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2’,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며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JTBC 드라마 <보좌관>이 시즌2로 돌아왔다. 만능이라 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다가 막판에 시청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시즌1의 주인공 장태준(이정재)은, 시즌2에서는 금배지를 달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송희섭(김갑수)과의 대결에 나선다. 그러나 사랑하는 연인 강선영(신민아)은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는 눈치고, 서울중앙지검장 최경철(정만식)은 자신을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포위망을 좁혀온다. <보좌관2>가 그리는 장태준의 여의도는 여전히 전쟁터다.

정석희 평론가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장태준을 보며 그가 그렇게까지 해서 얻으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고, 김선영 평론가는 인물들의 성장과 역할의 분배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더 활력 있는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을 이번 시즌의 매력으로 짚었다. 현실 세계 속에선 외면당하기 쉬운 노동 의제가 드라마 속에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 또한 김선영 평론가가 꼽은 <보좌관2>의 매력이다. 한편 이승한 평론가는 <보좌관2>가 여전히 지난 시즌의 정치혐오와 냉소를 벗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2020년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 당신이 바라는 여의도 정치는 어떤 모습인가? [TV삼분지계]와 함께 <보좌관2>를 곱씹으며 생각해보시길.



◆ 장태준이 소중한 사람들을 잃으면서까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JTBC <보좌관 2>의 주인공 장태준(이정재)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썩을 대로 썩은 송희섭(김갑수)을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올리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토록 원하던 국회의원이 됐다. “당신이라면 나를 이해해줄 수 있잖아.” 가당찮은 소리에 한때 연인 사이였던 강선영(신민아)이 냉소를 짓는다. “이성민 의원의 죽음까지 이용하면서 의원이 됐어. 뭐라도 했어야지. 뭐라도 바꿨어야지. 태준 씨는 여전히 송희섭 장관 밑에 있어.” 시청자가 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물론 2회 ‘이빨을 드러냈으니 이젠 물어뜯어야지’로 의중을 분명히 하기는 했다.



그리고 ‘최연소 검찰 지검장, 4선 의원, 원내 대표’라는 송희섭의 이력에 ‘현 법무부 장관 최초 구속’ 한 줄을 더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노회한 정치인 송희섭이 순순히 물러날 리 있나. 결국엔 오랜 시간 송희섭 편에 서서 저질렀던 많은 일들이 태준의 발목을 잡을 터, 시즌1에서 음으로 양으로 그에 편에 서줬던 이들조차 이젠 그의 곁에 없으니 더 외롭고 지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이성민(정진영) 의원, 고석만(임원희) 보좌관, 강선영 의원, 그리고 그를 존경해 마지 않던 한도경(김동준) 인턴. 소중한 사람들을 잃으면서까지 그가 하려는 건 뭘까? “내가 어떤 인간인지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3회 예고 대사대로 부디 후회하는 이가 생기길 바랄 밖에.



시즌1과 다름없이 시즌2에서도 권력을 손에 쥔 인물들은 마치 도돌이표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순간에 누군가와 손을 잡거나, 한 순간에 등을 돌리고 서로 소리 없는 총을 쏘아댄다. 오히려 신의를 아는 건 보좌관과 비서진들이지 싶다. 강선영 의원 보좌관으로 새로이 등장한 이지은(박효주). 캐릭터로도 연기자로도 기대된다. 장태준의 유일한 편으로 남은 윤혜원(이엘리아) 보좌관과 대치하는 사이가 될지 공조하는 사이가 될지, 그도 궁금하다.

정석희 방송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장태준만의 영웅서사를 벗어나다

<보좌관2>의 가장 큰 변화는 인물들의 성장이다. 장태준(이정재)이 보좌관에서 국회의원으로, 윤혜원(이엘리야)이 6급 비서관에서 4급 보좌관으로, 한도경(이동준)이 인턴에서 8급 비서로 승진하는 등 주요 인물들의 직위가 상승하면서 활약의 폭이 커진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물들 각자의 신념과 목표가 더 뚜렷해진 점이 돋보인다. 특히 강선영(신민아)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성민(정진영) 의원과 고석만(임원희) 보좌관의 비극적인 죽음 뒤, 장태준을 움직이는 동력이 송희섭(김갑수)을 향한 복수심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강선영은 당장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국회에 입성한 태준에게 “뭐 하나라도 바꿨어야지”라고 일갈한 것처럼, 선영은 ‘큰 판’을 뒤흔들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썩은 세상을 개선할 방법에 집중한다. 고석만의 사망에 얽힌 진실을 풀어가고 이성민 의원의 마지막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역할도 선영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강선영 의원실에 새로 가세한 보좌관 이지은(박효주) 캐릭터도 큰 힘을 보탠다. 시즌1의 약점이 슈퍼보좌관 장태준의 만능 활약에 있었다면, 시즌2는 이렇듯 주요 캐릭터의 성장과 역할의 적당한 분배를 통해 한층 활력을 얻는다.



시즌1에 이어 노동 이슈를 끊임없이 환기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즌1의 첫 에피소드에서부터 부강전자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루며 노동환경개선법 발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드라마는 시즌2에서 바로 그 법안의 통과를 위해 주진화학 노동자 산재 사건을 갈등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실제 정치에서 노동 문제는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지만, <보좌관>의 세계에서만큼은 ‘세상을 바꿀’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다는 점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 시즌1의 정치혐오를 극복할 수 있을까

<보좌관>은 얼핏 굉장히 현실감 넘치는 정치 드라마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다소 이상한 드라마다. 여당인 대한당 소속 의원들끼리는 서로 폭로를 하고 견제구를 던지며 치고 박고 싸우는데, 야당의 존재감은 잘 보이지 않는 점이 그것이다. 야당에 정보를 흘려 그 쪽 창구로 폭로하게 만들어 정치적 부담을 던다거나, 야당이 혹할 만한 제안을 던져 레버리지를 삼는다거나 하는 장면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 정치에서 여당 내에서 저렇게 과격하게 싸우면, 당 내분 자체가 보는 이들을 진력나게 해서 당 전체 지지율도 떨어질 텐데 말이다.

드라마 속 야당의 존재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여당 내 계파 싸움만 이리도 치열한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 <보좌관>이 여의도 정치의 본질을 타협과 경쟁을 통한 갈등조율로 보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 줄을 서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보스정치 기반의 암투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가서 줄 설 일이 없는 야당을 굳이 다루지 않는 것이리라.

장태준(이정재)이 시즌1 시작 무렵에는 선량했는데 시즌1 말미에 가서 ‘흑화’되었다는 분석 또한 이러한 세계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장태준은 시즌1 시작부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은 그다지 가리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걸 ‘어쩔 수 없는 게임의 룰’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그가 출발은 선량했다는 이야기는 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좌관>은 시즌1 말미 장태준이 기껏 추적한 송희섭(김갑수)의 비리를 묻고 송희섭에게 굴복해 공천을 얻어내는 광경을 대단한 변절인 것처럼 묘사한다.



장태준이 그토록 원하던 배지를 단 시즌2에는 뭔가 달라질까? 장태준에 대한 신뢰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를 앞세우기 시작한 강선영(신민아)과, 반칙이나 술수가 아니라 설득의 기술을 이야기하는 베테랑 보좌관 이지은(박효주)이 극의 전면에 배치되며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송희섭과 장태준 사이의 갈등을 그리는 메인 플롯은 정치혐오와 냉소로 가득해 보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익숙하던 조합의 분화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영상·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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