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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들리는 형편에도 전기차로 큰 꿈꾸는 쌍용을 위한 조언
기사입력 :[ 2019-11-05 10:00 ]
‘시작은 미약했으나…’ 쌍용, 전기차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지난달 말, 유럽 자동차 매체 기자들이 쌍용자동차의 초대로 한 곳에 모였다. 신형 코란도 시승 때문이었다. 한국에선 2월부터 판매가 시작됐지만 유럽은 그보다 한참 늦은 최근에야 4세대 신형이 첫선을 보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흥미로운 전기차 관련 대화가 오갔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2024년 첫 모델 내놓을 계획

영국 전문지 오토익스프레스는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 C(준중형)와 D(중형)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3~4개의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며, 시작은 2024년쯤이 될 것이라는 쌍용 경영진의 발언을 소개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전기차는 SUV를 의미한다. 영국 외 여러 유럽 매체들도 같은 내용을 전했다.

확정된 내용인지 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전용 플랫폼용 전기차가 나오기까지 대략 5년의 공백기가 발생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 자동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5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쌍용차는 이 공백을 어떻게 극복할까?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21년 시작과 함께 자신들의 첫 번째 전기차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 2021년 기존 플랫폼으로…2024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그렇다면 2024년에 나온다는 전기차와 2021년에 나오는 전기차는 어떻게 다를까? 2021년에 나오는 전기차는 기존 생산 라인(플랫폼)에서 만들어진다. 코란도급의 C세그먼트 전기 SUV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쌍용의 첫 번째 전기차는 국내 브랜드가 내놓는 첫 번째 준중형 전기 SUV가 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코란도급 전기 SUV는 코란도에 배터리만 올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판매 중인 코란도와는 스타일면에서도 어느 정도 차별을 둘 것이라는 게 쌍용차 관계자의 얘기였다. 그와 달리 2024년에 나오는 전기차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전혀 다른, 오로지 전기차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완전히 새로운 전용 플랫폼에서 나온다.

코란도급 전기 SUV와 함께 티볼리급 소형 전기 SUV도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2024년까지 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재정적으로 어렵고 축적된 전기차 플랫폼 경험이 없는 쌍용자동차 단독으로 큰 비용이 드는 전용 플랫폼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다.



◆ 마힌드라냐 폭스바겐이냐

폭스바겐 그룹은 자신들이 개발한 전기차 생산 라인 MEB 플랫폼을 오픈하기로 했다. 그룹 밖에 있는 경쟁사에게도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구글이 자신들의 운영 체제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제조사나 자동차 제조사에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 공유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폭스바겐의 계산에 따른 결정이다.

당연히 전기차 생산 라인 구축에 어려움을 겪거나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는 제조사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비교적 분명한 목소리로 폭스바겐 플랫폼을 공유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모그룹 마힌드라와의 협업이다.

마힌드라는 이미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에 오래전부터 투자해온 곳이다. 그리고 쌍용의 전기차 생산에도 역시 관심이 많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공급하리라는 것과 전기차 개발비 확보를 위해 500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쌍용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어느 정도까지 참여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만약 마힌드라 단독으로 쌍용자동차와의 협업이 힘들다면 포드를 끌어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마힌드라와 포드는 합작 회사를 만들기로 합의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합작회사를 통하면 포드, 마힌드라, 그리고 쌍용자동차가 함께 플랫폼을 포함한 전기차 개발 부담을 나누는 것이다.

다만 포드가 폭스바겐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개발에 이미 합의해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개발을 둘러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간의 폭넓은 합종연횡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훨씬 큰 틀에서 쌍용자동차의 전기차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전기차 시장에 제대로 진용을 갖춰 뛰어들겠다는 쌍용자동차의 의지는 어느 정도 읽힌다.



◆ 브랜드 인지도 끌어올리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 필요

이처럼 전기차 시장에 나름의 방식으로 진출을 준비하는 쌍용자동차이지만 본격 진출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급한 것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달리 말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쌍용자동차라는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국내에서야 쌍용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독일 유력 자동차 매체들이 매년 실시하는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조사 등을 보면 쌍용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차 안팎의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고, 소재나 조립 품질, 내구성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등, 생산과정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부분의 개선 없이 브랜드 인지도 확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수준이 계속된다면 비싼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 만든 전기차들 역시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SUV 전문 브랜드로서, 왜 쌍용차를 선택해야만 하는지 이 점을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완전히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들 다 하니까…”가 아닌, 전기차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남다른 각오 말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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