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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컨대, ‘씨름의 희열’은 씨름계의 ‘미스트롯’이 될지니라
기사입력 :[ 2019-12-02 17:19 ]


‘씨름의 희열’ 오디션의 외피를 입고 씨름 본연의 매력 뽐내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씨름이 인기를 잃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로만 축약해서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체급으로 밀어붙이는 덩치 씨름의 시대가 오며 정교한 맛이 사라졌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고, 경기는 몇 초만에 끝날 거면서 샅바 싸움만 수 분을 하는 경기형식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꾸준히 보는 이들이 줄어드니 선수마다 지닌 고유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연속성이 단절되어 스타 플레이어를 키우기 어려워지고, 그런 와중에 외환위기를 맞이해 프로팀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씨름의 희열>은 이와 같은 한계상황을 극복해 보려는 씨름계의 꾸준한 노력과 KBS의 기획이 결합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컴백이라 할 수 있겠다. KBS는 2011년 선보인 이태웅 PD의 2부작 다큐멘터리 <천하장사 만만세>를 통해 우리가 왜 씨름에 열광했는지를 다시 조명했다. 2016년부터는 대한씨름협회 또한 씨름이 구시대적 스포츠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젊은 씨름선수들을 앞세운 홍보 캠페인과 화보 작업을 진행했으며, 비슷한 시기 KBS가 유튜브 공간에서 수싸움이 도드라지는 태백급 경기를 조명하며 젊은 씨름선수들에게 하이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었다. 이와 같은 수 년 간의 노력이 쌓인 결과가 바로 <씨름의 희열>이다.

정석희 평론가는 김성주와 붐의 조합이 말장난처럼 느껴지는 게 아쉽다고 지적하면서도, 인위적인 갈등 설정이 없이 순수한 승부욕으로 가득한 선수들의 라이벌 매치를 조망한 첫 화를 높게 평가했다. 김선영 평론가 또한 씨름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법을 빌려온 포맷이 성공적이었다 평하며, 트로트의 매력을 젊은 감각으로 선보이는데 성공했던 TV조선의 <미스트롯>의 성공사례를 보는 것 같다 평했다. 이승한 평론가 또한 <씨름의 희열> 첫 회가 목표한 바를 한 회 만에 이뤄내는 야심 찬 방영분이었다 평하며, 이 프로그램이 비단 태백-금강급 남자씨름에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한라-백두급으로도, 여자 씨름으로도 스핀오프를 이어가길 바란다는 희망을 남겼다. 다시, 씨름의 시간이 왔다.



◆ 볼거리로 풍성한 순수한 승부욕의 세계

‘청룡만세 백호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나이 좀 먹은 사람치고 신명 나는 이 노래 가락을 모르는 이가 있으려나? 한때 뜨거웠던 천하장사 씨름대회의 열기. 씨름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던 나도 주요 선수들은 물론이고 ‘인간 기중기’니 ‘모래판의 신사’니, 선수들 이름 앞에 붙던 수식어도 기억난다. 얼마나 열기가 대단했으면 초등학교마다 우후죽순 씨름부가 생겨나고 문화센터들도 앞 다퉈 씨름 강좌를 개설했겠나. 씨름 선수가 될 생각으로 등하교 길 자랑스레 샅바를 휘두르던 아이들은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그리고 삼십 년이 지나 우연히 올라온 온라인 경기 영상의 역주행이 가져온 뜻밖의 나비효과, 바로 KBS2 <씨름의 희열>이다. 나도 9월경 금강급 임태혁 선수 경기 영상을 접하고 감탄했었다. 알고 보니 내 기억 속의 씨름은 백두급이 주도했던 힘의 씨름이고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씨름은 경량급의 기술 씨름이었던 것.



<씨름의 희열>은 기술 씨름의 묘미를 살리고자 경량급 1인자를 가리는 과정을 담는다. 첫 회 태백급 선수 8인의 라이벌 대결, 갈등 설정이 없는 순수한 승부욕이 돋보였는데 그 중 양평 군청 허선행 선수와 울산대 노범수 선수의 대결이 흥미로웠다. 1대 1 상황에서 상대의 힘을 이용해 중심을 무너뜨린 노 선수의 순발력의 승리.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 패자 허선행 선수. 경기장을 나가서 뭐했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울었죠,” 라고 답했다.

