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웹툰의 문법에도 익숙해지고 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 마트>는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드라마의 공식을 첫 회부터 깨버렸다. 물론 드라마의 공식이라는 것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하고 놀라워할만한 과장된 이야기들은 파격적이었다.

이제 망하기 일보직전의 천리마 마트에 좌천되듯 정복동 이사(김병철)가 대표로 부임해와 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전혀 스펙이 되지 않는 이들을(심지어 빠야족까지) 정직원으로 떡 하니 채용하고 고객만족센터에 곤룡포를 입은 전직 조폭을 떡하니 단상 위에 앉혀놓질 않나, 심지어 출입구가 손님들이 들어오기 너무 쉽게 되어 있다면 손으로 한참을 밀어 돌려야 열리는 회전문까지 설치한다.

이런 정도의 황당한 조치는 당연히 현실적 개연성이라면 마트가 망하는 게 상식이지만 드라마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손님들이 더 북적이게 되는 것. 이렇게 망할 위기에 처한 회사의 현실적인 모습은 아마도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의 풍경이 아닐까 싶다. 물론 거기도 일개 말단경리가 사장이 된다는 설정이 들어 있지만 짠내 가득한 중소기업의 현실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다.



드라마의 개연성과 현실성의 관점으로 보면 <청일전자 미쓰리>가 훨씬 그럴 듯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쌉니다 천리마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이 훨씬 크다는 것. 드라마의 문법을 과감히 깨고 저 세상 텐션을 보여주는 풍자가 들어가자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황당함에 시청자들은 점점 빠져들었다.

알다시피 이런 스토리 전개가 가능했던 건 원작이 웹툰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웹툰 특유의 과장과 특히 B급 감성 가득한 웃기는 설정들은 그 장르적 특성 때문에 훨씬 개연성에 대한 부담 없이 그려지는 면이 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웹툰으로서도 놀라운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드라마화된 작품에서도 이런 웹툰의 감성들이 먹히고 있다. 한때 이런 황당한 전개는 만화에서나 통용되는 것이라고 치부되던 것이 아니었던가.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역시 원작 웹툰인 <어쩌다 발견한 7월>의 그 독특한 세계를 드라마적으로 잘 구현해냈다. 흔한 학원 로맨스물처럼 여겨지는 소재가 웹툰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엮어지면서 기막힌 세계관을 만들었다. 웹툰 속 주인공들이 의식을 갖게 되고 그래서 본래 정해져 있던 설정값을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야기.

중요한 건 이런 웹툰의 설정들이 드라마화 되면서도 시청자들이 이제 받아들일 정도로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 두 작품의 드라마화가 성공적이었던 건, 그 황당하기까지한 웹툰 설정에 담겨진 뒤집어보는 현실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즉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상술로 돌아가는 세상을 뒤집는 통쾌함이 있고,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작가의 뻔한 이야기 전개를 캐릭터들이 뒤집는다는 흥미로움이 존재한다.



어쨌든 <쌉니다 천리마마트>나 <어쩌다 발견한 하루> 같은 웹툰 설정을 가져온 드라마들이 점점 시청자들을 공감시키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웹툰의 힘이 드라마 문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만큼 웹툰이 이제 우리네 문화 콘텐츠에서 점점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