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대의 스타, 유산슬과 펭수의 평행이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최고의 스타 캐릭터로 등장한 유산슬과 펭수는 유사한 점들이 많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지목하고 있는 건 이들이 방송사의 경계를 허문 방송사 대통합의 주인공들이라는 점이다. 유산슬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뽕포유’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트로트 신인가수로 탄생하며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tbs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WBS <조은형의 가요세상> 같은 라디오 방송에 이어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해 큰 화제를 만들었다.

펭수 역시 EBS 캐릭터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V2>, SBS <정글의 법칙>,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했다. 물론 라디오는 더 많고 지금도 펭수를 섭외하려는 방송들은 넘쳐난다. 최근에는 방송가뿐만 아니라 광고와 마케팅 또한 들썩이고 있다. 광고 모델 섭외가 폭주하고 있고 이랜드 스파오는 펭수 나이와 같은 10주년을 맞아 내달 펭수 콜렉션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것은 유산슬도 마찬가지다. 유산슬이란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트로트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박현우 작곡가, 정경천 편곡자, 이건우 작사가는 물론이고 연주자와 코러스 게다가 뮤직비디오 제작자까지 다양한 트로트업계 사람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라의 재개발’은 특유의 휴게소풍의 빠른 템포가 특징이라 이제 휴게소에도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유산슬과 펭수가 유사한 건 이들이 캐릭터라는 점이다. 유산슬은 유재석이 트로트가수로 나서면서 쓰게 된 캐릭터이고, 펭수는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를 쓰는 남극에서 온 유일한 자이언트 펭귄이다. 누가 그 탈을 쓰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중들은 암묵적으로 그 탈 안의 얼굴을 알려 하지 않는다.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는 것. 이들이 캐릭터라는 점은 지금의 대중들이 자신의 감성과 정서를 투영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중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자기 식으로 소비하길 원한다. 펭수가 기본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설정되어 있지만(그것이 허구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를 보는 직장인들은 펭수의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과 공감 가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보다 어린 세대들은 이 캐릭터가 특정 상황에 들어가 보여주는 순발력에 빵빵 터진다. 유산슬도 마찬가지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중년 세대들에게는 그 음악 자체에 빠져들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트로트의 매력을 이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캐릭터를 통해 조금씩 알아간다.

유산슬과 펭수 캐릭터가 가진 이런 유사한 성격들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채널이 주는 감성들이 더해져 있다는데서 나온다. 펭수가 기존 EBS 캐릭터들과 차별화될 수 있었던 건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마치 1인 크리에이터처럼 활동하며 그 저변을 넓혀갔기 때문이다. 이 점은 펭수가 다양한 방송사와 협업하는데 있어 훨씬 유리한 지점으로 작용했다. EBS 스타라기보다는 유튜브 스타라는 지점이 더 캐릭터에 부여되어 있어 타 방송사의 접근성이 용이했던 것이다.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가 배출한 스타지만, 이 프로그램은 애초에 유튜브에서 이른바 릴레이 카메라를 통해 시작했다. 그 일련의 실험들이 모여 지금의 ‘뽕포유’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던 것. 유산슬의 행보와 <놀면 뭐하니?>의 카메라 실험은 그래서 역시 유튜브 채널의 1인 크리에이터들과 비슷하다. 유재석이 어떤 낯선 곳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던져지고 그 곳에서 겪는 해프닝들로 유산슬이 탄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현장에 부딪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을 닮았는가를 알 수 있다.

유산슬과 펭수는 그래서 유튜브 시대의 새로운 스타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유튜브, 아니 네트워크의 특성이 산재한 정보들 속에 어느 한 지점을 콕 찍어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유산슬과 펭수가 어떤 지점을 찍었는가가 눈에 들어온다. 유산슬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던 트로트 업계를 콕 찍어 그 업계를 부흥하는 캐릭터로서 모두의 지지를 얻었다. 펭수도 마찬가지다. 이제 너무 교훈적인 캐릭터에 식상해하는 유튜브를 먼저 경험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캐릭터에 익숙한 키덜트 어른들을 모두 끌어안고 그들의 공감대를 콕콕 찌르는 지점에서 펭수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과거 지상파나 케이블 등이 어떤 캐릭터를 스타로 만드는 방식은 방송사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홍보하는 방식에 의존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의 캐릭터는 대중이나 업계가 가진 갈증들을 대변하는 존재로서 그 자체로 지지를 받아 스타가 된다. 사실 유산슬의 가창력이 대단하다 할 수 없고, 펭수의 캐릭터 플레이가 굉장히 놀라운 프로페셔널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은 대중들(업계)이 가진 욕망을 대변해주는 캐릭터들로 지지받으며 무얼 해도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최근 들어 방송가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시대가 열리고 있고 유튜브 같은 채널의 감성이 우리네 대중들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제 지상파 같은 플랫폼이 우위를 갖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그러니 이 달라진 시대에 주목받는 스타 캐릭터 역시 그 탄생과 행보 자체가 달라졌다. 펭수와 유산슬을 보면 유튜브 시대의 스타 캐릭터가 어떤 양상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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