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주말 예능 편성 전략, 우려 씻고 성공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KBS의 주말 예능 편성 전략은 통했던 걸까. 다시 돌아온 <1박2일4>은 첫 회에 15.7%, 2회에 15.1%를 기록함으로써 주말 시간대에 곧바로 안착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전체 예능을 통틀어서도 역시 <1박2일>은 왕좌에 앉았다.

<1박2일4>가 먹힌 건 주말 저녁시간대에 틀어놓기 딱 좋은 부담 없는 프로그램의 특성이 있어서다. 여행이라는 소재가 그렇고, 복불복 게임 같은 단순하지만 파괴력 있는 요소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다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대목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애초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만, 역시 본방 시청률이 살아있는 주말 저녁시간대에는 <1박2일>만한 소재가 없다는 걸 시즌4는 입증했다.



애초 큰 걱정을 했던 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일요일 저녁에서 밤 9시 15분으로 시간대를 옮기게 된 상황이다. 이건 분명히 그간 주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해온 SBS <미운 우리 새끼>를 겨냥한 포석이지만 과연 먹힐까 싶었다. 하지만 2주 간의 흐름을 보면 이러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간 이동은 성공적이라고 보인다. 옮긴 후 11.7%로 다소 시청률이 빠졌지만 이번 주에는 12%로 올라섰다.

반면 SBS <미운 우리 새끼>는 19.1%까지 나갔던 시청률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같은 시간대로 들어오면서 15.1%로 떨어졌고, 여기에 김건모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번 주에는 14.3%까지 빠져버렸다.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한 면도 있지만 KBS의 공격적인 주말 예능 편성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5시부터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9%에서 1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KBS로서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최근 들어 본방 시청률은 시청자들의 달라진 시청패턴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보루처럼 남아있는 시간대가 주말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 편성에 있어서도 지상파가 전통적으로 주력해온 주중 시간대를 벗어나 이제는 주말 시간대로 격전지를 옮기고 있는 건 이런 시청패턴의 변화 때문이다. 주중보다는 주말이 그나마 본방 시청자들이 남아 있다는 것.

금요일은 그래서 과거 지상파들이 버리던(?) 시간대였지만 이제는 최고의 프로그램 격전지가 됐다. SBS가 금토에 드라마를 편성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고, tvN은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 시간대를 장악해왔다. 여기에 JTBC는 음악 프로그램을 연달아 편성함으로써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편하게 불금을 즐기는 시간대로 만들었다. 앞으로는 SBS 이외의 타 지상파들도 금토에 드라마를 편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건 이런 시청패턴의 변화 때문이다.



KBS는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통해 주말 시간대에 고정적인 시청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전통적으로 KBS가 가진 플랫폼의 장점을 적절한 콘텐츠와 엮어 과감한 편성 변화로 이끌어낸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안정적인 선택들이 언제까지 힘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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