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3’,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들이 주는 위안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 태사자, 최연제에 이어 양준일, 이소은 그리고 애즈원, A.R.T까지, JTBC <슈가맨3>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우리 가요가 참 다채로웠구나. 시대를 훌쩍 앞서간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장르적으로도 또 음악적 실험성에 있어서도 과거의 가요계가 훨씬 열려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준일이나 애즈원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지금 세대들에게도 트렌디한 느낌마저 준다. 지금 발매해도 성공한다는 10대들의 의견이 절대적일 정도로.

지난 주 양준일의 등장이 만든 놀라운 풍경은 거의 한 주간 그 이름을 올릴 정도로 뜨거웠다. 그건 지금 현재 시즌3를 맞은 <슈가맨3>가 이전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위치에 서 있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그건 다름 아닌 ‘온라인 탑골공원’의 여파다. 뉴트로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젊은 세대들에게 힙한 문화로 자리하면서 1990년대 가요를 다시 들으며 열광하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다.



<슈가맨3>는 그래서 마치 ‘온라인 탑골공원’의 TV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과연 누가 무대에 다시 등장할 것인가를 궁금해 하고, 마침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발견해낸 자신들만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나올 때 열광한다. 첫 회에 태사자가 그 주인공이었다면 2회에 양준일은 신드롬급 열광을 만들었고, 3회에는 애즈원이 특유의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귀를 매료시켰다.

최근 들어 K팝 하면 어떤 하나의 틀이 떠오르게 되었지만, <슈가맨3>가 소환해낸 가수들의 음악들을 들어보면 저마다 색깔과 개성이 뚜렷하다. 애즈원처럼 재즈의 감성에 조곤조곤 노래해도 절절하게 들려오는 음악적 색깔이 있다면, A.R.T처럼 댄스에 랩과 R&B가 섞인 기묘한 조합의 음악들도 존재한다. 물론 양준일처럼 너무 시대를 앞서가 당대에는 심지어 핍박받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 재조명되는 음악도 있으며, 이소은처럼 동요 같은 맑은 음색의 가창으로 오히려 절절하게 마음이 전해지는 음악도 있다.



놀라운 건 이들이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통해 전해주는 만만찮은 위로다. 많은 이들이 세월이 지나 가수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태사자가 특히 화제가 됐던 건 택배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그런 생업에 아무런 귀천이 없다고 말한 부분이다. 양준일에 경외감마저 느껴진 건 그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을 위한 삶을 가장 중요한 삶의 계획으로 얘기한 부분이다. 또 애즈원의 크리스탈은 과거 매니저와 결혼해 미국에서 부동산중개를 생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편 이소은 같은 경우는 음악의 길만이 아니라 변호사의 길을 새로이 선택해 삶을 보다 다양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슈가맨3>가 전해주는 한 때 그토록 모든 이들을 열광시켰던 아티스트들이(물론 현재 인기가 다시 소환되었지만) 지금은 생업을 하며 거기에서도 어떤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건 뭘 말해주는 걸까. 손에 닿지 않은 인기를 누린 스타들도 모두 똑같이 저마다의 생업을 하며 살아가고 그것 또한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걸 말해준다. 이른바 뜨지 못하면(성공하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은 그런 불안감을 이들 소환된 슈가맨들은 그 존재자체로 무화시키는 힘이 있다.



현재 우리의 가요계는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는 아티스트들이 넘쳐나지만, 보여지는 이들은 아이돌에 거의 국한되어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K팝 하면 아이돌 음악만 자꾸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게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놀라운 음악적 시도와 실험들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은 어쩌면 미래 어느 시점에 슈가맨으로서 소환될 수도 있는 일이니. 그건 또한 현재를 어렵게 버텨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슈가맨3>를 보며 열광하고 때론 위로를 받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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