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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PD도 ‘동백꽃’ 작가도 출발점은 여기였다
기사입력 :[ 2019-10-27 13:09 ]


‘KBS 드라마스페셜’, 묵직한 질문 던지는 단막극들이 돌아왔다
보편적인 질문과 파격적인 소재, 단막극의 존재 이유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단막극은 젊은 감각을 지닌 드라마 인재들을 발굴하는 창구다. KBS <태양의 후예>와 tvN <60일, 지정생존자>를 연출한 유종선 PD도, KBS <쌈, 마이웨이>와 <동백꽃 필 무렵>을 집필한 임상춘 작가도 출발은 KBS <드라마 스페셜>이었다. 단막극은 미니시리즈나 장편드라마가 던지기 어려운 질문도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무대다. 레즈비언들의 삶에 대해 다룬 <비밀의 화원>이나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은 모두 KBS <드라마 스페셜>을 통해 세상으로 나왔다. 상업성보다는 완성도와 실험성을 중시하고, 안정적인 만듦새보다는 새로움과 파격을 선택하는 단막극은 드라마라는 장르 전체의 젊음과 건강함을 담보해주는 최초의 시원이자 마지막 보루다.

지상파 유일의 단막극 시리즈로 명맥을 잇고 있는 KBS <드라마 스페셜>이 올해도 돌아왔다. 상반기 적자만 600억원대에 이르는 터라, KBS가 만들수록 적자인 단막극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많은 이들이 걱정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탄탄한 완성도와 묵직한 질문들로 돌아온 <드라마 스페셜>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의미에서, [TV삼분지계]가 지금껏 방영된 작품들 중 세편을 골라 리뷰했다.

김선영 평론가는 집에 대한 현대인의 고민을 담은 첫 번째 주자 <집우집주>에, 이승한 평론가는 2018년 KBS TV드라마 단막극 극본공모 최우수상 수상작인 <그렇게 살다>에 응원을 보냈다. 정석희 평론가는 소외아동과 비수술 트랜스젠더 사이의 우정을 다룬 <웬 아이가 보았네>가 단막극이라 가능했던 소재를 시도한 것은 좋았으나, 타협적인 결말은 옳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집우집주> – 기초공사가 잘 된 집을 만나다

단막극은 흔히 드라마의 기초체력을 쌓는 과정과 같다고 말한다. 기초설계가 잘 된 튼튼한 이야기는 실험성과 함께 단막극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 할 수 있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19>의 첫 주자라는 상징적인 자리를 차지한 <집우집주>는 말하자면 드라마의 기본기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형식적인 실험이나 참신한 소재는 없지만, ‘주거’라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고민을 담은 주제의식을, 단단하게 뿌리내릴 ‘내 집’을 찾는 인물의 갈등과 성장의 과정 안에 차곡차곡 견고하게 쌓아 올린다.



주인공 조수아(이주영)는 결혼을 앞둔 30대의 건축디자이너다. 낡고 누추한 본가에 대한 콤플렉스를 숨기고 사는 수아는 “결혼이란 이름으로 펼쳐질 새로운 챕터, 새로운 집”에 대한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신혼집을 찾는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고, 설상가상으로 남자친구 유찬(김진엽)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본가를 방문하면서 충격을 받는다. 억눌러왔던 콤플렉스가 폭발한 수아는 급기야 자신마저 속이는 연극을 준비하게 된다.

이상적인 집을 향한 수아의 집착은 어리석은 실수로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를 이해하고 싶어진다. 그것이 단지 비뚤어진 욕망이 아니라, “어느 동네, 어떤 집에서 사는지가 곧 신분”이 되는 요즘 세상의 그늘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아가 “집이라는 건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교훈을 깨달아가는 차분한 전개 속에서, 이 작품 역시 드라마는 인간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장르라는 기본적 진리를 새삼 환기시킨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 <웬 아이가 보았네> – 단막극이라 가능한 소재, 그래서 더 아쉬운 타협

KBS2 <드라마 스페셜-웬 아이가 보았네>. 동자(김수인)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는 외딴 빈집에서 듣는 라디오 소리다. 라디오가 엄마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들려주기 때문이었다. 제 한 몸 간수키도 버거운 주정뱅이 시아버지에게 어린 딸을 떠맡기고 홀연히 떠난 엄마(진경)는 감감 무소식이고 20만원씩 부쳐오던 생활비조차 몇 달째 끊긴 상태다. 동네 아이들이 엄마 없는 아이라며, 냄새 나는 ‘똥깐’이며 놀려대는 장면에서 KBS2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공효진)과 향미(손담비)의 측은했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됐다. 하기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로 시작되는 놀림은 동백이 아들 필구(김강훈)도 늘 받지 않나.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왜 그리 잔인한지 원. 동자는 그보다 엄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어렵다.



