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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자동차 디자인, 이들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기사입력 :[ 2019-11-01 10:52 ]
파격과 익숙함 어느 것이 유리할까?

“큰 변화를 줘서 시선을 끄느냐, 익숙함으로 친근하게 다가서느냐. 생존이 달린 문제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극단에 치우치면 안 좋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거나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때로는 한 쪽에 치우쳐야 효과를 낸다. 익숙함을 유지하느냐 파격적인 변신을 하느냐는, 무엇인가 변화를 추구하는 곳이라면 늘 고민에 빠지는 문제다. 큰 변화를 줘서 주목받고 싶지만, 익숙한 모습을 원하는 다수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시도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굳이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경쟁에 지장이 없거나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애써가며 익숙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절대 독점이 아니고서는 그런 상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한동안 과거 디자인을 뒤엎는 파격 추구가 자동차 시장을 휩쓸었다가 지금은 좀 잠잠해졌다. 파격의 정도가 심하면 단번에 익숙해지지 않고 논란도 크다.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공하면 우수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실패하면 무리수였다고 평가절하 당한다. 일본차가 한 때 파격 넘치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지금은 자리를 잡아서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논란이 꽤 컸다.



럭셔리 브랜드는 디자인 변화 폭이 작다. 크게 한 번 뒤집으면 몇 세대를 비슷하게 유지한다. 주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인데,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아도 다른 요소로 매력을 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대중차는 디자인 변화가 크다. 그런데 요즘에는 고급화와 맞물려 대중차 브랜드도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해 변화 폭을 줄이기도 한다. 이제는 럭셔리나 대중차 브랜드 구분 없이 파격과 익숙함 중 선택해서 필요한 노선을 따르는 분위기다.



BMW는 한동안 디자인이 정체기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체성 유지에 초점을 맞추니 디자인 변화 폭이 크지 않다. 그런데 요즘 변화가 눈에 띈다. 전면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키워서 충격이 크다. 논란은 진행 중이고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BMW는 반응이 어떻든 간에 꿋꿋하게 밀고 갈 태세다.



파격 하면 현대·기아차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는 요즘 디자인 변화 폭이 매우 크다. 8세대 쏘나타는 충격이라고 할 정도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파격과 함께 바뀌는 속도도 빨라서, 부분변경 모델을 신차 수준으로 내놓는다. 아반떼가 큰 폭으로 변화를 줬고, 며칠 전 디자인 일부를 공개한 그랜저도 그렇다. 그랜저는 신차 수준으로 변화뿐만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도입해 더 주목받는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기아차는 2000년대 중반 디자인 경영을 추구하면서 디자인을 갈아엎었다. 반응은 좋았고 이후에는 정체성을 살리는 전략을 펴서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다듬어 갔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K5 렌더링을 보면 변화 폭이 상당히 크다. 그동안 K5는 세대교체 때 비슷한 모습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큰 변화를 줬다. K5뿐만 아니라 앞으로 신형이 나올 쏘렌토와 카니발도 변화의 폭이 크리라 예상한다.

얼마 전 모습을 드러낸 폭스바겐 8세대 골프는 앞서 말한 차와 반대다. 7세대와 비교해서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세부 부분이야 손을 댔겠지만 전체 분위기는 이전과 비슷하다. 골프는 소형 해치백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디자인 외에 탄탄한 기본기와 완성도로 인정받는다. 워낙 잘 팔리는 차라 디자인 변화를 크게 주지 않더라도, 세대가 바뀌었다는 사실 만으로 시선을 끌 수 있다.



파격을 앞세우면 주목받기 쉽고 새로운 인상을 주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이질감이 크면 수요층이 빠져나간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신차 효과는 보지 못해 초반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 파격을 추구한다면 계속해서 큰 변화를 줘야 한다. 변화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 어지간히 충격을 주지 않고는 주목받기 쉽지 않다.

익숙한 모델도 안심할 수 없다. 너무 오래 익숙한 모습이 이어지면 인지도가 높아도 흔들릴 수 있다. 시장 상황이 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디자인 외 장점에서 나오는 차별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익숙함을 추구한다면, 디자인은 따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른 부분에서 특출한 매력을 전달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파격이든 익숙함이든 적절한 때 알맞게 밀고 나가야 한다.



아예 두 특성을 다 노리는 것도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한 방법이다. 얼마 전 국내에 신차를 선보인 아우디는 정체성을 유지해 익숙함이 앞서는 브랜드 중 하나다. 그런데 익숙함을 추구하지만 어느 정도 변화를 준다. 파격과 익숙함의 중간에서 수위를 조절한다. 거부감이 들거나 지루하지 않게 적절한 수준을 유지한다. 새로운 모습을 원하는 수요층과 익숙한 모습이 편한 수요층 둘 다 잡을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둘 다 놓칠 위험성도 크다. 디자인 전략이 뛰어나지 않다면 쉽게 시도할 수 없다.

파격을 추구하는 브랜드는 논란을 예상하지만 밀고 나간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불호 의견이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비난이 일든 말든 다수는 침묵하고 받아들인다. 자동차 업체는 다수가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익숙한 모델도 모두다 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상당수는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지루해할 지도 모른다. 파격이든 익숙함이든 호불호의 정도는 판매량으로 드러난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안 팔린다. 판매 성적표가 전략의 성공 여부를 보여준다. 성적표를 받아 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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