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알아두면 쓸모있는 포르쉐 타이칸의 10가지 속사정
기사입력 :[ 2019-11-13 09:52 ]


포르쉐 타이칸, 자신 있게 테슬라 모델 S와 다르다고 말하는 이유

[전승용의 팩트체크] 지난 8일이었네요. 포르쉐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이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이번 행사는 어디까지나 출시 전 열린 사전 공개로, 본격적으로 판매되려면 앞으로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쨌든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빠르게 포르쉐의 최신 기술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포르쉐는 새로운 차를 내놓을 때마다 기자들을 강제로 공부시킵니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들었다’는 포르쉐의 신차를 제대로 알려면 어설픈 지식으로는 어림없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또 어떤 신기술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흥분과 기대를 가득 안고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뭐, 포르쉐 신차만 제대로 알아도 자동차 기술의 최신 흐름을 알 수 있으니 기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인 셈이죠.



운 좋게도 저는 지난 9월 초 중국 핑탄섬에서 열린 타이칸 월드프리미어 행사에 초대받아 포르쉐가 새로운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행사 전날에는 타이칸을 직접 만든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R&D 총괄 사장이자 이사회 멤버인 마이클 슈타이너 박사(Dr. Michael Steiner)와 제품 및 콘셉트 부사장인 게르노트 될너 박사, 디자인 디렉터인 피터 바르가(Peter Varga) 등 평소 만나기 힘든 그런 분들이었죠.

오늘은 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주요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것이니 알아두면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겠죠. 이름하여 ‘알아두면 쓸모있는 포르쉐 타이칸의 10가지 속사정’이 되겠습니다.



#1. 타이칸은 2014년부터 준비했다고 합니다. 타이칸의 콘셉트카인 미션-E가 ‘2015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공개됐으니,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약 1년 정도 뒤에 콘셉트카를 내놨네요. 그로부터 4년이 지나고 양산차가 출시됐고요. 여담이지만, 포르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인 리막(Rimac)과의 협업을 통해 타이칸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6월 리막의 지분 10%를 인수하며 최대투자자가 됐으며, 지난 9월에는 추가 투자를 통해 리막의 지분을 15.5%까지 늘렸습니다. 앞으로의 협업이 더 기대되네요. 참고로 리막의 2대 주주는 현대차그룹으로, 지난 5월 약 1067억원을 투자해 13.7%의 지분을 얻었습니다.

#2. 첫 전기차로 SUV가 아니라 스포츠카를 선택한 이유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포르쉐는 스포츠카 브랜드다. 전기차지만 가장 포르쉐다운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우리 소비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하더군요.



#3. 타이칸 실내에는 총 52.9인치의 디스플레이가 들어있습니다(HUD 제외). 스티어링휠 뒤편에 있는 16.3인치 곡면 디지털 계기판을 비롯해 센터페시아 상단의 10.9인치, 센터 터널의 8.4인치, 조수석 앞에 10.9인치, 뒷좌석에 5.9인치 등 다양합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모두 국산 제품이라고 합니다. 16.8인치 곡면 디스플레이는 LG 제품이고요. 나머지 평면 디스플레이는 삼성 제품이라고 하네요.

#4. 타이칸 4S부터는 93.4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12개의 셀이 한 개의 모듈을 형성해 총 33개 모듈(총 396개 셀)이 차체 하단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이죠. 여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LG 제품이라고 합니다. LG 배터리를 쓰는 이유를 물었더니, 기존 셀 기술과 다른 LG만의 기술이 타이칸과 잘 맞았다고 합니다. LG가 타이칸에 최적화된 배터리 솔루션을 제공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포르쉐는 앞으로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준비 중이고요. 배터리 시장이 더 치열해지겠네요.



#5. 포르쉐는 기존에 없던 800V 충전 시스템을 양산차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기존 400V 충전보다 2배나 높은 고압 충전을 통해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는 방식인데요. 처음에는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만, 앞으로 10년 안에 800V 충전이 업계 표준이 될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전류를 높이거나 전압을 높여야 하는데, 전류를 높이면 그만큼 충전 케이블의 두께가 두꺼워져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죠. 800V 고압 충전 등 배터리 기술이야말로 타이칸의 핵심 기술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물론, 충전 효율과 냉각, 주행 예측 등이 포함한 배터리 관리 기술을 뜻합니다. 아.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을 뻔했네요. 800V 기술이 적용됐지만, 다른 브랜드의 400V 충전기 및 가정용 완속 충전기에서도 충전 가능합니다. DC 및 AC 온보드 차저가 장착됐기 때문이죠.

