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배가본드’·‘VIP’ 드라마 성공 치트키의 심화, 추리에서 스릴러로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최근 인기 드라마에는 닮은 점이 있다. 연말시상식 대상급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2 <동백꽃 필 무렵>(13일 20.7%, 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을 필두로 SBS의 <배가본드>(3일 11.2%)와 [VIP](5일 9.1%) 등 현재 미니시리즈 시청률 최상위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모두 ‘조마조마함’이 있다. 드라마 성공의 치트키로 스릴러가 각광받고 있는 것.

스릴러는 정의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수용자가 불편할 흐름으로 전개될 듯한 상황이 주는 긴장감과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비밀의 숲>이 높은 성취를 보여준 바 있는데 주로는 OCN 같은 채널에서 주력으로 다루던 범죄나 의학 장르물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다 최근 드라마에서는 장르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스릴러가 출현하고 반응도 좋다. 오피스 멜로(VIP), 액션(배가본드) 등과 결합되더니 마침내 상성이 상극으로까지 보이는 로맨틱코미디(동백꽃 필 무렵)와 맞물렸는데도 큰 이질감이 없다.



가파른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VIP]에서 나정선(장나라)이 직장 내 남편의 외도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스릴이 발생한다. 남편의 외도 상대 후보들이 모두 가까운 직장 동료라 나정신이 실체에 다가가는 순간순간이 시청자들은 긴장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SBS의 야심작 <배가본드>는 차달건(이승기)과 고해리(배수지)가 항공기 추락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긴장감이 조성된다. 둘을 저지하기 위해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거악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도 스릴러를 강화한다.

압도적인 화제성과 함께 시청률 20%를 돌파한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공효진)과 황용식(강하늘) 사랑의 강력한 장애물인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뒤쫓는 과정이 스릴러의 뼈대이다. 정체를 밝혀가는 동안 연쇄살인범은 동백의 목숨을 노리는 시도를 거듭하고 동백과 용식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릴은 극대화된다.



사실 스릴러는 드라마의 성공 공식 중 추리 기법이 심화된 형태로 봐야 할 듯하다. 드라마에 추리의 재료가 되는 떡밥 심기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미 익숙한 기법이 된 지 오래다.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해 이탈을 막고 이슈를 생산해 시청자들의 추가 유입 효과를 일으키는 효과로 인해 대표적인 드라마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스릴러는 추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장치다. 추리의 궁금증 유발에 자극성이 첨가돼 있다. 스토리 전개상 감춰져 있는 뭔가를 찾게 만드는 방법론은 동일하지만 스릴러에는 긴장과 두려움 같은 심리적 동요가 더해져 있다.

현재 스릴러의 유행은 추리가 드라마 만능키로 장기 활용되다 약효가 떨어진 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보인다. 최근 미니시리즈가 다양한 장르의 복합 없이는 시청자들을 두 달 이상 끌고 갈 동력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도 추리보다 다루기 까다로운 스릴러까지 끌어오는 원인일지 모르겠다.



스릴러 유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방송을 앞두고 있는 작품 중에도 복합 스릴러들이 꽤 보인다. 오는 20일 tvN에서 첫 방송을 준비 중인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코믹 스릴러, 반전 호구 스릴러라는 모순어법같은 작품 설명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MBC에서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한다.

잘 듣는 약은 독으로 변하기 쉽다. 스릴러는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유리할 수 있지만 낚시로만 끝나면 질타도 그만큼 무거울 수 있다. 스릴러가 전하는 긴장감과 두려움의 자극성이 클수록 떡밥 회수의 성실함과 완성도도 비례해 높아야 한다. 드라마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 떡밥이 깔끔히 회수돼야 끝난 것이라는 얘기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KBS, 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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