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영석PD 없는 ‘1박2일’2의 딜레마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KBS ‘1박2일’이 오는 2월말로 끝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즌2의 새로운 멤버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출연료 협상이 끝난 상태가 아니기에 시즌2 출연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멤버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새 멤버에 대해 논하지는 않겠다.
 
오히려 나의 관심은 시즌2를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이냐다. 물론 새 멤버 구성이 어떻게 되는가와 담당 PD에 따라 콘텐츠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 이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햇수로 6년을 주말 저녁마다 함께 했던 예능물인지라 꽤 깊은 감정이입이 된 상태여서 시즌2로라도 ‘1박2일’이 지속되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새롭게 섭외 가능한 멤버들로 팀을 구성해 시즌2를 끌고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제작진은 멤버 충원 문제 외에도, 시즌1과 시즌2가 확실히 분리돼 시즌1과 차별화된 시즌2를 끌고 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사실 강호동의 갑작스런 하차로 이 없으면 잇몸으로 특집 비슷하게 끌고 오면서 ‘1박2일’이 이전과는 꽤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멤버들의 캐릭터가 자연스레 드러나는 분위기에서 기획의 힘이 크게 부각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이미 시즌2로 사실상 진입하고 있었다.

5일장 투어편, 유홍준 교수와 함께 7대 보물을 찾아나섰던 경주 남산편, 김치로드, 가창오리군무 등을 찍는 출사특집 찰나의 여행, 신년특집 ‘친구야 우리함께 가자’편 등은 과거 했던 기획물과 유사한 것들도 있지만 새롭게 기획한 내용도 꽤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제작진이 새로 출범시키려는 시즌2에 담길 콘텐츠에 대한 힌트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시즌2로 규정해버리면 여행이라는 시즌1의 기본 컨셉은 유지하되 시즌1과 확실한 차별점도 확보해야한다. 시즌1의 장기적인 엔진이었던 볼불복과 야외취침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부각시키지 않은 지는 제법 됐다. 그러니까 시즌2에서 복불복과 야외취침을 제외할 건지를 논하는 건 별 의미가 없게 됐다.
 
또 기존 멤버들 중 시즌2에 합류하는 멤버도 몇 명 있다면 이건 시즌2라기 보다는 시즌1의 멤버교체이고, 기껏해야 ‘시즌1.5’로밖에 봐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굳이 ‘1박2일’ 시즌2라고 문패를 단다고 해서 유리한 정황이 전개되지 않고 오히려 힘들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1박2일’ 시즌1과는 다른 새로움이 있으면서 재미있고, 의미도 발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가며 차별화되지도 않는 시즌2를 출범시키느니 ‘1박2일’을 유지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당초 ‘1박2일’을 오는 2월까지만 하기로 한 것은 강호동이 세금논란 전 하차 문제가 불거지자 제작진이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강호동 없는 ‘1박2일’을 끌고나가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었지만 그 상황이라는 변수가 바뀌어 ‘1박2일’을 종료시켜야 하는 당위를 찾기 힘들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2이건 시즌1.5이건 3월부터 새롭게 출발할 ‘1박2일’에 담길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 바뀌는 멤버 못지 않게 담당PD도 바뀌기 때문이다. ‘1박2일’에는 나영석PD가 그리는 여행 그림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나 PD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휴일이면 집안에 틀어박혀 이리저리 뒹구는 걸 즐긴다. ‘1박2일’은 여행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그리는 여행 버라이어티다.
 
그는 고교시절 제주도로 간 수학여행이 아무런 재미가 없었지만 밤에 숙소를 이탈해 다른 숙소에 머물던 여학생들을 만났던 일탈의 기억과 대학교 때 친구와 학교 앞에서 술을 먹다 밤기차로 경포대로 가 모래사장에 누워 잠을 자다 돌아온 기억, 이 두 가지로 여행을 추억한다.

그래서 나 PD에게는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어디를 둘러보는지 보다는 어떻게, 왜, 누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 무엇을 느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수학여행지였던 제주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린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던 당시 여고생들의 모습과 밤을 새워가며 도착한 동해 바다를 봤을 때 느낀 허탈감이 여행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했다.
 
나 PD가 설악산 지리산이나, 섬에 가면 유독 해돋이를 보러가고, 바닷가에 도착하면 입수를 자주 시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시청자들은 나 PD가 그리는 여행 그림에 많이 빠져있는 상태라 새롭게 그려나갈 최재형 PD의 여행 그림에 금세 적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새롭게 이어나갈 ‘1박2일’도 새롭고, 재미있고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학창시절 정말 재미없는 수학여행을 했던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그럴듯한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짜주는 것도 좋고, 한국의 자연과 한국인의 다양한 모습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한국인의 먹거리를 김치로드 하나로 끝내지 말고 이를 발전시켜, 누들로드 등으로 이어가고, 지역마다 다르다는 회를 뜨는 방식을 알려주고, 관동팔경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현대적 방법 등 디테일로 들어가면 해볼만한 여행이 꽤 있을 것 같다.
 
경쟁력 있는 지역 특산물을 찾아가 멤버들이 과도한 리액션으로 홍보해주는 ‘착한 PPL’은 시즌1에 이어 또 한다해도 분위기만 새롭고 재미있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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