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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이효리, 시대를 관통한 ‘1인자’의 압도적 존재감
기사입력 :[ 2019-12-13 13:47 ]


[TV삼분지계 어워드 2019] ① 올해의 예능
‘유퀴즈’의 공감, ‘캠핑클럽’의 희망, ‘놀면 뭐하니?’의 연결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자, 미디어 시장의 격변기였던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TV삼분지계]는 올해도 3주에 걸쳐 유달리 뜨거웠던 한 해를 정리하는 [TV삼분지계 어워드]를 진행한다. 세 평론가가 세 장르에서 각각 한 편씩 고른 작품들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2019년의 기억과 성취를 되짚어보는 시간 되시기를 바란다.

첫 주 시상 부문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예능 부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1인자’의 존재감이다. MBC <무한도전> 종영 이후 잠시 주춤하나 했던 유재석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JTBC <효리네 민박>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던 이효리는 2019년 완전체 핑클로 여행길에 오른 JTBC <캠핑클럽>을 선보이며 동시대 가장 진솔한 커뮤니케이터 중 한 명임을 과시했다. 2000년대에도 1인자의 자리를 유지했던 이 둘은, 2010년대가 마무리되는 2019년에도 여전히 1인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1인자들은 예능을 통해 어떤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하고 있을까? 정석희 평론가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제작진이 돌발 상황 안에서 꾸준히 공감의 드라마를 건져 올리며 회를 거듭할수록 진일보하고 있다는 점을 칭찬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캠핑클럽>이 동시대 여성들이 저마다의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무사히 살아남아 나이 먹어갈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한다고 평가했고, 김선영 평론가는 <놀면 뭐하니?>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통해 미디어의 본질이 커뮤니케이션에 있음을 상기시킨다고 상찬했다. 다음은 올해의 예능 부문 수상자들과 심사평이다.



◆ <유 퀴즈 온 더 블럭> - 매 회 우연에서 건져 올리는 공감의 드라마

<유 퀴즈 온더 블럭> 38회. ‘문해학교’ 학생 서태종 님이 글자 블록으로 ‘박·묘·순’, 아내 이름 석 자를 만드셨다.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자 아내를 향한 수줍은 고백이다. 짐작컨대 한글을 깨우치고 난 후 수 없이 써보셨을 게다. 누군가의 이름을 한자 한자 적는 일, 누가 마음에 들어왔을 때 흔히 하는 일이 아닌가. 내 짝꿍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내 이름이라니. 이보다 가슴 벅찬 일이 어디 있겠나. 드라마 한편이 따로 없다. 이렇게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매회 드라마를 쓴다. 대본이 아닌 우연이 만들어내는 드라마. 그리고 이 드라마 주인공은 잘나가는 스타가 아닌 ‘우리’다.



김민석 PD가 과거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에 몸담으며 우연이 만들어내는, 돌발 상황이 가져오는 뜻밖의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이런 경우 예능 신이 강림했다고들 하는데, 예능 양대 산맥 <1박 2일>과 MBC <무한도전>이 여행이며 남자들만의 예능, 극한 예능의 범람 등 우리나라 예능 판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 한둘이 아니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도 있다.



하도 <유 퀴즈 온 더 블럭> 칭찬을 입에 달고 사니 어떤 분이 ‘장점 한 가지만 꼽아 보라’ 했다. 이건 뭐 엄마 아빠 중 고르라는 것과 같다. 굳이 꼽자면 고인 물이 아니라는 점. 많은 박수를 받고 있음에도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고쳐 나간다. 거리에서 만난 ‘자기’들과의 인터뷰 시간을 늘려 공감도를 높인 것도 초기와 달라진 부분이고 시의 적절히 던지는 화두와 공들인 CG 작업, 자기백 속의 기상천외한 선물들도 진일보하지 않았나. 46화의 해녀 자기님들. 얼렁뚱땅 날치기식 진행으로 두 분 모두 백만 원을 타셨지만 어느 누구도 공정성을 거론할 생각을 않는다. 진행자는 물론 제작진도 시청자도 한 마음 한 뜻이었으니까. 공감, 이 시대에 이보다 필요한 게 어디 있으리.

