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고통스런 현실 우릴 살게 하는 초콜릿 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고통 속에서 우리를 살게 해주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JTBC 금토드라마 <초콜릿>에 등장하는 문차영(하지원)의 아버지는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사치벽이 있던 엄마는 동생 태현(민진웅)만 데리고 야반도주해버렸다. 만나기로 했던 백화점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갑자기 무너져 내린 건물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그 때 그 건물더미 속에서 한 아줌마를 만났다. 그 아줌마가 아들을 위해 샀다는 초콜릿 하나가 문차영을 살렸다. 그 고통을 버티게 해준 달콤한 초콜릿 하나.

그 건물더미에서 죽은 아줌마가 바로 이강(윤계상)의 엄마다. 거성재단의 둘째 아들과 사랑에 빠져 이강을 낳았지만 헤어져 시골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살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이 사망하자 거성재단 이사장 한용설(강부자)은 손자인 이강과 그 엄마를 데려간다. 엄마가 백화점 붕괴로 사망한 후 이강은 거성재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리사의 꿈을 접고 의사가 된다. 그렇게 실력 있는 뇌신경외과의사가 되지만 이준(장승조)을 거성재단의 후계자로 만들려는 부모들은 이강을 사지로 내몬다.



하지만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로 내몰리기도 하고, 위험한 수술을 떠맡기도 하며 힘겹게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이강에게도 초콜릿 한 조각 같은 인물이 있었다. 그의 절친인 권민성(유태오) 변호사다. 이강은 문차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그와 연인이 된 권민성의 행복을 기원했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친구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 이강은 친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문차영이 끓여주는 만두전골을 먹고 싶다는 말 때문에 그리스로 떠난 문차영을 찾아 나선다.



그 만두전골 한 그릇이 권민성의 마지막 남은 삶을 붙들어주었던 것일까. 소식을 듣고 그 먼 길을 찾아와 권민성을 위해 만들어준 만두전골 한 그릇을 마지막으로 먹고 그는 세상을 떠난다. 자신을 버티게 해줬던 힘겨운 삶의 한 조각 초콜릿 같던 친구를 잃어버린 이강은 문차영을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한다. 그건 트라우마 속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문차영에게 단 한 조각남은 초콜릿이 영영 떠나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초콜릿>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힘겹고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 원인은 사적인 것이면서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나 거성재단의 승계를 두고 벌어지는 아귀다툼처럼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문차영이나 이강이 원하는 건 엄청난 욕망이나 성공 욕구 같은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고통을 잠시 잊고 버텨내게 해줄 수 있는 어떤 작은 위로 혹은 위안일 뿐이다.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어린 문차영은 이강의 엄마가 건네 준 초콜릿 하나를 아껴 먹고 버틴 끝에 끝내 살아남는다. 초콜릿 하나는 아주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때론 그 선의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려낸다. 바로 이 초콜릿 하나가 가진 기적 같은 힘이 바로 <초콜릿>이 차려놓은 음식들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다. 세상은 무너져 내렸고 그 누구 하나 쉬운 삶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 그건 바로 작은 초콜릿 하나 같은 누군가의 마음 한 자락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그리려 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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