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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유재석도 우리도 팍팍해도 웃는 그들에게 참 많이 배운다
기사입력 :[ 2019-11-13 10:54 ]


‘유퀴즈’이 찾아내는 우리네 서민들의 위대함, 그리고 공감

[엔터미디어=정덕현] “제가 유퀴즈를 1년 넘게 했잖아요. 하여튼 이렇게 앞을 보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유퀴즈를 통해서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약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참고가 되는 것 같아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은 부암동 어느 한옥. 고종이 잠시 머물렀다는 그 곳에서 저 아래 풍광들을 내려다보며 유재석은 새삼 그간 이 프로그램을 해온 1년을 되새긴다. 유재석의 말 그대로다. 처음에는 낯선 길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통해 참 많은 걸 배웠고 느꼈다. 그건 유재석만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하루 부암동에서 만났던 일련의 사람들에게서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결코 쉽지 않은 현실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열혈팬이라며 과거 안쓰럽던 시절의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던 유명한 만두집에서 일한다는 서담희씨는 핸드폰 커버 안쪽에 빼곡하게 적혀진 메모로 유재석과 조세호의 시선을 끌었다.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나 정도면 충분해’, ‘날 믿어주는 사람이 참 많아’, ‘나는 아직 소중한 기회가 많아’, ‘나는 혼자가 아니야’ 같은 글귀들이 적힌 메모지.



서담희씨는 그런 글귀들을 그저 읽고 지나치기보다 차라리 세뇌가 될 정도로 봐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핸드폰 커버 안쪽에 메모지로 붙여놓고 전화를 꺼낼 때마다 읽었다는 것. 웃는 얼굴이 그의 평소 삶의 태도를 잘 말해주고 있었지만, 서담희씨는 사실 홀로 굉장히 빈궁했던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생계가 어려워 겨울에 온수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서담희씨는 그 시절의 기억을 ‘깜깜한 터널 속을 벽만 짚고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이제 다시 긍정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다시 그런 어려움이 닥쳐도 한 번 경험해본 것이니 괜찮다고 할 정도로.

길을 걷다 만난 산책을 하는 모자는 늦둥이 딸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데이트 중이라고 했다. 입만 열면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어머니 때문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아들도 당황하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그렇게 아들 자랑하는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을 정도로 ‘여심저격수’라는 아들은 나이 터울이 있는 동생들을 그렇게 세심하게 챙긴다고 했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챙겨주었는가를 알게 됐다는 아들은 제대한 후 알바를 하며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평범해 보이는 모자의 흔한 풍경이지만, 그렇게 서로서로 챙기는 가족이 있어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주말부부로 지낸다는 오진우씨와 이현주씨는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지만 그래서 더 애틋해지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삶의 속도에 관한 이날의 공식질문에 대해 오진우씨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시간의 흐름은 규정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가는 것 같지만 자신의 삶의 속도는 천천히 간다는 오진우씨는 보통의 삶이 그러하듯이 뭘 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간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젊었을 때는 “왜 그러고 살아?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자신이 그 나이가 되니 그렇지 못하다는 거였다. 또 자신의 속도보다는 아이의 속도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현주씨의 말에서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것이 대부분의 부모의 삶이니.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마시며 앉아있던 이규형씨는 취업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힘들 때마다 그 곳을 찾아왔다는 이규형씨는 삼수를 하며 어려웠던 그 때를 이야기했다. 산에서 트럭에 어묵을 파시는 일을 했다는 어머니. 겨울에는 트럭 배터리가 방전되어 차갑게 식은 차 안에서 양말을 서너겹씩 신으시고 일을 했다는 어머니는 700원짜리 어묵을 팔아 한 달에 70만원인 자신의 미술학원비를 내주셨다고 했다. 그게 못내 죄송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합격 소식을 받았다는 이규형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려워도 버텨나간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어머니의 그 헌신 앞에서 애써 웃으며 노력했을 그의 모습이 생생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좋은 건 그 자연스러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네 사회가 처한 결코 만만찮은 현실들을 발견하지만, 그 팍팍한 삶 속에서도 꿋꿋이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위대함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깊게 우리를 감동시키고 큰 위안을 준다. 또한 그건 바로 우리 옆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어떤 희망이 결코 적지 않다.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길거리에서 만난 분들이 하는 이야기에서는 그래서 깊은 진심과 삶의 내공이 느껴진다. “나침반이 많이 흔들린 후에 딱 그 곳이 북쪽이라고 알려줘요. 살아가며 흔들릴 일이 참 많지만 결국 방향을 찾게 될 거에요.(진명희)”, “마음 편하게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최병윤).” “안된다고 해도 수능이나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런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이진경)” “너무 수고했고 너희들의 육년 삼년 삼년이 어떤 일을 했던지 간에 공부를 했던지 취업을 했던지 간에 여태까지 해왔던 게 하나도 허투루 된 것은 없었다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용길).”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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