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이승기의 화려한 액션에 담긴 절실함의 실체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의 액션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한다. 콘테이너 박스에 총알이 난사되는 장면이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차량 추격전이 그렇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어 다니는 맨 몸 액션이 그렇다. 그 액션의 중심에 서 있는 건 역시 차달건(이승기)이다. 이승기는 이 온 몸을 던지는 역할에 전혀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배가본드>가 보여주려는 건 단지 화려한 액션만이 아니다. 그 액션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왜 저들이 저토록 절실하게 온 몸을 던지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게다. 부패한 국정원 요원들과 그 위에 국정원장, 국방위원장, 민정수석, 국무총리 심지어 대통령까지 연루된 거대한 게이트 속에서 민항기 테러라는 초유의 사태의 진실은 가려지고 묻혀진다.

거대한 권력의 힘은 언론은 물론이고 검경까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니 진실은 가려진다. 진실을 말하려는 이들에게는 탈탈 털어서 나오는 먼지 하나까지도 끄집어내 협박하고 회유하는 저들이다. 그것조차 먹히지 않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차달건이 보여주는 놀라운 액션에 시선을 뺏겼지만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가 왜 그토록 위험한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는가를 잠시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는 유족이다. 조카가 비행기 테러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그것이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았고 그래서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그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죽을 수도 있는 그 위험한 길로 뛰어든다. 모로코까지 날아가 진상을 밝힐 유일한 증인인 저들과 결탁했던 사고 비행기 조종사를 체포하고, 그들이 돌아오는 걸 원치 않는 이들이 쏘아대는 총알 속을 뚫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법정까지 가는 길에 이제 경찰들까지 총을 들고 그들을 막는다. 심지어 저격수까지 기용된다.

차달건이 유족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건 법정 앞에서 더 이상 나갈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그 순간에 유족들이 온 몸을 던져 그 길을 뚫어주는 장면 때문이다. 그들은 총을 들고 위협하는 이들에게 달려들고, 추격하는 차를 자신의 차로 들이받으며 저격범의 총격으로부터 증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로 세운다. 그들이 얼마나 진상규명을 절실히 원하는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총알 앞에서도 몸을 던지고 있으니. 되돌아보면 차달건이 지금껏 해온 액션의 실체는 바로 저들 유족들의 절실함이었다.



<배가본드>는 그래서 수백 명의 무고한 이들이 죽게 된 사건과 그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진실을 가리려는 세력의 이야기다. 그러니 이 구도만 보면 이 드라마는 액션 장르라기보다는 사회극에 가깝다. 그것도 우리가 최근까지 겪고 있는 현실 문제들을 환기시키는 사회극.

지금도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족들이 여전하다. 현대사 속에서 희생된 너무나 많은 안타까운 죽음들이 진실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배가본드>는 액션 장르에 바로 이런 안타까운 비극적 현실을 밑그림으로 깔아 넣었다. 그래서 이제 화려한 액션만큼 기대되는 건 어떻게 저 진실이 밝혀져 나갈 것이고, 그 가해자와 공모자들이 처벌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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