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플라잉 카에 전력투구하는 현대차, 그 선택에 담긴 노림수
기사입력 :[ 2019-11-17 09:55 ]


미래차 리더로 발돋움 하기 위한 안성맞춤, 현대차의 플라잉 카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무척 빨라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와 관련하여 해외 주요 기업들과의 투자 등 굵직한 뉴스가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전기 컨셉트카인 ‘현대 45’에 적용된 800볼트 초고속 충전 기술은 현대차가 유럽 최대의 충전 네트워크 합작사인 아이오니티에 새로운 주주로 참여하면서 확보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자동차 전문 기업인 델파이가 미래차 엔지니어링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이름을 바꾼 앱티브(Aptiv)와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공동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현대차의 국내 연구 시설에서 앱티브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매우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 가지 다소 생뚱맞은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플라잉 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였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9월 30일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 기술과 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UAM(Urban Air Mobility)사업부’를 신설하고 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플라잉 카를 상용화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물론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미래의 중요한 먹을거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모건스탠리는 플라잉 카를 중심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의 시장이 2040년에는 1조5000억 달러, 즉 180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포르쉐가 미국의 보잉과 플라잉 카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들이 이미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아직 자율주행 자동차도 완성하지 못했음에도 말이지요.

솔직히 플라잉 카는 우리나라에 당장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여전히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는 민간 항공기의 항로도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개인이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비행 공역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심지어는 서울에서는 조그만 드론조차도 마음대로 날릴 수 없으니 플라잉 카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통일이 된 다음에야 상황이 많이 나아질 것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플라잉 카에 공격적으로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던 저는 갑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플라잉 카는 현대차가 미래차의 리더로 발돋움을 하기 위하여 안성맞춤이었던 겁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율주행은 플라잉 카가 더 쉽다.

우리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달릴 수만 있어도 감탄하는 반면 이미 비행기는 오토파일럿이라는 자동 항법 시스템을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토 타이크 오프와 오토 랜딩으로 기술적으로는 완전한 자율 운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자율주행이 어려운 이유는 이른바 ‘코너 케이스’ 때문입니다. 즉 일상적인 주행 상황을 벗어난 돌발적 예외적 상황을 만날 확률이 자동차에게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전동 킥보드처럼 새로운 교통수단들의 등장도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지요. 어쨌든 이런 모든 경우에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만 자동차는 안심할 수 있는 자율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하늘은 매우 한가합니다. 보행자도 없고 건물도 없습니다. 고도를 안전하게 나누기만 하면 비행기와 플라잉 카는 하늘을 안전하게 나누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플라잉 카는 자율주행 혹은 비행에 있어서 오히려 자동차보다 수월한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 항공 면허가 없이도 하늘을 날 수 있는 플라잉 카는 안전을 위하여 자율 비행이 의무 사항입니다. 기술적으로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법적으로도 필수적이니 자율 비행을 반드시 개발해야 합니다. 훨씬 앞선 제품이라고 생각되는 플라잉 카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플라잉 카는 자동차와 다른 역학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항공기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NASA에서 항공기 연구의 수장이었던 신재원 부사장을 영입한 겁니다.

그리고 현대차에게는 플라잉 카에 핵심이 될 수 있는 기술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수소 – 친환경 플라잉 카에 최적인 동력원

플라잉 카는 미래차입니다. 따라서 친환경 동력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거운 배터리를 사용하면 더 높은 출력이 필요하고 더 큰 배터리를 실어야 하는 등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즉 배터리 기술에 새로운 돌파구가 오지 않는 한 순수 배터리 방식의 전동 플라잉 카는 어렵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현대차는 거의 절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수소연료전지입니다. 최근 국내 기업이 한 번 연료를 보급하고 2시간 연속 비행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선보이기도 했듯이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 방식으로는 어려운 장시간 비행과 우수한 동력 대비 하중 비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차가 플라잉 카에 도전하는 것은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격변기인 지금 기술적으로 리더의 자리로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인 것입니다.

그런데 플라잉 카는 비싸겠지요?



◆ 플라잉 카는 럭셔리 시장

일단 도심을 날아다니는 플라잉 카는 살짝 뒤로 미루고 현실적인 시장을 보도록 합시다. 우리나라에는 아주 드물지만 미국이나 호주처럼 넓은 대륙에서는 경량 항공기를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동차로 집 근처의 소형 로컬 공항으로 이동하여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서 다른 주나 도시로 여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플라잉 카가 있다면 이 사람들은 더 이상 자동차 – 자가용 경량 항공기 – 자동차로 교통수단을 갈아타야 하는, 그리고 공항을 들러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경량 항공기의 인테리어는 매우 기능적이긴 하지만 자동차의 인테리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즉 한 대에 억대를 호가하는 값비싼 탈 것임에도 럭셔리한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단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만 럭셔리, 즉 남들은 하지 못하는 호사일 뿐입니다.

플라잉 카의 초기 고객들이 될 자가용 경량 항공기의 소유자들은 무시하지 못할 재력을 가진 고급 소비자들입니다. 이들을 자동차의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새로운 고급 시장을 얻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위상도 단숨에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확대될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에서도 단단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듯 현대차의 플라잉 카 도전은 생각보다 많은 노림수가 있는 행보로 보입니다. 저의 이런 분석이 혹시 저만의 해몽은 아닐까 해서 동료 해외 컨설턴트들에게 제 의견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들도 잠시 생각해 보더니 무릎을 탁 칩니다.

‘이거 보통이 아닌데!’

제가 괜히 가르쳐 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현대차의 최근 행보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주저하고 뒤처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몇 해 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