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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러브레터’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나
기사입력 :[ 2019-11-21 13:36 ]


힐링의 경험을 체험하게 해주는 드문 영화, ‘윤희에게’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임대형 감독의 영화 <윤희에게>를 본 관객들은 거칠게 둘로 나뉘어질 수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떠올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그렇듯 이 둘을 가르는 경계선은 흐릿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영화를 보면서 <러브레터>를 거의 떠올리지 않은 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재료만 보았을 때, <윤희에게>에 끼친 <러브레터>의 영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두 영화 모두 겨울의 오타루가 배경이고 편지를 주고받는 두 여자가 주인공이며 편지로 시작하며 편지로 끝이 난다. 어떤 관객들은 영화의 무대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부분부터 한국인 주인공들이,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서너 배 쯤 더 사랑받는 이 영화를 갖고 만든 일종의 영화적 테마 파크에 들어간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러브레터>를 떠올리지 않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리며, 이 영화가 타깃으로 잡고 있는 잠재 관객들에게는 유사성보다 그 고유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 그들은 <윤희에게>를 다른 영화들과 비교할 것이다. <캐롤>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디스오비디언스>도 생각이 난다. 이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시작하면 <러브레터>를 처음에 의식했다고 해도 곧 잊어버리게 된다. 오히려 감독이 참고했다는 막스 오퓔스의 영화 <미지의 여인에서 온 편지>나 원작인 츠바이크의 소설이 엮기가 더 쉽다. 지금까지 언급된 작품 중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작품은 <디스오비디언스>겠지만.

언급된 영화의 예로도 알 수 있듯, <윤희에게>는 퀴어 서사이다. <윤희에게>는 윤희와 쥰이라는 두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영화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죽은 남자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러브레터>가 한없이 수줍은 짝사랑의 이야기였다면 <윤희에게>는 억압되고 찢겨나가고 부정당한, 격렬한 사랑의 후일담이고 두 주인공은 모두 당시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정리해서 말하면 <윤희에게>는 감상성과 추상성이 지워진 훨씬 직설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그 어떤 것도 의도적으로 페티시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도적으로’를 추가한 것은 모든 것들은 결국 누군가에 의해 페티시화되며 이를 막는 방법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윤희에게>는 퀴어 캐릭터와 그들의 욕망을 페티시화하는 스토리 전개를 취하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갑갑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들은 결국 장점의 일부로 남는다.

<윤희에게>는 로맨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로맨스만 다루는 영화는 아니다. 윤희와 쥰에게 가해지는 억압은 단순히 로맨스와 섹스를 넘어서서 이들의 삶 전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영화는 둘의 이야기로 제한하지 않고 이 억압의 영향을 받거나 억압을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을 다룬다. <윤희에게>는 끊임없이 퍼져가는 억압의 파장을 그리는 영화이다. 그리고 그 파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 상처를 입는다. 이 안에서 마음을 다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후반에 나오는 쥰의 ‘커밍아웃’ 장면이다.



여기까지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데, 정작 영화는 낙천적이다. 그건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사랑과 믿음의 이름으로 가할 수 있는 온갖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가 여전히 개인의 선함과 긍정적인 힘을 믿으며 그 치유의 답 역시 가족에게서 찾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을 읽을 수 있는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있고 습관적인 공포와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 당사자들이 과거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갈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나치게 습관적으로 쓰여 이제 거의 의미가 없어졌지만 ‘힐링’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윤희에게>는 가볍지 않은 힐링의 경험을 체험하게 해주는 드문 영화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윤희에게><러브레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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