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자식에게 온 정성을 기울이는 부모님들처럼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경기도 이천 어느 골목길에서 만난 구두 수선의 달인 조재동씨(69세). 1970년도부터 40년 넘게 구두 수선을 해왔다는 그는 이천에서만 25년을 했단다. 토크 좀 할 수 있냐는 유재석과 조세호의 요청에 부담스럽고 얼굴도 부끄럽다는 그는 이야기할 거 있으면 하자고 슬그머니 마음을 열었다.

원래 다리에 장애가 있어 먹고 살려고 배웠다는 구두수선. 섣불리 배운 기술로 덜컥 양화점을 냈다 망해 이천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구두 밖에 다른 걸 못한다는 조재동씨에게 유재석이 힘든 점을 묻자 의외의 답변이 나온다. “힘든 점을 그렇게 못 느끼겠어요. 11시, 12시까지 일을 해도 했으니까. 일거리 많을 때는 밤을 새워가면서 하루 이틀씩 새웠으니까.”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그는 원래 소아마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손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다리의 장애가 주는 불편함보다 멀쩡한 손에 대한 고마움을 더 느끼고 있었다. “어렸을 때 한 서너 살 때쯤 소아마비로... 지금까지 장애로 살아온 거예요. 다리에 대해서도 불편하게 생각한 건 별로 없고.. 많이 불편하죠 아무래도 힘이 없으니까. 들지도 못하고 그런 거예요. 근데 나는 손이 멀쩡하니까 이 손이 나의 육신이라 할까 오직 (구두 일이) 이걸로 하는 거지 발로 하는 건 없잖아요. 손은 멀쩡하니까.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손을.”

문득 조재동씨가 그 불편한 다리로 앉아서 신나게 수선했을 구두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 곳에 온 구두들은 밑창이 달았거나 뒷굽이 꺾였거나 깔창이 떨어지거나 했을 것이다. 그런 구두들을 멀쩡히 고치는 그 마음에 담겨졌을 조재동씨의 정성이 얼마나 남달랐을까. 그렇게 수선된 구두를 신고 편하게 걸었을 손님들을 생각하니 그 장면 하나가 가슴 뭉클한 동화처럼 다가왔다. 불편한 다리를 비관하기 보다는 그럼에도 누군가의 편한 발을 위해 구두를 고치는 그 마음이라니.



“제가 원래는 어렸을 적에 앉은뱅이였었대요.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고치려고 이 병원 저 병원 한약방이면 한약방 다 쫓아다니면서 이만큼 만들어놓은 거예요. 다행히. 그렇지 않았으면 앉은뱅이로 지냈을 텐데 이렇게 걷게끔 해주셨으니깐 그래도 부모님한테 고마운 거죠. 제 부모님한테 구두를 만들어 드린 적은 없어요. 진짜 못됐죠 부모님한테 제가 해드린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서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까 아니 내가 왜 그 때 아버지 구두 한 켤레 못해드렸나 좀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조재동씨의 헌신적인 마음이 어디서 왔는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누군가의 구두를 수선하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그 마음은, 어쩌면 그가 자신에게 그토록 정성을 들였던 부모로부터 넘겨받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감사해 하는 것이었고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쓸모가 있다는 걸 불편한 다리로부터,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헌신했던 부모님들로부터 또 자신이 그렇게 헌신해온 구두들로부터 깨닫고 있었다. “지금 하나님이 나를 이 상태로 만들어주셨다면 잘 만들었던 못 만들었던 만들어주신 상태로 다가 어떤 사람은 예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은 밉게 만들고 하나님이 각각 만들어 주잖아요. 감사하다고 그런 마음으로 거기에 순응하고 만족하면서 살아야지 어떡해요. 그렇다고 뭐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허허..”



산수유가 길손을 반겨주는 경사1리에서 만난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이정숙씨(69세)의 사연 역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누군가의 헌신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줬다. 26대째 이 곳에서 사는 남편을 만나 이 곳에서만 46년 간 살았다는 그는 산 넘어서 물 길어다 김장을 할 정도로 고생스런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는 남편의 형이 다리에 장애가 있는데 애들이 일곱 명이라 그 곳을 떠나면 시댁 식구 모두 근근이 생활해야 하는 처지라 그 곳에 눌러 앉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정숙씨는 가장 힘든 일이 뭐였냐고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엉뚱하게도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예방접종을 잘못 맞아 결핵에 걸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 여섯 달을 업고 왕복 4시간 통원 치료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 자신이 힘든 것보다 자식이 힘든 걸 보는 게 아마도 더 힘들었을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헌신하는 마음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었다. 너무 고생하는 딸을 그냥 볼 수 없어 시골로 이사까지 오신 어머니는 20리 밖에 있는 집에서 매일 같이 걸어와 딸 일을 하루 종일 돕고 저녁이면 귀가하곤 했단다.

어머니에게 이건 내 일이니 그러지 말라고 했을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네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내 일인 거다.” 그렇게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딸 걱정만 하다 갔다는 어머니의 헌신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헌신은 이정숙씨의 삶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때론 우리의 삶이 자신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다 여기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쩌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헌신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헌신을 통해 잘 자라난 마음은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되는 건 아닐는지.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천에서 만난 위대한 삶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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