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손예진 코믹멜로 ‘사랑의 불시착’, 남북의 벽도 넘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재벌 상속녀가 갑자기 돌풍을 만나 북한으로 날아갔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오즈로 날아가는 그 판타지를 패러디한다. 이미 티저 예고에서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낙하산이 불시착해 나무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윤세리(손예진) 앞에 북한군 대위 리정혁(현빈)이 나타나 벌이는 밀당 대화는 이 작품이 남북으로 갈라진 남녀가 만나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분명히 한다.

그리고 연달아 다소 황당하지만 코미디적인 사건들이 벌어진다. 마침 지뢰를 밟은 리정혁을 두고 혼자 도망치는 윤세리는 북한군들이 자신을 뒤쫓자 더 빨리 도망친다. 그 방향이 남측이 아니라 북측이라는 것도 모른 채. 그래서 운 좋게도 겁나게 빨리 지뢰밭을 통과하고 뒤쫓는 북한군들을 어쩌다 보니 보기 좋게 따돌린다. 마치 북파공작원이나 된 것처럼 빠르게 북한으로 침투하는 윤세리의 상황은 한 마디로 코미디다. 어제의 남한의 명품 좋아하고 속세의 욕망 가득한 윤세리가 하루아침에 북파공작원처럼 북측 경계를 뛰어넘어 침투(?)해 들어가는 상황이 주는 웃음.



그가 도달한 북한의 작은 마을에서도 윤세리의 이런 코미디는 계속 된다. 리정혁의 집에 머물면서 그를 찾아온 부대원들이 저도 모르게 떠들어댄 약점들을 꼭 쥐고 윤세리는 그들을 겁박한다.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신 표치수(양경원)나 <천국의 계단>을 보다 경계를 넘어가는 윤세리는 놓친 김주먹(유수빈) 등등. 윤세리는 자신이 북한에 들어와 있다는 게 드러날 경우 리정혁과 그 부대원들 역시 모두 곤혹에 처할 거라는 걸 영악하게도 이용한다.

사실 현실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이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애초 돌풍을 만나 도로시처럼 북에 떨어진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인 코미디다. 그러니 그 장르적 기조 위에서 윤세리와 리정혁 사이에 밀고 당기는 로맨틱 코미디가 이어지고, 부대원들과 윤세리가 벌이는 상황들은 마치 <개그콘서트>의 북한 소재 개그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여기에 이들을 위협하는 조철강(오만석) 인민무력부 보위국 소속 소좌가 등장해 극적 갈등을 만든다. 그는 리정혁의 사망한 형과 이미 악연을 가진 듯한 인물로 리정혁이 북한 총정치국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빨을 드러낸다. 북한 총정치국장의 아들인 리정혁은 이빨을 드러내며 윤세리의 존재를 파헤치려는 조철강과 대립각을 세우고, 급기야 윤세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약혼녀라고 말해버린다.

만일 코미디가 아니라 정극이라고 한다면 <사랑의 불시착>은 개연성에 있어 많은 문제들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현실보다는 판타지가 뒤섞인 웃음에 초점이 맞춰진 코미디다. 거기에는 리정혁과 윤세리의 이미 예정되어 있는 남북의 벽을 넘어가는 로맨스도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사랑의 불시착>은 그래서 현실성이나 개연성의 관점으로 보면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시시때때로 계속 만들어지는 상황 속에서의 로맨틱 코미디의 밀도에 빠져 보면 그 티격태격하는 관계에서 나오는 웃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안타까운 건 북한 소재의 콘텐츠들이 시국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한때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JSA>가 모두 망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대성공을 거뒀던 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4월에만 해도 남북화해무드가 무르익었었지만 올해 들어 최근까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남북 간의 긴장 국면은 이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과연 <사랑의 불시착>의 달달한 로맨스와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상황 코미디는 이런 벽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개연성과 현실성의 벽이 그 첫 번째이고, 남북 간의 현실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벽이 그 두 번째다. 물론 현빈과 손예진의 케미는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분명하지만 남은 숙제들 역시 만만찮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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