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정통과 변칙 뒤섞인 SBS의 승부수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4일 첫 선을 보인 SBS 예능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정통 토크쇼다. 현장 토크, 상황극 스타일의 시추에이션 토크를 곁들이지만 정통 토크쇼를 표방하고 있다. 정통 토크쇼는 일반적으로 호스트와 게스트가 1:1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물론 보조 진행자가 있거나 게스트가 복수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메인 MC가 게스트의 삶과 생각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경우 정통 토크쇼로 규정할 수 있다.

첫 방송에서 호스트 이동욱은 개인적 친분을 활용해 게스트 공유가 편하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 주도록 유도했다. 주로 진지한 자세로 대중을 만나던 공유는 이날 플렉스(허세 부리기)를 하는 등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려 애썼다.

보통 정통 토크쇼에서는 호스트가 심도 있는 질문으로 파고들어 게스트의 내면과 속사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날은 게스트의 감춰진 개인적 면모들이 MC와 게스트의 친밀한 관계가 작동해 수면위로 올라오는 식이라 앞으로 사적인 연이 없는 게스트가 나올 경우 어떤 진행이 될 지 아직은 파악하기 힘들다.



알려졌다시피 NBC <투나잇쇼> CBS <레이트쇼> 등 정통 토크쇼는 미국에서는 예능을 대표하는 포맷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KBS에서 <자니윤쇼>의 자니윤을 시작으로 주병진, 이홍렬, 이승연, 김혜수, 박중훈, 김승우 등 많은 스타들이 정통 토크쇼의 호스트를 맡았다.

SBS 정통 토크쇼 사랑은 남다르다. 개국 후 <자니윤 이야기쇼>를 간판 예능으로 힘을 실었고 주병진, 이홍렬, 이승연, 김혜수 등을 내세워 정통 토크쇼 전통을 이어갔다. 타 지상파 방송사는 2000년대 들어 관심이 뜸해진 정통 토크쇼의 명맥을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로 이어간 곳도 SBS였다.

정통 토크쇼는 1990년대 활발히 시도되다가 2000년대 들어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과의 궁합을 의심받아왔다. 미국에서는 게스트가 생각이나 성향, 사생활 등 개인적인 부분들을 심도 있게 드러내는 반면 한국에서는 개인을 감추는 정서가 강해 미국처럼 정통 토크쇼가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강심장>,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 류의 집단 토크쇼가 좀 더 선호되고 있다. 게스트가 부담을 나눠 갖고 깊이 없는 신변잡기 에피소드들로만 방송에 임해도 일정 수준의 재미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재도전에 나선 것을 보면 SBS에는 정통 토크쇼 선호 정서가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예고편 격인 티저 영상 중 공유가 ‘나 처음 얘기하는 건데’ ‘진짜 이런 얘기해도 되나’ 같은 멘트들로 꾸며져 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정통 토크쇼의 약점에 대한 고민들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SBS가 정통과 변칙을 뒤섞은 승부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포맷은 정통 토크쇼이지만 편성은 한껏 변칙을 구사하고 있다. SBS는 드라마 미니시리즈 시간에 수요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목요일 백종원의 <맛남의 광장> 두 예능을 이번 주부터 내보낸다.



지난여름 시즌에 월화 미니시리즈 타임에 <리틀 포레스트> 예능을 편성했던 시도의 연장선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서진과 이승기 그리고 아이들이라는 예능의 히트메이커들을 모아놨지만 1회가 시청률 6%대(이하 닐슨코리아)에서 시작해 마지막 16회는 3%대에서 끝났다. 변칙 편성이 성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정통 토크쇼가 변칙 편성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도 성과를 낼 지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하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첫 방송은 호평 속에 시청률 4.8%를 기록했다. 첫 방송 시청률로는 나쁘지 않지만 ‘공유빨’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통 토크쇼 최적의 게스트는 ‘톱스타+은둔’의 경우이고 공유가 그렇다. 화면에 나오면 관심은 확 쏠리는데 알려진 개인사가 적은 공유같은 게스트가 계속 섭외되기는 힘들 것이다.

SBS가 게스트에 따른 부침 없이 정통 토크쇼의 한국 정착을 이끌어내 그 깊은 애정을 보답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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