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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테슬라의 ‘충격적인’ 사이버트럭을 사전 주문한 까닭
기사입력 :[ 2019-11-30 10:11 ]
테슬라 사이버트럭 - 참으로 파격적인, 그러나 매우 영리한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테슬라는 참 대단합니다.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평범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테슬라의 최초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Cybertruck)은 글자 그대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들답지 않게 다소 밋밋하게 지나간 지난봄 모델 Y 공개 행사가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모델 3가 대중적 시장에 접근한 첫 모델이었다면 모델 Y는 요즘 핫 한 SUV 시장에서 활약할 모델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컸을 겁니다. 그런데 반응이 조금 밋밋했습니다. (어쩌면 대중적인 모델이라면 너무 뜨거운 반응보다 이성적인 반응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여간 이번 사이버트럭은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차가 공개되는 순간에는 사람들이 시쳇말로 뜨악한 반응이 다수였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생소해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시작으로 컨셉트 모델이냐, 만들다가 말았냐, 심지어는 이거 너무 성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등 대체적으로 놀랍거나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지금의 상태로는 다양한 안전 규정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보행자 안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매우 단단한 냉연 스테인레스 강판에다가 날카로운 모서리가 너무 많습니다. 앞바퀴 휠 아치에 자율 주행 및 후시경 겸용 카메라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을 포함하여 도어 미러가 없으면 불법인 나라들이 많습니다. 타이어도 차체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불법입니다. 와이퍼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이버트럭을 사전 주문했습니다.

저는 원래 테슬라라는 회사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입니다. 자동차 만들기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고객 인도가 시작된 모델 3의 경우 고객들이 새 차의 품질과 관련하여 불만을 제기해도 무관심한 태도로 대응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더군요. 문의 간격이나 돌출량 등 이른바 단차가 너무 커서 조정을 요구하자 ‘문을 정상적으로 여닫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로 대응하는 동영상을 보고는 저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노이즈 마케팅에 가까운 언행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 등에서 혹시 회사의 가상 가치를 한껏 부풀린 다음 매각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까지 합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벤처 기업의 매각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사이버트럭을 사전 주문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차를 그렇게 만든 것이 단순한 노이즈 마케팅만은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이 차가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보이는 미해결 과제들이 앞으로 어떻게 풀려나가는가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사전 주문을 하면 업데이트를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주문했습니다.



사이버트럭은 기술적으로도 혁신이 많은 모델입니다. 그 혁신의 상징 같은 것이 바로 스테인레스 냉연 강판으로 만든 차체입니다. 이 소재의 선택이 여러 가지 혁신적인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사이버트럭의 냉연 코일 스테인레스 강판은 평범한 스테인레스 스틸이 아니라고 합니다. 스페이스 X의 대형 우주선인 스타쉽(Starship)을 만드는 것과 같은 제품이라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경량화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사이버트럭은 가장 가까운 경쟁자인 포드 F-150보다 최소한 무겁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차체는 F-150보다도 꽤 크고 대형 전기차니까 당연히 상당히 큰 배터리를 실어야 합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차체 구조를 가볍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사이버트럭의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즉 외골격 방식의 차체 구조입니다. 마치 갑각류나 곤충처럼 단단한 껍데기로 몸의 구조를 지탱하는 것입니다. 보통 승용차의 모노코크 혹은 유니바디 형식과 유사하지만 단순히 피부처럼 칸막이 역할만 하는 유니바디 차체의 외부 패널과는 달리 엑소스켈레톤 차체의 외부 패널은 그 자체가 골격입니다.

