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복고예능 사랑, 과연 응답받을 수 있을 것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의 토요일 예능 <돈키호테>는 ‘분야별 능력자부터 나 자신에 이르기까지 넘사벽 적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겁상실 대결 버라이어티를 지향한다’고 한다. 기상천외 대결은 물론 추위, 더위 견디기 등등 다채로운 도전을 펼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떤 재미가 있을지 예상이 된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오체불만족 몸개그와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오합지졸의 부족한 멤버들이 함께 힘을 뭉쳐 다져지는 팀워크가 볼거리다. 이토록 확언할 수 있는 이유는 ‘도전’을 내세운 비슷한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쫄쫄이를 맞춰 입은 <돈키호테>는 첫 대결로 여중 육상부를 찾아가 계주 경기를 했다. 2회에서는 즉석밥 공장에서 자동화 로봇 포장기계와 박스 싸는 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저녁에는 기계와 달리기를 했다. 드론, 촬영장비, 사람이 탈 수 있는 케리어, 자동차, 고카트 등과 다시 한 번 계주를 펼쳤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게임과 대결이 전부인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확히 13년 전에 도전이란 문패를 내걸고, 쫄쫄이를 입고 지하철과 달리기를 하고 배수구의 물 빠짐에 바가지로 대결을 펼친 오합지졸의 부족한 사내들을 본 적이 있다.



<돈키호테>는 달력을 과감히 넘겨 십여 년 전 추억의 가요차트를 들여다보듯이 캐릭터쇼의 성격이 강화되기 이전 극 초반의 리얼버라이어티 시절로 돌아갔다. 달라진 것은 제작진이 설정한 대결에서 이기면 기부할 수 있는 상금이 생긴 다는 것 한 가지다. 그 이외에 벌칙이나 인기투표 등등 웃음을 만드는 요소들은 유구한 전통을 따른다. 요즘 예능의 핵심인 정서적 접근이나 스토리라인을 생략하고 ‘별 의미 없는 대결’을 내세워 당위와 맥락 없는 웃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복고 틈새 전략이다.

그래서 정작 <돈키호테> 속 멤버들의 도전보다는 <돈키호테>를 기획한 tvN의 도전 결과가 더 궁금하다. tvN은 한쪽에선 나영석 사단의 감성 예능이 자리를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히 쇼버라이어티 시대에 대한 깊은 애정과 향수를 바탕으로 <도레미마켓>, <뭐든지 프렌즈>, <호구들의 감빵생활>, <플레이어> 등등 레트로 한 예능을 근성 있게 내밀고 있다. 관건은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겪었던 것처럼 복고 예능을 통한 원초적 웃음 추구가 새로운 가능성이나 완성도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돈키호테>에는 너무나 선명한 레퍼런스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익히 봐왔던 구성과 설정에다가 <1박2일>에서 단련된 김준호와 <무한도전>에 탑승하며 유재석의 파트너로 활약 중인 조세호 등이 출연해 익숙함을 더한다. 십 수년째 활약하거나 인기 많은 예능 선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고, 예전부터 해온 몸개그를 위한 게임을 나열하면서 출연자의 재능에 모든 걸 맡기는 모양새다. 이진호는 특A급이 없어서 좋다고 했지만 그 시절 리얼버라이어티의 색깔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메인 MC 역할의 부재는 웃음의 조율과 나아가 완성도의 문제와 직결된다. 제목은 돈키호테인데 출연자들은 시기상 천년 이상 차이가 나는 로마군 복장을 한 이유를 모르겠는 것처럼 추억의 예능을 복원하는 도전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인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오늘날 예능에서 얻는 재미란 드라마와 교양을 함께 보는 것과 비슷하다. 이야기 속에서 정서적 가치와 실제 삶에 효용을 주는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재미에 깃든 자기계발적 요소를 게임 버라이어티쇼라고 벗어날 순 없다. 바로 이 대목이 오로지 웃음만을 추구하는 복고 예능의 도전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돈키호테>라는 제목을 다시 보니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꿈을 꾸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주인공 돈키호테가 생각난다. tvN의 복고예능 사랑은 익숙함의 단순한 발로일까. 무모한 도전을 멈추지 못하는 관성일까. 혹은 아직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시대정신을 꿈꾸는 것일까.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