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이 과감하게 복고 카드를 꺼내든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금방이라도 “1박!”하면 “2일!”할 것 같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KBS <1박2일>이 아니다. 물론 그 원조를 만들었던 나영석 PD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tvN <신서유기7>은 <1박2일>의 귀환을 보는 것만 같다.

외국에서 진행됐던 지난 시즌들과 달리 국내에서 촬영하며 ‘홈커밍’이라는 부제를 붙여서 그런 느낌이 드는 줄 알았지만, 이번 주에 이어진 ‘레트로 특집’을 보니 <신서유기7>이 노린 건 복고 콘셉트였다. 국내 촬영은 이를 위한 밑그림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신서유기7>의 2회까지가 도사들의 용볼찾기라는 타이틀을 붙여 계룡산 자락까지 가서 갖가지 복불복 게임을 하는 한 편이었다면, 다시 만나 ‘레트로 특집’으로 이어진 3회부터의 이야기는 또 다른 콘셉트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런 구성 방식은 <1박2일>의 방식 그대로다. 1박2일 간의 여행 분량으로 2회 방송을 내고 또 다른 여행을 통해 다음 특집으로 이어가는 방식.

그래서 아예 대놓고 레트로 특집이라 붙인 건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1박2일>의 향수를 가져오겠다는 것. <겨울연가>의 배용준 분장을 한 규현과, ‘날 떠나지 마’를 부르던 박진영의 그 유명했던 비닐 바지를 입은 강호동, 게다가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에서도 단연 화제가 된 테크노 전사 이정현으로 분한 이수근 등등. <신서유기7>에서는 분장만으로도 옛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여기에 3,6,9 같은 게임에 그랜저와 프라이드 같은 자동차까지 더해지니 더더욱.



무엇보다 <신서유기7>의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은 원조 <1박2일>의 전성기를 이끌던 인물들이다. 여기에 나영석 PD가 능수능란에게 이끌어가는 복불복 게임의 묘미까지 더해지니 <신서유기7>을 보는 시청자들은 이것이 <신서유기>인지 아니면 <1박2일>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째서 이런 복고 카드를 꺼내들은 걸까.

일단 최근 새롭게 고개를 든 뉴트로 열풍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옛 감성과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콘텐츠들을 재연하는 것에 그 때를 경험했던 이들은 향수를 느끼지만, 그 때의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들도 신기해하며 재밌게 소비하는 새로운 경향이 뉴트로다. 그러니 <신서유기7>이 웃음의 코드로 뉴트로를 가져온 건 이런 새로운 대중들의 욕망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의미 과잉’이 되는 경향의 반작용으로 떠오르는 웃음에 집중하는 예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연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물론 <신서유기>는 본래부터 웃음과 게임에 집중하는 예능이었지만, 복고 콘셉트는 여기 출연하는 이들이 그 원조였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웃음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관찰카메라의 틀 역시 이제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 그 반작용으로서 복고적 틀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기 때문일까. tvN의 최근 예능들은 복고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신서유기7>만이 아니라 새로 시작한 <돈키호테>가 그렇다. 시작부터 MBC <무한도전>의 틀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돈키호테>는 맨 몸으로 부딪쳐 도전하는 인물들을 통해 몸 개그의 웃음을 전면에 꺼내놓고 있다.



<1박2일>을 그대로 닮은 <신서유기7>과 <무한도전>을 떠올리게 하는 <돈키호테>. 이건 우연일까 아닌 의도일까. 또 과거의 예능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일까 아니면 또 다른 새로움을 찾지 못해 뒷걸음질 치는 퇴행일까. 어쨌든 한두 번의 이벤트적인 복고 콘셉트가 확실한 웃음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복고가 지속적으로 선택됐을 때도 과연 그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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