어느 날 외딴집에 ‘순희’가 되기를 꿈꾸는 순호(태항호)가 이사를 오고 순호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동자는 세 가지 소원을 말한다. 첫 번째 소원 ‘이 집 나랑 같이 써’로 인해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지만 동네 사람들의 의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짧은 행복은 끝이 난다. 고마워해야 마땅할 이장(임형준)의 관심이 괜한 오지랖으로 다가오는 희한한 상황이다. 동자의 두 번째 소원 ‘엄마를 찾아 달라’와 엄마를 동요대회에 오게 해달라는 세 번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순호는 여자가 되고자 모아온 수술비까지 동자 엄마에게 건넨다.



순호 덕에 빚을 갚은 동자 엄마가 돌아와 그토록 바라던 모녀 상봉이 이루어지지만 도무지 아름답지 않았다. 미용실에서 아빠는 아니나 부모님은 맞는다고 답했던 동자. 동자 엄마에게 “나도 우리 동자 엄마예요.”라고 답했던 순호, 동자에게 엄마를 찾아주고 그 대신 라디오를 들고 떠난 순호. 이 마무리 옳지 않다. 단막극이어서 시도 가능했던 소재지만 중반을 넘어서며 어쩔 수 없는 타협, 그리고 빤한 전개와 결말이 아쉽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그렇게 살다> – 범죄스릴러보다 더 무서운 삶

최성억(정동환)은 일평생 청렴하고 성실한 형사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당장의 생활고 앞에서 ‘청백리상’ 같은 건 의미가 없다. 퇴직금은 일찌감치 아들의 사업자금으로 날렸고, 그에게 남은 건 갚아야 할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자신의 간병이 필요한 치매 중기 환자인 아내 태숙(이칸희)다. 나갈 돈은 많은데 돈 들어올 구석은 적은 상황,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에게 오랜만에 빌딩 경비원으로 취업할 기회가 생겼는데, 딱 봐도 오늘내일 해 보이는 전임자 병모(김기천)는 자신에게도 죽는 날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며 물러나 달라고 말한다. 인간답게, 바르게 산다는 것이 절대빈곤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장르적으로 범죄스릴러의 형식을 취했지만, <그렇게 살다>의 설정은 사실 너무도 흔한 이야기다. 청년실업이나 결식아동처럼 미래세대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에 나서지만, 노인빈곤의 문제는 공론의 장에서 자주 자취를 감춘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라는 냉혹한 인식 위에 젊은이들만큼 노동생산력을 기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경제적인 요인이 더해지며 외면당하는 노인빈곤과 고령화의 문제를 <그렇게 살다>는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물론 <그렇게 살다>가 장점만으로 가득한 작품은 아니다. 젠더적인 면에서 <그렇게 살다>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는데, 노인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실제로 노인노동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성노인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배제된 것이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노동자들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과 불친절을 표현하면서 그들을 죄다 여성으로 배치한 것, 성억과 병모를 모두 병든 아내를 돌보느라 일을 쉴 수 없는 인물로 그리면서 여성을 남성이 책임져야 할 짐처럼 활용한 것은 크게 아쉬운 지점이다.

그런 단점에도 <그렇게 살다>는 외면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남는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묵직함과 장르적 완성도,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 때문에라도 그렇다. 김기천과 이칸희 같은 중견배우들의 호연과,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주석태의 열연도 뜨겁지만, <그렇게 살다>에서 단연 빛나는 건 성억 역할의 정동환이다. 걸음걸이 하나, 눈빛 한 자락에도 피로와 참담함을 담아내는 정동환의 연기는 <그렇게 살다>의 알파와 오메가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영상·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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