정석희 방송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캠핑클럽> - 무사히 살아남아 나이 먹는 내일에 대한 희망

한 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이 모여 앉아 좋았던 과거를 회상한다는 내용의 콘텐츠는, 픽션과 논픽션을 불문하고 2010년대를 휩쓸었던 킬러 콘텐츠였다. 멀게는 영화 <써니>(2011)부터 tvN <응답하라 1997>(2012)로 시작한 <응답하라> 시리즈, MBC <무한도전> ‘토토가2-젝스키스’(2016)와 ‘토토가3-H.O.T.’(2018)를 거쳐 god 멤버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 JTBC <같이 걸을까>(2018)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허리로 부상한 1970-80년대생들이 자신들의 젊은 날을 되돌아보는 내용의 콘텐츠들로 가득했던 2010년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핑클 멤버들의 재회를 그린 <캠핑클럽>이었다.

<캠핑클럽>은 앞서 예로 든 프로그램들 사이에서도 다소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토토가’ 시리즈와 <같이 걸을까>가 1세대 보이그룹들을 조망하는 동안, <캠핑클럽>은 1세대 걸그룹의 ‘걸그룹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 주가 됐다면, 핑클이 기억하는 활동 당시의 기억들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멤버들은 여성이자 아이돌로서 대중의 가혹한 시선과 평가 앞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과거를 덤덤한 말투로 회고한다. 연기력 부족으로 받은 혹평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세웠던 이진과 성유리, 늘 노력한 것에 비해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옥주현, 당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끊임없이 소모되었던 삶에 지쳐 제주로 내려간 이효리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캠핑클럽>은 단순히 좋았던 과거를 회고하는 과거지향적 콘텐츠를 넘어섰다.



<캠핑클럽>은 핑클과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건네는 화해와 위로의 손길이자, 지금 이 순간 비슷한 자책과 고민에 빠져 있을 수많은 젊은 여성들을 향해 ‘당신들도 무사히 나이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여성이자 아이돌이라는 두 가지 조건 안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다가 세상을 떠난 설리와 구하라의 빈자리를 생각하면 <캠핑클럽>의 가치는 더 절실해진다. 우리에게는 여성이 세상의 고난을 헤치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 <캠핑클럽>과 같은 프로그램이 아직 더 많이 필요하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놀면 뭐하니?> - 연결을 통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본질을 환기하다

유재석에게 건넨 한 대의 카메라가, 유희열의 표현에 따르면 “역사상 최대의 컬래버”로 나아가기까지, <놀면 뭐하니?>가 방영을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보여준 진화는 정말이지 놀랍다. 이 무정형의 프로그램이 보여줄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방영 초의 기대감을 지나고, 그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점점 더 커질 즈음, <놀면 뭐하니?>가 발을 멈춘 곳은 뮤지션들의 작업실이었다.

“원래 이런 걸 하자고 하면 안 할 사람들”이라던 이적의 말대로,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뮤지션들이 하나둘 음악 릴레이에 빠져들면서 경이로운 화음을 만들어가는 ‘유플래쉬 프로젝트’는 <놀면 뭐하니?>의 지향점을 비로소 뚜렷이 각인시킨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릴레이 카메라’로 ‘미디어’의 본질 그 자체를 은유했던 프로그램이, 그 연결고리에 카메라를 더 밀착하면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한껏 확장하는 순간이었다.



유플래쉬’와 동시에 진행되던 ‘뽕포유’ 프로젝트 역시 연결과 협업의 이야기다.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 데뷔 프로젝트라는 미션 아래, 시청자들이 만난 이야기는 트로트라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사연이다. 가수뿐 아니라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뮤직비디오 제작자, 안무가, 연주자, 매니저 등 기존에 조명되지 않았던 음악 너머의 사람들 이야기가 릴레이로 하나하나 펼쳐진다.

하나의 세계는 그처럼 사람과 사람들의 연결로 이루어진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점점 잊혀 가는 시대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개해야 하는 방송부터가 스타들의 사생활 같은 개인사나 소위 ‘패거리 문화’에만 천착하고 있는 탓도 크다. <놀면 뭐하니?>는 이 단절의 시대에, 사회적 관계를 통해 미디어의 역할과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새삼 환기시킨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영상·사진=tvN, JTBC,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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