그러나 녹화 2주 뒤 설욕이라도 하듯이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당당히 태백 장사에 올랐단다. 중간 중간 선수들의 솔직한 심경도 담기고 경기장면도 슬로모션으로 보여주고, 볼거리가 꽤 많다.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진행자들. 이만기 씨는 기술 씨름의 원조답게 오랜만에 진지한 면모를 보여줘 반갑지만 김성주·붐의 조합은 MBC <편애중계>와 겹쳐 보인다. 지금 시청자에게 필요한 건 말장난이 아니라 귀에 쏙쏙 박히는 설명이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이토록 화려한 씨름

KBS <씨름의 희열>을 보며 먼저 떠오른 프로그램은 TV조선의 <미스트롯>이다. <미스트롯>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트로트를 요즘 방송가에 유행하는 오디션 포맷으로 옮겨옴으로써, 젊은 층들까지도 그 매력을 재발견하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씨름의 희열>도 마찬가지다. 올드한 스포츠라 생각했던 씨름은 선수들의 캐릭터, 관계성, 대결 구도 등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극적 장치를 만나면서 트렌디한 예능 콘텐츠로 재탄생한다. 첫 회 예선 1라운드에서부터 숙명의 경쟁자, 절친한 친구, 백전노장 등 흔하지만 효과적인 라이벌 구도로 몰입도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해도 씨름 본연의 매력에 있다. 씨름이 다시 재조명되는 이유를 묻는 말에 “너무 멋있거든요.”라고 단순명쾌하게 답한 이만기 해설위원의 말처럼, 진지한 표정의 선수들이 샅바를 잡는 순간부터 치열하게 벌이는 모래판 위의 전쟁이야말로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KBS가 오랫동안의 중계 기술로 다져온 생생한 촬영과 영상은 씨름의 멋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불과 3초 만에 끝난 경기를 천천히, 다채로운 앵글로 다시 보여주면서 그 찰나의 순간에 몇 번의 합이 오갔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씨름이 얼마나 정교하고 화려하며 역동적인 스포츠인지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여기에서 오디션 포맷은 어디까지나 씨름이라는 스포츠가 지닌 매력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심사위원, 악마의 편집, 조작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는 오디션이 탄생했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 그래, 이거거든

<씨름의 희열>은 짧은 시간 안에 그간 씨름에 필요했던 요소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젊은 감각으로 날카롭게 꾸민 특설 아레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씨름할 맛 나”는 무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씨름이란 종목 자체에 경쾌하면서도 치열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각 선수들이 걸어온 역사와 그들이 거둔 성적, 선수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인터뷰 영상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선수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친절한 자막과 반복 슬로우모션을 동원해 수 초 만에 끝나는 경기 속에 얼마나 치열한 수싸움이 오가는지를 설명하는 제작진의 노력은, 샅바 싸움은 길면서 경기는 수 초 만에 끝나는 기존의 씨름 중계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일 것이다. <씨름의 희열>은 종목 자체가 주는 낡은 느낌,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 씨름 관객의 세대 단절로 인한 씨름 기술 지식의 부재, 경기 형식 자체의 한계를 한 회만에 뛰어넘고자 했으며, 놀랍게도 그 모든 미션에 성공했다. 고백하건대, 첫 회만 봤는데 벌써 응원하는 ‘최애’가 생겼다.



외형적으로는 케이블 채널들이 쌓아온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법을 빌려왔지만, 진짜 성공의 비밀은 프로씨름 출범부터 지금까지 씨름 중계를 이어온 KBS의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씨름이란 스포츠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고민해 온 사람들이 잡은 앵글은 날렵하면서도 노련하다. 씨름이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한 이후에도 씨름계와 KBS가 그 맥을 놓지 않고 버티며 기본기를 갈아왔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이와 같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바람이 있다면 태백-금강급 남자선수들이 먼저 다져 놓은 판 위에, 한라-백두급 남자선수들이나, 더 열악한 환경과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씨름을 놓지 않고 있는 여자선수들로 채워진 다음 시즌도 욕심을 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황찬섭과 오흥민이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오채원과 김경수도 함께 받는다면 씨름 활성화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영상·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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