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돈가스집 위해 나선 백종원, 시청자 마음 역시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마도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모범답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당장의 이윤이 아니라 오로지 손님에게 최고의 돈가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상의 고기만을 남기고 지방 부분은 모조리 도려내 버리고, 자신만의 기름과 정확한 온도에 맞춰 요리하는 사장님. 게다가 찾아왔던 손님을 정확히 기억해내고 정신없는 홀 서빙을 능수능란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최적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국물 내는 것 하나까지 시간을 맞추는 사장님의 아내. 무엇보다 1년 전의 그 마음 그대로 지금도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돈가스를 정성껏 내놓는 그 초심.

이러니 그 돈가스집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전날 밤부터 찾아와 줄을 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세우고도 돈가스를 먹어본 손님들은 “기다릴 만하다”며 행복해했다. 그래서 이 집은 사장님이 돈도 많이 벌고 손님들도 모두 만족하고 또 주변 상권들까지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몰려든 손님들이 문제가 될 줄이야.



대기실까지 돈을 들여 마련해지만 끊임없는 민원 때문에 결국은 대기실을 포기하게 됐고, 예전처럼 손님들이 길거리에서 기다리게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도 또 민원의 이유가 됐고 심지어 손님들에게 오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오자 돈가스집 사장 내외는 이제 그만둬야 할 것 같다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욕먹는 거야 그렇다 쳐도 고생해서 기다리시는 손님들까지 그런 소리를 듣는 건 견딜 수 없었다는 것.

그 정도 줄을 설 정도니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매일 정해진 분량만큼만 돈가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최상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돈가스집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장사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과 손님들에게 감사해 돈은 나중에 벌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돈가스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자고 결정했다는 사장님 내외의 말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결국 제주도로 가기로 결정한 돈가스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얼마나 있냐고 묻자 겨우 갖고 있는 전 재산이 3천만 원이라고 했다. 그간 이 사장님 내외가 어떻게 장사를 해왔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백종원은 그 마음이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자신이 다른 지역에 가서도 하나의 모범사례로서 이 집을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종의 ‘교재 가격’이라며 대놓고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건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저런 집이 잘 돼야 한다는 마음.

마지막 장사는 그래서 시원하기보다는 슬플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온 손님들은 저마다 아쉬운 마음을 전했고 앞으로도 행복하라는 덕담을 남겼다. 제주도로 꼭 찾아가겠다는 손님들도 있었다. 사장님 내외의 늘 손님들을 향해 한결 같았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손님들에게도 전해졌던 모양이다.



결국 마지막 장사를 끝내고 사장님 부부는 눈물을 흘렸다. 떠나도 이렇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 1년 동안 매일 같이 벌어졌던 힘겨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터였다. 그나마 제주도에 새롭게 여는 돈가스집이 지금 같은 문제없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백종원도 시청자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떠나는 사장님 부부의 슬픔만큼 새로 시작하는 제주도에서의 장사가 더 큰 웃음으로 바뀌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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