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선 ‘슈가맨’ 양준일, 지금이라면 지디가 됐을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양준일에 대한 관심의 불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991년 <리베카>를 발표하고 활동했던 가수 양준일이 근 30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오랜 기간 은거하다가 지난 6일 JTBC <투 유 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3>)를 통해 방송에 등장하면서 시대를 앞서갔던 그의 많은 것들이 주목받고 있다.

불씨는 유튜브에서 넘어왔다. 활동기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10, 20대들이 빅뱅 지디 닮은 꼴에, 지디 못지않은 패션 센스라며 ‘탑골 GD’로 부르고 유튜브에 올라온 당시 방송 활동 영상으로 몰려들면서 재발견이 시작됐다.

특히 <슈가맨3>를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드러나면서 관심은 더욱 폭발하게 됐다.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당시 시대와 불화한 ‘비운의 천재’라는 점과, 결국은 연예계를 떠나 한국에서 영어 강사, 이후 미국에서 식당 종업원 생활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그의 현재는, <슈가맨3> 무대에서 보여준 여전히 폭발적인 끼, 퍼포먼스와 대비돼 시청자들의 심경을 복잡하게 했다.



콘텐츠와 퍼포먼스로서의 양준일은 분명 시대를 앞서갔다. 2년 뒤 데뷔한 듀스가 한국에 널리 유행시킨 뉴잭스윙 장르를 먼저 음악으로 선보였다. 1990년대초의 토끼춤처럼 보이지만 기본 동작과 간단한 동선만 정하고 필(feel)로 대부분 무대를 채우는 재즈 댄스에 가까운 안무는 한국대중음악 군무의 최종 완성본인 빅뱅의 어쩌면 먼 선조로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스타일링도 숏컷과 펌 헤어, 파격적인 믹스 매치와 액세서리 패션 등 지금 아이돌이 채택해도 자연스러울 만한 파격을 선보였다. 비주얼마저도 2000년대 들어 유행한 ‘꽃미남’과라 당시에는 여성스럽다며 비호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을 만큼 시대를 건너뛰었다.

당시 최신 트렌드인 미국 출신 해외파라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포 출신 또는 어린 시절 해외 거주로 외국물을 먹은 가수들이 당시 늘어가는 추세였지만 양준일만큼 튀는 경우는 특별히 많지 않았다. 양준일 자체가 시대를 앞서는 감각을 갖추고 있었다고 봐야 맞을 듯하다.

양준일의 한국과의 불화는 방송국이 공식화했다. 말을 할 때 영어를 너무 많이 섞어 쓴다고 방송 출연 금지를 당했다. 이런 방송국의 결정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연을 하면 돌을 던지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미움도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마저도 ‘한국에서 나가게 만들겠다’고 반감을 표시했다고 했다.



양준일이 불법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한 일은 없어 보인다. 영어를 섞어 말한다고 퇴출돼야 할 일인지는 아무리 1990년대라고 해도 납득하기 쉽지 않다. 그보다는 보수적인 한국 정서와, 다름을 못 받아들이고 틀림으로 규정하는 당시 일반적인 가치관의 결과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할 듯싶다.

물론 대중이 연예인을 안 좋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싫어하면 그 연예인에게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준일이 자신의 전 곡을 작사하게 된 상황에 대해 ‘아무도 함께 작업하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토로한 것은 부정적인 시선들이 모여 그의 일과 삶에 타격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시대를 앞서간 양준일이 지금 데뷔하면 지디가 됐을까. 지디만큼일 지는 몰라도 당대보다는 훨씬 주목을 받았을 듯싶다.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은 지금도 트렌디해 보일 만큼 매력적이다. 실제로 유튜브를 통해 무대 의상을 본 현재의 10, 20대들은 양준일을 스타일리쉬하다고 평하고 있다.



사실 양준일은 <리베카>만 작곡자가 따로 있지 많은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음악적으로도 요즘 더 중시되는 창작 능력을 갖춰 과거보다 더 높게 평가받았을 것이다. 시대를 앞섰던 양준일이 지금 데뷔한다면 적어도 콘텐츠와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1990년대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다름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주관적으로 처벌해도 된다며 공격하는 악플러들은 지금도 대중문화 분야에서 적지 않은 수가 활동 중이다. <슈가맨3>에서 보면 양준일은 타고난 아티스트이고 자아가 강해 보인다. 남들이 원하는 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대중과 만날 스타일이다.

양준일이 지금 데뷔한다고 해서 자신의 세계를 존중받고 1990년대보다는 평화롭게 자신의 음악 작업과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쉽지 않다. 악플 문화는 여전하고 다름을 존중받지 못하는 스타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살아서도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은 2019년에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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