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의 다양한 관전 포인트, 키는 남궁민에게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야구가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첫 방송을 통해 보면 야구를 몰라도 충분히 몰입감을 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만년 꼴찌팀인 드림즈에 백승수(남궁민)라는 새로운 단장이 들어와 팀을 개혁해가는 이야기다. 물론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꼴찌를 면하는 것만도 커다른 성취로 돌아올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개혁’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감독 윤성복(이얼)은 어딘지 팀 내에서 힘이 없는 느낌이다. 코치진이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으르렁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이들을 중재할 힘이 없다. 대신 그 감독 자리를 노리는 두 파벌의 수장들인, 수석코치 이철민(김민상)과 투수코치 최용구(손광업)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다가 선수들 간에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숨어있다. 팀내 에이스인 임동규(조한선)는 드림즈의 노장투수인 장진우(홍기준)를 앞에서 챙기는 척 하며 사실은 무시한다. 새롭게 부임한 백승수 단장에게 임동규는 선수들을 소개하겠다며 은근히 장진우를 깎아내린다. 늘 꼴찌를 해오며 익숙해진 패배의식과 팀내 코치진의 파벌싸움, 온전히 힘이 주어지지 않은 감독에 선수들 간의 미묘한 알력까지 드림즈의 앞에 놓인 길은 가시밭길이다.



야구단장은 처음으로 해보는 백승수를 코치들조차 우습게보지만, 핸드볼이나 다른 경기에서 단장을 맡아 우승을 했었다는 사실은 그가 결코 만만찮은 인물이라는 걸 말해준다. 그는 같은 날 나눠진 파벌로 다른 장소에서 약속을 한 양쪽 코치진들을 만나면서 그 파벌문제를 곧바로 건드린다. 파벌 싸움은 하라는 것. 대신 정치가 아닌 야구로 하라는 것.

또한 이제 모두가 그만 떠날 것으로 여겼던 감독을 3년 간 유임시킨다. 그리고 팀내 에이스인 임동규를 트레이드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한다. 사실상 그를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백승수의 이런 조치는 그가 팀 개혁을 위해 어디부터 메스를 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팀의 부진이 단지 선수들의 실력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개혁의 칼은 팀 내의 불화와 갈등을 제거하거나 혹은 바람직한 동력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만찮은 반발로 이어질 거라는 걸 임동규는 보여준다. 그 해의 팀내 MVP로 뽑히지만 그는 백승수의 차를 야구방망이로 부순 후 그 트로피와 상금을 던져 놓는다. 끝까지 드림즈에 남아 은퇴하겠다는 선언까지 한다. 공개적으로 백승수의 조치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갖고 있다. 먼저 야구라는 소재가 주는 흥미로움이 있다. 지금껏 드라마가 많이 다루지 않았던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구를 다루면서도 그 뒤편에서 이들을 받쳐주는 프런트들의 전쟁 같은 직장 내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오피스물로서의 기대감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는 꼴찌팀인 드림즈가 백승수를 통해 어떤 변화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큰 기대감이다.

이 다양한 관전 포인트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주인공 백승수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남궁민이다. 특히 팽팽한 대결구도를 잘 만들어내고 이끌어가며 때론 달달하고 때론 섬뜩하며 때론 코믹하기도 한 남궁민은 과연 <스토브리그>의 이런 다채로운 기대감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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