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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골수팬들에게 이만한 설렘 또 있을까
기사입력 :[ 2019-11-03 13:19 ]


아놀드 슈와제네거, 제임스 카메룬 그리고 린다 해밀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1984년 처음 등장했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터미네이터>는 이 레전드가 될 영화의 신호탄이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미래에서 온 인간과 터미네이터의 대결이라는 이 흥미진진한 설정에 확실한 아우라를 부여한 건 터미네이터로 등장했던 아놀드 슈와제네거였다. 그 정도로 부서지고 깨지면 끝날 법한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계속 해서 공격하는 터미네이터라는 캐릭터는 당대의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제대로 본 궤도에 오르게 된 건 1991년 제작된 <터미네이터2>였다. 레전드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놀라운 스케일의 액션이 CG와 더해져 풍부해졌고, 스토리도 탄탄해졌다. 무엇보다 1탄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던 터미네이터가 이제는 유일한 미래의 희망으로 남은 존 코너를 지키는 수호천사로 미래로부터 날아온다. 더 강력한 액체 금속형 로봇 T-1000(로버트 패트릭)이 쉽게 파괴되지 않는 적으로 등장하고, 그와 무심한 듯 온몸을 던져 대적하는 T-101(아놀드 슈와제네거)의 압도적인 대결이 그려진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히어로가 합류하는데 그가 바로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다. 훗날 인류 저항군의 사령관이 될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사라 코너와 T-101의 T-1000을 물리치려는 사투가 벌어진다. 사라 코너는 이 미래를 두고 벌이는 사투 속에서 또 한 명의 여전사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그 후 <터미네이터>는 몇 편의 후속작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했고 작품으로서의 호평도 받지 못했다. <터미네이터3>,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그 불운의 작품들이다. 거기에는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출연했다는 걸 빼놓고 <터미네이터> 1,2편이 보여줬던 그 독특한 세계의 압도적 긴장감과 페이소스 같은 걸 느끼기가 어려웠다. 제임스 카메룬과 린다 해밀턴의 부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 작품들이다.

이 일련의 흐름을 봐왔던 <터미네이터>의 원조 팬이라면 이번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에 이 세 사람이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렐 수밖에 없을 게다. 물론 감독은 팀 밀러가 맡았지만 제임스 카메룬이 제작했고 스스로 “2편에서 이어지는 속편”이라며 원조의 계보라는 걸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사라 코너로 린다 해밀턴이 합류함으로써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 골수팬들을 흥분시켰다.



이제 나이가 지긋하고 희끗희끗한 머리에 주름살이 가득한 아놀드 슈와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이지만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놀랍게도 이들의 액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젊은 피로 미래에서 온 슈퍼솔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가 합류하고 그가 지키려는 대니(나탈리아 레이즈)가 더해졌지만 영화의 아우라를 장악하고 있는 건 역시 아놀드 슈와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이다.

미래에서 온 새로운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은 터미네이터 1탄과 2탄의 로봇이 결합한 듯한 형태다. 금속으로 이뤄진 터미네이터의 골격에 액체 형태로 형상이 마음대로 변환하는 T-1000이 분리됐다 결합했다 하며 대니를 제거하겠다는 목표하나로 앞뒤 재지 않고 공격하는 모습이 압도적인 액션으로 그려진다. 강력해진 적만큼 그와 대결하는 사라 코너와 T-800(아놀드 슈와제네거) 그리고 그레이스, 대니의 공조가 더 흥미진진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를 흥미롭게 만드는 건 지금 시대에 걸맞는 젠더적 관점을 투영시켰다는 점이다. 린다 해밀턴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걸 크러시를 여지없이 멋지게 보여주고, 미래에서 온 그레이스의 놀라운 액션과 대니와의 워맨스가 보는 내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미래의 희망이 되는 자를 죽이려는 터미네이터와 그를 지키기 위한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이를 돕는 로봇 T-800의 구도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액션에 더 큰 몰입감을 주는 요소다.

거의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원조의 맥을 잇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이 들었지만 여전히 멋진 아놀드 슈와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의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원조 팬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다. 그 액션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그 모습들이 중첩되어 불러일으키는 추억 게다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보이는 이들의 멋진 모습이 주는 기분 좋은 몰입감까지 느낄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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