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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뷰티풀’, KBS 주말극 대체 얼마나 더 망가지려는 건가
기사입력 :[ 2019-11-09 13:35 ]


‘사랑은 뷰티풀’, 저녁 먹다 얹힐 것 같은 찝찝함이라니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는 여주인공 김설아(조윤희)가 문태랑(윤박)이 건넨 도시락을 병원에서 혼자 먹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그 도시락은 김설아의 모친 선우영애(김미숙)가 싸준 도시락이다. 그 도시락은 사정 상 김설아 앞에 나타날 수 없는 모친 영애가 몰래 만들어 문태랑에게 부탁한 도시락인 것이다. 설아는 낯선 남자가 건넨 도시락을 저어하다 이내 도시락을 맛보고 엄마의 집밥을 떠올리며 맛있게 밥을 먹는다. 하지만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분노가 치민 표정의 시어머니 홍화영(박해미)이 나타난다.

내 아들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데 감히 낯선 남자가 준 도시락을 먹어! 이런 심정으로.

그리고 <사랑은 뷰티풀>의 시청자라면 아마도 드라마의 등장인물 중 홍화영에 감정이입할 가능성이 높다.

감히 이 황금 같은 주말 저녁시간에 나한테 이런 짜증나는 드라마를 보게 만들어! 이런 심정으로.



뭐랄까. <사랑은 뷰티풀>에는 저녁 먹다 얹힐 것 같은 묵직한 찝찝함이 있다. 이런 주말극은 흔치 않다. <사랑은 뷰티풀>이 소위 말하는 막장의 설정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니다. 통상적으로 주말 드라마에는 조선시대 좀비 같은 시어머니, 재벌가의 후진 면모, 욕심 많고 못된 악역 캐릭터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막장의 양념 때문에 시청자는 화를 내면서도 꼭 다음 편을 보게 된다. 속 터지게 답답하긴 해도 착한 주인공이 언제나 행복을 찾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랑은 뷰티풀>은 이상하게 답답하면서 복잡하기까지 한데, 그러면서도 다음 회차가 그렇게 기대되지는 않는다. 주요 인물들은 각각 의뭉스럽게 숨긴 사연들을 품고 있다. 그런데 그 사연의 얽힌 고리가 복잡하다. 더구나 드라마의 진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결국 <사랑은 뷰티풀>은 첫 회부터 지금까지 김설아 남편의 사고 이후, 사고에 얽힌 에피소드를 둘러싼 인물들의 거짓말만 늘어놓는다. 여기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구도가 반복되지만 팽팽하기보다 따분하다.



높은 시청률을 올렸지만 최악의 KBS 주말극이라는 평을 들은 <하나뿐인 내편>에도 사실 장점은 있었다. <하나뿐인 내편> 역시 박금병(정재순) 할머니의 도돌이표 치매 해결사 플롯으로 시청자의 원성을 샀지만, 그 설정이 분명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있었다. 또한 선악 구도가 너무 뚜렷해서 유치하게 보여도 그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쉽게 이해는 갔다. 더구나 효도와 부모자녀끼리의 사랑이라는 낡은 교훈적 메시지의 울림이 그래도 어느 정도 있기는 있었다. 주말극이 아닌 현대판 전래동화라고 보면 그래 나쁘지 않다, 라고 느껴질 정도.

이후 <하나뿐인 내편>보다 더 최악이라는 평을 들은 후속작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또한 <사랑은 뷰티풀>에 비하면 장점이 있다. 온갖 신파와 막장 드라마의 뻔한 플롯을 동원했어도 <세상에서>에는 김해숙, 김소연, 최명길, 강성연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중간에 시청률 때문에 캐릭터들이 이상하게 꼬이기는 했어도 어쨌든 중견배우들은 그 순간순간 팔색조처럼 감정연기를 불태우며 나름 이야기가 말이 되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 날림공사 주말극이었지만, 어쨌든 배우들의 연기 때문에 흥미진진했던 순간들이 있던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보다 더한 주말극이 시작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랑은 뷰티풀>은 우선 인물들의 캐릭터를 너무 무겁게 잡아놓았다. 아무리 악역이라도 요즘 주말극의 악역은 좀 귀엽고 매력적인 면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은 뷰티풀>의 홍화영에게는 전혀 그런 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주말극 남녀 주인공의 성격 역시 특유의 답답함이 있다.

특히 정작 극을 끌고 가야 하는 김설아 역의 배우 조윤희가 주인공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면이다. 가뜩이나 밑바닥에 깔린 심사가 복잡한 주인공인데, 조윤희의 연기는 평면적이고 감정처리는 얄팍하다. 배우부터가 여주인공 캐릭터를 버거워하는 것이 보이는데, 시청자들이 보기에 버거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랑은 뷰티풀>은 감초 캐릭터 배우들이 연기를 찰떡같이 하는 것도 문제다. 감초 캐릭터가 너무 밉상이라 그렇다. 모든 연기를 다 능청맞게 소화하는 박영규는 여주인공들의 아버지 김영웅 또한 능청맞게 소화한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에 낡고 민폐갑인 아버지라, 감초 아닌 독초로 느껴진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이번 주말극에서 뷰티풀하고 원더풀한 면을 찾기는 힘들다. 나름 레트로한 주말드라마 냄새가 나는 MBC <두 번은 없다>, 막장극의 재미만으로는 훨씬 더 빼어난 SBS <배가본드>가 주말 저녁 8시에 승부를 던졌다면, 아마 <사랑은 뷰티풀>의 시청률은 분명 10% 밑으로 곧바로 원더풀하게 떨어졌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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