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펀딩’ 시즌2로 돌아올 이유 차고 넘치는 까닭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일요 예능 <같이 펀딩>이 3개월 간의 방송을 마쳤다. <같이 펀딩>은 <무한도전> 김태호 PD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펀딩 참여를 통해 가치 있는 일을 실현해보는 방송 컨셉트로 총 펀딩액 25억 원(방송 종료일 기준)을 넘기며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 2로 내년 상반기 돌아올 예정돼 있는 이 프로그램의 관련 SNS 타임라인에는 시즌2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호의적인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에는 <같이 펀딩>이 시즌2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방송 종료 후 제작진의 시즌2 확정과 구상에 대한 언급도 언론을 통해 공개됐지만 시기가 구체적이지 않아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가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나름 근거가 있다. 우선 높지 않은 시청률 탓이 크다. 최종 시청률 3.8%(이하 닐슨 코리아 집계)에 시즌 내내 3~4%대를 오간 시청률만 보면 시즌2를 확신하기에 안정된 정도는 아니다.



여기에 시즌 중간 <송가인 단독 콘서트 ‘가인이어라’>를 특별 편성하고 방송을 건너뛴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송가인 콘서트>는 <같이 펀딩> 두 배 가까운 시청률을 올렸다. 시청자 의견 중에는 <같이 펀딩>이 시청률 부진으로 대체 됐고 결국 폐지되는 것 아닌가 우려한 경우들이 상당했다.

25억 원의 펀딩액은 시청률로 환산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같이 펀딩>은 시청률만으로 점수 매기기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착한’ 예능으로는 큰 성공이라 볼 만하기 때문이다. 모금이든 펀딩이든 ‘방송을 통한 시청자들의 공익실현 참여’라는 큰 범주에서 볼 때 이 정도 액수를 3개월 프로젝트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은 적이 있었는지 싶다.

펀딩을 이끈 각 프로젝트들의 구성도 잘 기획돼 있다. 향후 펀딩이라는 수단을 통한 공동 가치 실현이 더욱 가지를 치고 퍼져 나갈 수 있도록 기여한 공로도 있어 보인다. 우선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는데 쓸 유준상의 태극기함 제작 판매는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큰 반향을 얻었다.



여기에 청각 장애 아동 수술 돕기 유인나·강하늘의 오디오북, 태풍 피해 농가 돕기 위한 사과 판매, 해양 오염 개선 환경단체 지원을 위한 ‘바다 같이’, 노홍철 소모임 펀딩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은 익숙하지 않던 시청자들이 이런 공익 펀딩을 이해하고 참여를 촉진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보인다.

특히 유준상의 태극기함 제작 프로젝트는 목표액 24000% 달성, 21억 3000만 원 펀딩이라는 화려한 숫자를 넘어 공영 방송의 가치를 적절히 실현해낸 모범으로 방송가에 길이 남을 만하다. 태극기와 보관함은 한국인이라면 의미 있을 가치이지만 게양과 보관에는 소극적 취급을 받기도 해온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태극기와 보관함을 현대적인 디자인의 인테리어 일부로 재창조해냈다. <같이 펀딩>이 태극기함을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여오고 좀 더 친숙한 존재로 만든 과정은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간 정부도, 그 어느 단체도 제대로 못했다.

다른 프로젝트들에서도 시청자들은 얻는 것들이 있었다. 펀딩에 참여해서는 공익 실현의 만족감을, 펀딩 없이 눈팅만 했더라도 펀딩과 얽힌 감동 스토리를 보면서, 또 펀딩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출연진들을 보며 거듭된 힐링을 얻었다.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착한 펀딩이 자라나는 튼실한 씨앗이 됐을 것으로 본다.



사실 <같이 펀딩>의 미래에 확신을 못 갖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영 악화와 연관이 있다. 과거 선정성 논란 등도 있었지만 그래도 방송의 공익적 기능에 책임감을 지키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 들어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수익성을 최우선하지 않을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상파들은 최근 종편, 케이블 방송사들의 증가와 유튜브 등 SNS의 영상 플랫폼 시장 잠식으로 쪼개 먹기가 된 광고 수익이 급감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청률은 곧 광고수익과 직결된다. 공적 기능이 아무리 뛰어난 좋은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낮으면 생존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예능이 재미만 있고 시청률만 나오면 되지 무슨 공익성이냐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인 역할에서 예능의 파급력은 강력하다.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취들을 거둔 적도 많다. 방송은 공기(公器)이기에 그에 속한 예능도 공익성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의 현실을 생각하면 MBC가 <같이 펀딩> 시즌2를 만약 선보이지 못하더라도 뭐라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예능은 그간 사회가 교통법규를 지키고,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가출 청소년을 집으로 복귀시키고, 약자를 존중하고 인권의 가치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같이 펀딩>의 펀딩액을 시청률로 바꿔주는 마법의 환전소 같은 것이 있어 시즌2 일정까지 일찌감치 확정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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