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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석유 부국도 아닌데... 슈퍼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한국
기사입력 :[ 2019-11-26 10:53 ]
슈퍼카 성장세,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유독 우리나라는 고급차가 많이 팔린다. 이제는 고급차 중에서도 슈퍼카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슈퍼카가 많이 팔리는 우리나라 시장은 비정상일까?”



[임유신의 업 앤 다운] 비싼 차가 많이 팔리면 비정상일까?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은 특이하다. 고급차가 대중차보다 많이 팔린다. 1, 2위는 벤츠와 BMW가 오랜 기간 장악한 지 오래다. 꽤 오랜 기간 BMW가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수입차는 가격이 비싸서 처음엔 고급차가 많이 팔릴 수밖에 없고, 시간이 흐르면 대중차가 역전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BMW가 1위에서 물러난 이후 그 자리는 벤츠가 올라갔다. BMW는 1위에서 내려왔을 뿐 2위 자리를 지킨다.

상위권 모델 대부분은 고급차가 차지한다. 1위 자리는 대체로 고급차 중에서도 가격대가 높은 중형 세단이다. 많이 팔려야 할 대중차는 오히려 기를 펴지 못한다. 자동차 구매는 취향이니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특색으로 봐야 한다, 판매사의 능력이 뛰어나서다 등 여러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일반적인 고급차와 대중차의 판매 비중으로 따지면 정상 구조는 아니다.



몇 년 전부터는 고급차 중에서도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슈퍼카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해 페라리 신차 등록 대수는 160여 대에 이른다. 람보르기니와 맥라렌은 각각 50여 대다. 5년 전에는 세 브랜드의 합계가 80여 대였는데 5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10월까지 람보르기니의 공식 신차 등록 대수는 130대에 이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 자리를 넘기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세 브랜드 모두 예전과 비교해 계속해서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슈퍼카는 아니지만 최고급차로 통하는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공식 등록 대수가 123대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넘겼고, 올해 들어 10월까지 지난해 판매량을 뛰어넘는 140대를 기록했다. 벤틀리도 2011년 100대를 넘긴 이후, 2014년부터 꾸준하게 200~300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슈퍼카와 최고급차 판매는 대수로 따지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들 차의 가격이 평균 3~4억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적은 수는 아니다. 슈퍼카 판매 증가는 국내에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에 걸쳐 슈퍼카 판매는 늘어나고 있다. 페라리는 2017년 8398대에서 2018년 9251대로 증가했다. 람보르기니는 3815대에서 5750대로 껑충 뛰었고, 맥라렌은 3340대에서 4806대로 늘었다.

전 세계에 슈퍼카 판매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상에서 타기 편한 성격이 강화되고, 차종 확대로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슈퍼카에 접근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졌다. SUV가 인기를 끌면서 SUV를 내놓은 슈퍼카 업체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더 고급스럽고 희소한 차를 찾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슈퍼카를 찾는 사람이 늘었고, 자신을 드러내는 문화가 퍼지면서 젊은 층까지 슈퍼카에 관심을 가진다. 국내 슈퍼카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슈퍼카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면 시각이 갈린다.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에 맞지 않게 많이 팔린다는 의견과 아직도 멀었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과연 과소비이고 이상 과열 현상일까?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국내에서 슈퍼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페라리만 봐도,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미국으로 대략 25%에 이른다. 람보르기니도 한국 시장 판매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고, 올해 많이 팔렸다고 해도 대략 2% 선이다. 맥라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 수입차 분야에서 고급차가 많이 팔리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 26만여 대 가운데 벤츠가 7만 대다. 점유율은 27%에 이르고, 벤츠 판매 국가 중 판매량으로 세계 5위에 올랐다. 몇몇 모델은 한국 판매량이 전 세계 국가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달린다. e-클래스는 단일 모델로 지난해 3만5000대가 넘게 팔렸다. 2위인 BMW 5시리즈도 1위와 차이는 벌어지지만 2만3000대를 넘겼다. 두 차종 합이 6만여 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의 23%를 차지한다.



이런 현상과 비교하면 슈퍼카는 비정상적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슈퍼카 대당 가격이 비싸다고 해도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매출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차 가격이 비싸다 보니 성장세가 크면 굉장히 많이 팔리는 듯 보일 뿐이다.

수입차든 국산차든 판매량을 두고 종종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논할 때가 있다. 불법이나 편법 등 부당한 방법으로 판매를 늘리지 않은 이상, 정상과 비정상 구분은 의미가 없다. 현재 취향과 선호도 등에 따라 판매가 될 테니 말이다. 자동차 시장 다양화 측면에서는 슈퍼카든 대중차든 여러 차가 골고루 팔려야 한다. 국내 시장 규모와 경제 수준을 보면 슈퍼카 시장은 더 커져야 한다. 페라리 판매가 10위 안에 들면 그때에나 비정상을 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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