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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치정멜로와 사회극 사이, ‘VIP’ 성패 가르는 관건은
기사입력 :[ 2019-10-29 10:47 ]


‘VIP’, 흔한 치정멜로일까 아니면 계급사회의 풍경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새로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리이빗 오피스 멜로’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소개만 보면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처럼 보인다. 실제로 첫 회를 보면 이 고객 전담팀에서 일하는 나정선(장나라) 차장, 그의 남편이자 팀장인 박성준(이상윤),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이현아(이청아), 송미나(곽선영) 그리고 이 팀으로 갑자기 발령받아 들어온 신입 온유리(표예진)와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가 소개된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박성준에게서 어딘가 비밀스러운 면이 보이고 어느 날 나정선에게 날아온 메시지 하나는 이 평범함을 깨버린다.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

시청자들은 그래서 첫 회를 보고 박성준이 과연 누구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이현아, 송미나 그리고 온유리가 그 의심이 가는 후보(?)들이다.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박성준에게 계속 오는 문자 메시지를 먼저 보여준 후, 이현아, 송미나, 온유리가 휴대폰을 확인하는 장면을 병치해 놓는다. 그들 중 하나가 박성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VIP’라는 꽤 묵직한 제목에 장나라 같은 단단한 캐스팅에 기대를 했던 시청자들은 조금 실망할 수 있다. 결국 치정멜로라는 얘기일까. 그럭저럭 연출은 분위기를 잡고 있지만 부부 사이에 생겨난 위기와 친한 직장 동료와 친구 사이에 생겨날 균열 같은 걸 이 드라마는 담으려 하는 것일까. 만일 여기에 그치는 이야기라면 ‘VIP’는 성공하기 어려운 작품이 될 것이다. 예쁘게 연출로 포장되어 있지만 내용은 너무나 시청자들이 많이 봐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이제 첫 회가 나갔을 뿐이고, 그것이 치정멜로에 그칠지 아니면 나아가 무언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숨기고 있는 것일지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것이 선입견이라고 생각하고 싶게 만드는 건 이들이 일하는 곳이 다름 아닌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 전담팀이라는 점이다.



VIP라 불리는 고객들 앞에서 부당해도 고개를 조아리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사죄를 드리는 일이 그들이 하는 일이고, 마약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VIP가 나올 때 신을 구두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또 그들은 VIP들의 프라이빗한 쇼핑을 위해 사적인 패션쇼를 구성해야 하고 심지어 리허설까지 한다. 무엇이 VIP라 불리는 이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게 하는 것일까.

그건 다름 아닌 돈과 지위다. 더 많이 가졌고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선민의식을 가진 그들이 있어 VIP 전담팀이라는 팀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구조와 서열이 스며들어 있다. 게다가 이것은 백화점이라는 일터의 계급구조이기도 하다. 그들은 VIP를 상대하지만 동시에 직장 내 상사들도 그들에게는 VIP와 다를 바 없다.



VIP 전담팀이라는 소재는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계급적 풍경을 마치 축소판처럼 보여준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그저 치정멜로가 아닐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 전담팀에서 함께 일하는 나정선과 박성준이 사적으로 부부라는 사실이나, 나정선과 이현아, 송미나가 사적으로는 동료이자 친구라는 사실은 그래서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공적인 위치와 사적인 관계가 겹쳐지는 이 공간에서 과연 VIP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VIP는 ‘Very Important Person’의 줄임말이다. 매우 중요한 인물이란 뜻이지만 우리는 이 표현을 사적으로는 좀체 쓰지 않는다. 어떤 행사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의 귀빈을 뜻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어쩌다 그런 공적 관계에서의 VIP 앞에서 심지어 모욕을 당해도 고개를 조아리며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사적 관계에서 우리 앞에 있는 진정한 VIP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월화드라마 ‘VIP’는 과연 이런 사회적 맥락을 담아낼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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