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2’, 바둑의 묘미는 없고 무협지 같은 액션만 가득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장면들이 넘쳐나는데 15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을까. 영화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바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범죄 액션 장르다. 그것은 이 영화가 제목에 담긴 것처럼 바둑의 ‘한 수’가 가진 의미를 전혀 음미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 한 판 대결이 가져올 결과에 더 집중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바둑 대결 한 판에 제 손목을 걸고, 목숨을 건다. 바둑의 묘수들을 영화로 일반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는 물론 쉽지 않을 게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그 묘수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지면 손목이 잘리고 뿜어내는 염산 테러를 받아야 한다는 그 결과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따라서 바둑의 세계는 저 뒤편으로 물러나고 대신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한 누나와 스승의 복수를 해나가는 무협지 스타일의 액션이 전면에 등장한다.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그 서사 자체가 무협지의 스토리를 그대로 갖고 있고 심지어 연출도 무협의 한 부분을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복수를 꿈꾸는 아이가 수련을 통해 초고수가 되는 과정은 저 소림사의 수련 과정을 담은 무협영화의 한 부분을 바둑 버전으로 가져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산해 하나하나 무림의 강호들을 무너뜨리며 궁극의 한 명과 대적하는 과정도 그렇다. 마지막에 이르러 1대100의 대결은 전형적인 무협지의 틀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현실적일 수는 없다. 액션이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느냐에 더 집중한다. 바둑판이 기계 장치를 더하거나, 투명한 바둑알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열차가 달려오는 다리 위에서 목숨을 걸고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식이다. 귀수는 바둑에도 귀재지만, 무술에도 고수인지라 한 판 대결에서 진 자들이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시도들 또한 척척 막아낸다.



이런 다소 만화적이고 무협지적인 과장된 액션 영화가 잘못된 건 아니다.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그런 액션을 오락으로 즐기는 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바둑의 세계로 들어가기보다는 바둑이란 소재를 가져와 과장된 액션의 자극으로 치닫다 보니, 그 폭력의 수위가 너무나 높다는 점이다. 19금으로 했다면 충분히 더 효과적일 수도 있었을 영화가 15세 관람가로 되면서 다소 무리한 느낌을 주는 건 그래서다.

물론 영화는 15세 관람가를 의식해서인지 직접적인 장면을 피하려 애썼다. 이를테면 이제 미성년자인 귀수의 누나가 겁탈 당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뉘앙스로만 처리된 게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겁탈 당한 누나가 스스로 목을 매는 장면은 여전히 불편하다. 게다가 바둑 대결에서 거대한 작두를 세워두고 한 편에 마치 전리품처럼 진 자들의 손목을 꿰어 놓은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관객들은 계속해서 진 자들이 불에 타 죽고 손목이 잘리고 목을 매는 장면들을 봐야 한다.



차라리 19금으로 해서 확실한 한두 장면을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놓고 나머지는 바둑 대결에 더 집중했더라면 어떨까 싶다. 또 너무 단순한 이야기 구조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잔인한 장면들의 액션으로만 남는 이유가 된다. 물론 오락영화로서 이런 잔인한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큰 건 사실이다. 또 귀수 역할을 하는 권상우의 액션은 확실히 볼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이런 잔인한 영화가 어떻게 15세 관람가가 됐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신의 한 수 : 귀수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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