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입장을 바꿔보니 드디어 보이는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입장을 바꿔보니 함부로 얘기했던 것들이 새삼 후회로 돌아온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할매 국수집에 백종원이 어머니와 딸이 서로 역할을 바꿔보라 한 뜻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거였다. 늘 주방에서 국수를 삶았던 어머니가 홀 서빙을 보고, 홀 서빙에 김밥을 마는 일을 함께 해온 딸이 국수를 삶는 역할 바꾸기.

백종원이 그런 역할 바꾸기를 미션으로 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모녀지간이라고 해도 장사를 하는 가게에서 손님들이 다 듣는 와중에도 어머니와 딸은 의견이 달라 다툼이 잦았다. 딸은 어머니가 국수를 삶을 때 정량이 아니라 더 삶은 후 남은 건 버리는 습관을 늘 뭐라 했고, 어머니는 딸이 무언가를 하려 하거나 도우려 할 때조차 만류하며 자신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하지만 오래도록 장사를 하며 노쇠해진 어머니는 솥을 드는 일이나 서 있는 일조차 오래 하면 힘겨워 하셨다. 그런 어머니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딸은 그 가게를 자신이 맡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딸을 신뢰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역할 바꾸기를 제안하자 어머니는 자신감을 보였고 딸에게 “한번 당해봐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작 역할을 바꿔 점심 장사에 들어가자 딸이 해온 홀 서빙이 만만찮다는 걸 실감했다. 몰려드는 손님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서빙에 실수를 연발했고 심지어 엉뚱한 손님의 음식 값을 계산하기도 했다. 서빙을 하며 김밥을 마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결국 김밥 메뉴는 포기했다. 힘겨워하는 어머니를 본 딸은 결국 점심 장사를 마무리 지었다.

백종원 앞에서 사장님은 괜스레 “전부 내 잘못”이라고 털어놨다. 백종원은 잘잘못을 따지려 한 게 아니라 서로가 입장을 바꿔서 그 역할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면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하려는 거였다고 했다. 역할 바꾸기를 통해 할매국수집의 모녀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이번 편에서 보여준 역할 바꾸기는 장사에 있어서 상대방의 입장에 되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잘 말해준다. 그건 같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끼리도 그렇지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돈가스집 사장님의 경우를 보면 상대방의 입장을 과연 백종원만큼 생각하고 있는가가 의문스럽다. 소스가 맛이 없다며 과일 등을 잔뜩 넣은 소스를 바꿨으면 하는 의견을 내놓았던 백종원에게 사장님은 “상처 받았다”며 재평가를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새로운 소스와 자신이 했던 과거의 소스를 함께 내놓았다.

백종원은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려 했다. 14년 간이나 장사해왔던 소스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다. 그래서 강요하지 않았다. 몇 가지만 빼고 사장님이 생각하는 소신대로 하라고 했다. 그건 괜스레 자기 고집대로 소스를 바꿔놓았다가 나중에 방송이 끝나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만들어질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은 자신의 입장에서 좀 생각해 보라며 아쉬워했지만, 백종원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도와주시러 오신 거 아니세요”라는 사장님의 말에 백종원은 당연히 도와주러 왔지만 자신의 조언을 “가려서 받으려고 그러면 나도 싫다”고 말했다. 내 입장을 생각해 달라 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부터 생각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그게 장사의 기본일 텐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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