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쿡방 트렌드를 담은 ‘편스토랑’의 빛과 그림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가장 치열한 예능 격전지는 금요일과 일요일 저녁 9~10시대다. 특히 tvN <신서유기>를 필두로 다채로운 예능이 펼쳐지는 금요일 저녁에는 새로운 예능들이 대거 포진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0월에 시작해 그 험한 격전의 현장에서 식욕 자극을 통해 자신만의 입지를 확보한 KBS <편스토랑>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예능 트렌드인 일상성을 바탕으로 ‘꼬꼬면’의 아버지 이경규를 내세운 연예인 쿡방과 <전참시>의 이영자를 위시한 먹방이 결합한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구석이 있는 쇼가 펼쳐진다.

<편스토랑>은 기본적으로 쿡방이다. 선정된 주재료에 맞게 이경규, 정일우, 진세연, 이영자, 김나영, 돈스파이크, 이정현 등의 연예인들이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 요리대결을 펼친다. 이원일, 최현석, 이연복 등 쿡방 전성기를 이끈 스타 셰프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평가단 4명이 꼽은 메뉴는 방송 다음날부터 전국의 CU편의점을 통해 판매된다.



그런데 주재료 선정은 단순히 음식 솜씨를 보기 위함이 아니다. 7회까지는 우리밀과 우리쌀 소비 촉진을 위해, 8회부터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이후 어려움을 겪는 우리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함이라는 당위를 내건다. 그리고 1위로 선정된 메뉴는 방송 다음날 바로 전국의 CU 편의점에 출시되어 시청자들이 누구나 직접 그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편스토랑>만의 재미다.

실제로 첫 메뉴로 개발된 이경규의 마장면은 출시 날 당일 5만 개가 나가며 간편 식품 역대 최다 하루 판매량을 기록하고 출시 10일 만에 5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2번째 출시 상품인 돈 스파이크의 고기파이 역시 짧은 유통기한 탓에 일일 판매량이 제한된 여파 등으로 품절대란이 일어났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TV 속 요리와 맛을 단순히 눈으로 보고 리액션과 표현을 통해 상상만 하던 과거와 달리, 실제로 바로 다음날 맛볼 수 있다는 확장된 시청 경험의 기회가 마련됐다. 시청자가 적극적인 소비자로 이어지는 덕에 해당 식재료 소비 촉진을 이끌어냈으니 기획의도 측면에서도 성공적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쿡방의 진화 양태다. <골목식당>부터 최근 <맛남의 광장>까지 선한 영향력을 내세운 백종원의 콘텐츠나 편의점 상품개발로 우리 농가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편스토랑> 모두 쿡방을 하는 당위를 내걸고 시청자들의 일상 속으로 훨씬 친절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골목식당>만 해도 해당 식당을 찾아가 줄을 서야 하지만, 이제 이마트 쓱배송이나 집 앞 편의점에서 소비로 시청 후일담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1인 경제 시대의 첨병인 편의점을 토대로 현실과 방송의 접점을 마련해서, 방송 다음날 방송에서 나온 음식을 직접 혼자서도 먹어볼 수 있다니 방송이 우리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온 셈이다.



이런 진화가 가능한 것은 쿡방과 먹방 자체가 일상 콘텐츠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먹방은 단순히 먹는 것의 대리만족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보편적 공감의 공유이며, 큐레이션이다. 2015년 쿡방의 유행은 음식을 해먹는 행위가 살림이 아닌 문화이자 유희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뤄냈다. 이제 TV를 통해서 요리에 흥미를 느끼고 쉽게 배우며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경우다. <편스토랑>은 여기서 더 나아가 쿡방의 음식 맛을 시청자들이 누구든 맛볼 수 있게 만들었다. 방송에 나온 음식을 다음날 집 앞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다니, 쿡방과 먹방의 경험을 한 차원 더 넓힌 셈이다.

다만, <편스토랑>은 너무 많은 익숙한 요소들이 양념으로 올라가 이 재미진 구석을 제외하면 다소 번잡스럽다. 요리 영감을 위한 먹방과 요리 연구를 위한 쿡방과 호들갑스런 리액션과 이정현의 신혼집과 신혼생활을 들여다보는 <아내의 맛>을 보는 듯한 일상 관찰, 메뉴개발의 영감을 얻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넘어가서 음식을 맛보는 여행 예능의 요소 등등을 서바이벌쇼라는 틀 속에 모아두다 보니 너무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집중도와 긴장감이 떨어진다. 요리대결이란 콘셉트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다.



쿡방이긴 하지만 애초에 보고 따라하는 것보다 상품 출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인지 요리에 흥미를 붙이거나 알려주는 친절함도 떨어진다. 선택과 집중의 영역이긴 하지만, 획기적인 설정만큼이나 요리에 대한 고민과 개발 과정이나 편의점 문화와 접점을 마련하는 등 확실한 방향성이 있었다면 훨씬 공감의 요소를 넓게 만들어 화제성을 키울 수 있을 텐데, 출연 연예인의 숨겨진 요리 솜씨를 전시하고, 캐스팅에 기대하고, 다양한 VCR화면을 만드는 데 신경 쓰는 등등의 익숙한 예능 볼거리들이 신선한 설정을 따라오지 못한다. 다소 잠잠해졌던 쿡방의 새 트렌드를 잘 담아내고 있는 기획인 만큼 쿡방의 본질인 일상 콘텐츠로서의 재미가 더욱 강화되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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