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뽕포유’ 15분 만에 곡 쓰고, 삼겹살에 뮤직비디오 찍고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뽕포유’에는 어떤 마력이 숨어 있는 걸까.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데뷔라는 그 포인트만 보면 중년 세대들을 타깃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아이템의 소비층은 젊은 세대들까지 폭이 넓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곡을 만들어가고 또 녹음을 하며 버스킹으로 첫 무대에 서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빵빵 터진다.

그 빵빵 터지는 웃음의 장본인들은 이 트로트업계에서 레전드로 불리는 인물들이다. ‘박토벤’으로 불리는 박현우 작곡가와 ‘정차르트’ 정경천 편곡가 그리고 그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작사의 신’ 이건우 같은 이들은 갑자기 등장해 엉뚱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유재석도 참지 못해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의 정체는 뭘까. 그건 트로트업계라는 특별한 대중문화의 지대와 그 척박하지만 그 속에서 자생력을 갖기 위해 이들이 갖게 된 놀라운 경쟁력이 마치 하나의 B급 콩트 코미디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15분이면 충분하다며 실제로 그 짧은 시간에 뚝딱 작곡을 해버리는 박현우 작곡가는 그래서 이 ‘뽕포유’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그건 물론 천재적인 능력과 노하루가 밑받침되어 가능한 일이지만 그걸 천연덕스럽게 뚝딱뚝딱 해치워버리는 모습을 하나의 캐릭터로 포착해낸 김태호 PD의 귀신같은 눈이 아니라면 그저 이상한 세계 정도로 그려졌을 수도 있었다. 여기에 어딘지 허술해 보이지만 감각 좋은 가사를 써내는 작사의 신 이건우가 더해지고, 박현우와 적절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음악에 대한 의견차를 가끔씩 드러내면서도 곡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편곡자 정경천이 합류하면서 기막한 B급 감성 가득한 ‘뽕포유’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유산슬의 첫 번째 데뷔를 버스킹 방식으로 제안하고 그 장소를 중국요리의 성지인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한다는 설정 자체가 B급 감성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대충대충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모든 걸 잘 소화해내는 이들의 모습이 긴장감과 웃음을 동반하게 만든다. 본격적인 무대 전에 박현우와 정경천이 연주곡으로 오픈닝을 할 때 바람이 불어 악보가 다 날아가고 그래서 연주가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장면이 그렇다. 어딘가 엉성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연주가 완성도 높게 마무리되는 그 풍경이 주는 웃음이라니.



그런데 놀라운 건 이렇게 어딘지 허술하고 엉성해 보이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도대체 15분만에 뚝딱 작사하고 몇 시간만에 편곡이 끝나버리는 이 번갯불에 콩 볶듯 하는 제작과정을 거치지만 나온 결과물은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합정역 5번 출구’도 그렇지만 ‘사랑의 재개발’ 같은 곡은 직설적이지만 귀는 물론이고 가슴에까지 콕콕 박히는 가사와 곡 구성이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것이 바로 트로트 특유의 맛깔 나는 세계의 진면목을 슬쩍 드러낸다는 점이다. 트로트라는 장르는 그만큼 주류 장르에서 소외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오래도록 이 한 분야를 이어온 대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생존하는 길을 찾아냈다.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음악을 뽑아내고 돌려 말할 것 없이 직설적으로 가사를 붙여 즉각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끄집어내는 이들의 귀신같은 솜씨는 바로 그 척박한 상황 속에서 피어난 것이 틀림없다.



유산슬의 트로트 뮤직비디오를 찍겠다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업계의 대가로 불리는 이정환 작가, 이형원 감독, 양승봉 감독 또한 또 다른 B급 감성 가득한 콘셉트 회의를 보여줬다. “제작비 때문에 최대한 빨리 찍는 게 포인트”라는 이들은 심지어 4분 만에 찍은 뮤직비디오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어떤 뮤직비디오는 삼겹살 8인분을 대신 제작비로 받고 찍어주기도 했다며 정이 넘치는 이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대뜸 유재석은 ‘뮤직비디오계 타짜들’이라는 닉네임을 붙여 버렸다. 이들이 만들어낼 또 다른 B급 감성 가득한 ‘뽕포유’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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