두 번째는 내구성입니다. 이 외골격을 고강성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면 매우 견고할 뿐만 아니라 부식되지 않으므로 새 차의 강성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발표회에서 보았듯이 해머로 두들겨도 멀쩡한 견고한 차체를 갖는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오프로드에서 앞 차량이 걷어차는 돌멩이에 맞아도 괜찮다면 아주 큰 특장점이 되기도 할 겁니다. 시연 과정에서 깨져서 낭패를 보았지만 강화 유리를 사용하는 것도 차체의 손상 방지 능력을 완벽하게 만들어서 특장점으로 어필하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원가 절감입니다. 스테인레스 강판은 녹이 슬지 않습니다. 따라서 방청 처리나 페인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생산 공정의 단순화와 재료 절약 등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테슬라 차량의 품질 관리에서 고객들의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이 페인팅(도장) 품질입니다. 칠을 하지 않으니 불만이 없겠죠. 품질 관리와 애프터서비스도 모두 원가입니다.

그리고 원가 절감과 이어지는 것이 바로 단순한 디자인입니다. 사이버트럭의 차체를 구성하는 고강성 냉연 코일 스테인레스 강판은 보통 철판처럼 복잡한 형상으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너무 단단합니다. 일론 머스크도 ‘이 강판으로 복잡한 형상을 만들려고 했다가는 프레스 기계가 부서진다’라고 트위터에 직접 올렸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단단하고 가벼운 외골격 차체를 만들기 위하여 선택한 고강성 냉연 코일 스테인레스 강판은 단순하고 소위 ‘사이버펑크 스타일’의 사이버트럭 디자인의 이유인 셈입니다. 그리고 차체 형상이 단순하면 단차를 맞추는 것도 쉽습니다. 이 또한 원가 절감이 됩니다.

이처럼 원가를 절감한 효과는 매우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 거의 6미터에 육박하고 거대한 배터리를 사용할 것이 틀림없는 사이버트럭의 가격이 테슬라 모델들 가운데 가장 작고 저렴한 모델 3와 거의 같습니다. 그리고 테슬라 모델들 가운데에서 처음으로 경쟁할 만한 내연기관 모델들과의 가격 차이가 가장 작은 모델입니다. 포드 F-150 5인승 슈퍼크루(SuperCrew) + 6.5피트 적재함 모델의 기본형이 36,000달러인 반면 테슬라 사이버트럭 후륜 모델이 39,900 달러이니 실제로는 더 저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이버트럭의 최상위 3 모터 모델은 69,900 달러로 F-150 라인업에서 가장 비싼 모델에 옵션 몇 가지만 더한 것보다 저렴합니다. 게다가 사이버트럭은 모든 모델에 오토크루즈와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장착입니다. 엄청난 가격 경쟁력입니다.



게다가 사이버트럭은 여느 픽업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습니다. 별도의 짐칸처럼 보이지 않는 사이버트럭의 일체식 적재함에는 전동식 롤러 커버가 장착되어 있어서 커버를 덮으면 그냥 SUV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에는 엄청나게 큰 파워 탱크로 변신할 수 있는 대형 배터리가 있어서 전원 공급도 자유롭고 심지어는 레저용으로 쓸모가 큰 에어 컴프레서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이버트럭은 단순히 전기 픽업이 아닙니다. 어쩌면 미래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유틸리티 카의 상징물과도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차가 완성되어 출고될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점들을 잘 해결하고 제가 생각한 대로의 강점과 참신성을 그대로 지켜내기만 한다면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진짜로 커다란 충격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다르겠습니다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레저용 픽업트럭을 구입하는 고객층은 같은 가격의 SUV를 구입하는 고객들보다 구매력이 훨씬 높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사이버트럭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료한다면 시장에서도 반향이 상당할 것입니다. 참고로 작년 한 해 동안 4만1천대 이상의 코란도 스포츠가 국내에 판매됐습니다. 올해에도 10월까지 코란도 스포츠 4만대, 그리고 수입 모델인 콜로라도가 한 달에만 150대 가량 출고됐습니다.

일단 저에게는 앞으로 열심히 일해야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부분을 사이버트럭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냥 해약하면 그만입니다. 무조건 환불 조건의 사전 주문이니까요.

결과가 궁금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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