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의 양식’, 백종원에 유현준까지 출연했지만 어째 산만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양식의 양식>은 첫 회 주제로 치킨을 잡고, 치킨의 모든 걸 파헤치겠다는 충만한 의욕을 보였다. 그래서 전라도 광주의 양동시장에서부터 미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을 넘나들며 그 곳 사람들이 즐기는 치킨을 먹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들이 프로그램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꽤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도 그냥 말로만 전하는 정보가 아닌 현지를 직접 찾아가 발로 뛰고 직접 먹어보며 느낀 정보를 전했지만 어딘가 산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양식의 양식>은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 대한 역사나 정보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스레 먹방의 요소가 들어가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음식에 깃든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문학평론가 정재찬, 건축가 유현준, 저술가 채사장 그리고 백종원, 최강창민으로 구성된 출연자 구성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음식의 인문학’을 추구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첫 회 주제로 치킨을 잡은 건, 우리네 대표 음식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을 다루겠다는 의도처럼 보인다. 치킨은 미국은 흑인들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되었다. 그리고 이런 진화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도 또 프랑스도 똑같은 치킨이지만 먹는 방식이나 요리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지만 또한 보편성을 가진 치킨 같은 음식을 소재로 하면 보다 근원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식의 인문학’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10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통닭의 시초로 알려진 광주 양동시장을 찾아 지금도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튀겨주는 통닭을 먹으며 그게 만들어진 기원을 찾아냈고, 야구장을 찾아가 그 곳이 어떻게 치킨의 성지가 됐는가를 추론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적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치킨 창업이 급증했고 2002년 월드컵 이후 급속도로 치킨 매장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미국으로 날아간 출연자들은 치킨이 흑인들의 소울푸드가 된 이유로 백인들이 먹지 않는 부위를 튀겨 먹다 나중에는 이를 팔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역사적 이유를 전했고, 인도네시아를 찾은 최강창민은 그 곳이 치킨의 나라가 된 이유로 다양한 종교들이 있어 특정 고기가 금기가 되어 있는데 닭고기만큼은 모두가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심지어 회로도 먹는 토종닭과 프랑스에서 기존 닭보다 5배나 비싼 브레스 치킨 요리를 먹어보며 그 요리법과 맛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이렇게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정보들이 채워졌지만, <양식의 양식>은 그 편집에 있어서 너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이를 테면 광주 양동시장에서 통닭을 먹다 갑자기 튀어나온 야구장 이야기에서 장면이 바뀌며 야구장을 찾은 최강창민과 유현준의 이야기가 나오는 식의 편집이다. 물론 그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말로만 전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지로 가서 체험한 걸 바로 바로 이어붙이는 것으로 스펙타클한 영상을 보여주려 한 것이지만, 확실한 포인트를 찾기가 어려워 오히려 몰입을 깨는 느낌이었다.



<양식의 양식>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는 건 여기서 전하는 정보나 인문학적 관점들이 생각보다 너무 적거나 얇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치킨의 역사나 음식에 대한 정보를 주로 알려준 건 백종원이었고, 유현준이 약간의 자신의 생각을 더한 인문학적 소견을 더했을 뿐 다른 출연자들은 그다지 역할이 없어 보였다. 정재찬 문학평론가나 채사장은 거의 본인들의 소견들을 전하지 않아 이 프로그램이 ‘음식의 인문학’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웠다. 음식의 인문학을 추구하려 했다면 좀 더 그 분야에 정통한 음식 인문학자가 출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식의 양식>은 그 기획의도가 좋고 그 소재 또한 충분히 흥미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 의도만큼 프로그램이 충실하게 내용들을 채워 넣었는가 하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첫 회라 아직 모든 걸 판단하긴 어렵지만, 너무 겉핥기식의 정보에 화려한 로케이션과 먹방을 더하는 정도로는 이미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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