환경규제와 안전기준 강화를 만족시키면서까지 최고속 타이틀을 가지고 싶어 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어쩌면 가와사키는 과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 나가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다른 브랜드들이 도전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최홍준 칼럼니스트 : 모터사이클 전문지 <모터바이크>, <스쿠터앤스타일>에서 수석기자를 지내는 등 14년간 라디오 방송, 라이딩 교육,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더 모토> 편집장으로 있지만 여전히 바이크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주 가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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