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맞은 ‘유퀴즈’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겨울방학을 맞았다. 길거리에서 인터뷰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특성상 겨울은 방송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첫 시작했던 방송도 11월에 일단락된 후 올 4월 봄이 되어 다시 재개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겨울이라 프로그램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기보다는 일종의 재정비 기간의 의미도 컸었다. <유퀴즈 온 더 블럭>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보통사람들의 인터뷰가 주 목적이긴 했지만 초반 퀴즈쇼에 대한 애착이 적지 않았다. 다섯 문제를 맞혀야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방식의 룰을 가졌었던 건 그만큼 퀴즈를 내고 푸는 그 과정에 이 프로그램이 몰두했다는 방증이다. 아마도 어떤 방식으로든 예능적인 포인트를 가져가야 한다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있었을 듯싶다. 덜컥 길거리로 나가 아무 사람이나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방송을 채운다는 건 요행처럼 여겨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올 4월에 돌아오면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좀 더 과감해졌다. 퀴즈에서 한 문제만 맞혀도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것으로 룰을 바꿨다. 이건 퀴즈에 집중하기 보다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퀴즈쇼는 그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을 위해 상금이든 상품이든 퍼주고픈 제작진의 마음이 담긴 장치처럼 변모했다.

올해 마지막 방송을 했던 제주도에서 해녀 분들과 가진 인터뷰와 그 끝에 이어진 퀴즈쇼를 보면, 억지로라도 문제를 맞히게 해서 100만원의 상금을 주고픈 유재석과 조세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출연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청자들조차 저분들이 꼭 100만원을 타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들이 그 분들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평생을 힘겹고 바쁘게 사느라 자식들에게 제대로 못해준 걸 미안하다며 “다시 한 번 내 딸로 태어나 달라”는 어머니나, 가장 소중한 글자를 적어달라는 말에 서슴없이 아내의 이름을 적는 문해학교 어르신, 오로지 가족이 배 곯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묵묵히 한 가지 일을 50년 넘게 해오신 세탁소 아저씨, 재가한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그 새 가족들과 갈등이 계속 생겨 어머니를 위해 그 집을 울며 떠났지만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존칭을 쓰고 계셨던 아저씨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옆에서 울어주던 아내분... 세상엔 참 보이진 않지만 따뜻하고 위대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줬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올해의 마지막으로 이제 초겨울에 들어간 제주를 찾았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훈훈한 담소들을 나눴다.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 제주의 길들을 추웠지만 그 곳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데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의 빛나는 삶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줬다. 때론 행복하고 때론 힘겹고 때론 슬프고 때론 즐겁지만 그 많은 경험들이 얽혀진 우리네 삶은 얼마나 기적같은가를 이 프로그램은 계속 들춰 보여주었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따뜻한 봄에 다시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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