#6. 개발 당시 타이칸의 충전 목표는 350kW로 15분에 80%였습니다. 그런데, 양산차를 공개할 때는 270kW에 22.5분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최적화를 위해 낮춘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포르쉐 역시 평상시에는 270kW가 아닌 50kW 충전을 권장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압-급속 충전을 할 때마다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가정용 완속 충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급하지 않을 때는 50kW 충전기를 이용하라고요. 270kW 충전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장거리 주행 등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고 하네요.



#7. 변속기는 전륜-1단, 후륜-2단이 탑재됐습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구조인데요. 후륜 1단은 최고의 가속력(출발, 스포츠, 스포츠+, 론치 컨트롤)을, 후륜 2단은 최고의 효율(고속 크루징)을 내는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전륜 1단은 후륜 2단과 같은 8:1의 기어비가 적용됐습니다. 다른 브랜드는 후륜 2단 변속기가 필요 없어서 안 쓰는 건지, 아니면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못 쓰는 건지 물어봤습니다. 잠시 멈칫하더니 어려워서 못 쓰는 게 아닐까 싶다고 하더군요.

#8. 타이칸의 지붕에는 커다란 글라스루프가 달려있습니다. 버튼을 통해 천으로 닫았다 열었다 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글라스루프 자체에 들어 있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차의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차단했다 하는 방식입니다. 글래스루프가 워낙 크기에 태양광 패널을 고려한 적이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당시 현대차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통해 태양광 패널을 적용했을 때거든요. 이게 발전 가능한 기술인지, 터무니없는 기술인지 궁금했습니다. 답변은 “개발 과정에서 고려했지만, 보다시피 적용하지는 않았다. 비용과 무게 대비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였습니다.



#9. 93.4kWh나 되는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도 이렇게 낮은 전고의 4인승 스포츠카를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타이칸은 전기차임에도 시트 포지션이 매우 낮습니다. 지상고도 911과 겨우 15mm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요.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무게 중심은 오히려 911보다 더 낮습니다. 그럼에도 뒷좌석에도 사람이 나름(?) 여유 있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는 것은 무척 신기한 일입니다. 이는 배터리를 단순히 바닥에 평평하게 깐 것이 아니라 뒷좌석 발 공간을 제외하고 깐 덕분이라고 하네요. 2열 발바닥에 있어야 할 배터리를 시트 쪽에 쌓는 방식으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10.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대목입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신 내용이겠고요. 저 역시 포르쉐 타이칸과 테슬라 모델 S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포르쉐 관계자는 테슬라와의 비교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포르쉐 입장이라면 비교 자체가 기분 나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미 사람들은 타이칸과 모델 S를 비교하고 있는데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대략 정리하면 ‘모든 것이 다르다. 기본적인 차체 완성도를 비롯해 가속력과 코너링 등 주행 성능에 차이가 있다. 우리는 스포츠카 브랜드다. 같은 성능을 반복적으로 구사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그런 차를 만들었다. 타이칸은 단순히 배터리를 소모해 출력을 높여 빠르게 달리는 전기차가 아니다. 기존 포르쉐 스포츠카에서 느꼈던 다이내믹한 운전의 재미를 최대한 살린 모델이다’였습니다.



예전 칼럼에서도 썼지만, 포르쉐가 타이칸을 만들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완성도 높은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만들어내던 포르쉐가 순수 전기차를 내놨다는 것은 자동차 패러다임의 진정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행히 타이칸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기차지만 가장 포르쉐답게 만들어졌습니다. 관계자의 말처럼 포르쉐는 그저 빠르기만 한, 그저 주행거리만 긴 전기차는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오히려 기존 모델보다 더 포르쉐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전기차가 되어버렸습니다. 전기차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타이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