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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실력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사입력 :[ 2019-11-25 10:38 ]


안전 기술에 의존하지 말고 운전 실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가 점점 더 안전해진다. 극단적인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를 보호하는 안전 기술이 차에 점점 더 많이 접목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안전 기술은 운전자의 미숙한 운전 실력을 보완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주행 안전장치라도 물리 법칙을 초월해 승객을 보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풀이하자면 결국 운전자의 운전 실력이 안전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기술에 의지하지 않도록 모든 운전자의 운전 실력을 높이는 것이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운전을 제대로 배울 곳(방법)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아주 기초적인 정보나 경험조차 하지 못한 채 곧바로 도로에서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운전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스스로 터득하고 싶어도 운전을 제대로 연습할 장소조차 없다. 이런 사회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고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드라이빙 아카데미나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짧은 프로그램 형태에 그친다. 그래서 운전을 장기적으로, 혹은 심도 있게 배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도 찾아보면 운전을 제대로 배울 곳이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다. 자동차 제조사가 독립적으로 전용 드라이빙 공간을 운영하면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곳은 한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선 브랜드에 속한 자동차를 경험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온로드와 오프로드, 택시 드라이빙(동승) 등 10여 개가 넘는 운전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시작은 이론 교육이다. 자동차의 모든 움직임은 물리적인 법칙 안에서 이뤄진다. 다시 말해 자동차는 과학이고, 모든 현상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무리 운전 경험이 많더라도 이런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차를 제대로 조작할 수 없다. 여기서 배우는 것은 차의 물리적 특성이 주행에 미치는 영향. 그것을 운전자가 인지하고 올바르게 조종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즉, 시트 포지션이나 시선 처리, 스티어링 휠과 가속 및 감속 페달의 조작 방법 등이다. 심화 교육 프로그램(인텐시브)에선 타이어 접지력 안에서 행해지는 올바른 가속과 제동, 코너링, 그리고 시선 처리 등을 주로 다룬다.



이후 이론을 통해 이해한 내용을 체험하고 특정 상황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운전 실력을 높여간다. 트랙 안에 녹아든 각종 기술적 장비로 우리가 일반도로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자동차의 움직임 특성을 경험할 수 있다. 서큘러(Circular)라 불리는 커다란 원형 코스에서 앞바퀴가 심하게 미끄러지는 상황을 가정한 언더스티어, 과도한 출력으로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차 꽁무니가 옆으로 회전하는 오버스티어를 경험한다. 그리고 각 상황에 맞춰 안전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배운다.






일부 코스에서는 킥 플레이트(Kick Plate)라 불리는 장치를 통과할 때, 자동차의 뒷바퀴를 강제적으로 한쪽 방향으로 밀어서 오버스티어를 일부러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 차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것뿐 아니라, 전방에 무작위로 솟아오르는 물기둥을 피해서 운전하는 법을 연습한다. 극단적인 주행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한다. 이런 교육은 이제 막 운전면허를 취득한 초보자뿐 아니라 경험이 많은 운전자에게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 것보다 차가 안쪽으로 더 많이 회전하는 현상. 쉽게 말해 뒷바퀴가 코너 밖으로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를 대처하는 법을 단계별로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과정에 마지막엔 오버스티어 상태에서 균형을 잡고 지속적으로 상태를 유지하는 드리프트도 배울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드리프트는 그저 재미나 낭비라고 인식하고 한다. 하지만 교육이란 관점에서 보면 뒷바퀴 굴림 자동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다방면에서 배우는 방법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2차 혹은 3차 장애물까지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행해지는 많은 프로그램이 대부분 트랙 주행을 포함하고 있다. 차를 무조건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트랙에서 차를 안전하게 몰수 있는 모든 테크닉이 결국 공공도로에서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방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올바르게 차를 제어하는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익힌다. 코너의 직전에서 올바르게 감속하는 법, 코너를 들어가기 전에 시선 처리. 코너를 제대로 도는 최적의 라인과 탈출할 때 가속하는 법을 익힌다. 그리곤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를 느끼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결국 물리적 한계 범위 안에서 자동차의 모든 요소를 정확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런 심도 있는 교육, 반복적인 운전 연습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안전한 운전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BMW 드라이빙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세련되게 차를 다룰 수 있게 되었음을 몸으로 느꼈다. 결국 아무리 자동차의 전자제어 장치가 발전해도 안전이란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운전 실력이다. 그리고 운전 실력은 자동차에 달린 옵션처럼 돈으로 쉽게 살 수 없다. 배우고, 연습하고, 지속적으로 다듬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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