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2’ 이덕화·이경규 다이나믹 듀오, 노장은 살아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반가운 방송이 돌아왔다. 2017년 9월 ‘낚시 예능’으로 아저씨들의 취미에서 전 국민적인 낚시 열풍을 일으켰던 채널A <도시어부>가 3개월간의 휴식 끝에 지난 19일 시즌2의 서막을 열었다. 스포츠, 애니, 영화, 게임, 예능 등을 오가는 서브컬쳐를 활용한 인터넷 문화로 들끓는 아저씨들의 에너지를 받쳐준 자막도 여전해 반가움을 더했다.

가장 궁금했던 멤버 구성은 원조 멤버 이경규와 이덕화만 고정출연하고 게스트들이 인턴개념으로 합류해 출연자의 풀을 넓히고 유연하게 가져갈 계획인 듯하다. 첫 회 게스트로는 자칭 “낚시로는 지금까지 져본 적 없다”며 연예계 낚시 1인자라고 여러 방송에서 말한 박병은과 피지컬과 천진함이란 측면에서 전성기의 기시감이 드는 줄리엔 강이 승선했다.



그런데 지난 3개월간 달라진 게 있다. 목요일 밤은 시즌1을 시작할 때의 잔잔했던 파도와는 다르다. 시즌1 막판 11시에서 9시 50분으로 시간을 이동해 재미를 봤지만 이젠 동시간대 경쟁자들의 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웃 종편의 <보이스퀸>과 <연애의 맛>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채널의 대표 예능으로 동시간대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다.

시즌1이 비슷한 전개와 볼거리가 반복되면서 익숙해지고, 장도연의 성장이란 회심의 스토리라인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물 간 구도의 고착화됐다. 그 결과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들뜬 기운과 즐거움을 지켜보던 재미가 다소 줄어들었다. 이에 시즌2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볼거리’ 낚시에 나선다. 그동안 <도시어부>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전 세계 낚시의 명소를 찾아 낚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를 내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시즌2의 콘셉트는 해외출조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대항해시대라고 이름을 내건 이유가 또 있다. 단순히 해외에 나가서 낚시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반적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낚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첫 출조지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전세계 어종의 10%인 1600여종의 물고기가 모여 사는 그야말로 거대한 어장이다. 본격 항해를 떠나기 전 몸 풀기로 시작한 첫 회에 대상어종인 레드 엠퍼러(붉은돔)는 못 잡았지만 시즌1에서 등장하지 않은 어종만 16종 낚아 올리며, 이경규의 말을 빌리자면 “초등학생 교육용으로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다. 실제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흥미를 돋울만한 장면들이 여럿 연출됐다.

2화부터 본격적으로 모선을 타고 12시간 거리의 먼 바다로 나가 3박 4일간 배에서 먹고 자면서 원할 때는 낮이고 밤이고 언제든 낚시를 하는 항해를 펼칠 예정이다. 최초로 선보이는 밤낚시도 의미가 있지만 낚시, 쿡방, 먹방이란 <도시어부> 기존 요소에 여행예능이란 볼거리를 얹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해외의 이국적이고 드넓은 바다에서 풍요롭고도 거대한 대물 낚시라는 모험은 <정글의 법칙>을 보며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몰입감과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낚시에 큰 뜻이 없더라도 지켜볼만한 풍광이 로망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물론 해외에서 낚시 모험이라고 하니 지난 4월 <도시어부>에 출연했던 지상렬과 이태곤이 전 세계로 대물낚시를 떠난 4부작 <전설의 빅 피쉬>가 떠오른다. 좋지 못한 반응 탓에 정규방송이 되진 못했는데,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낚시보다 캐릭터 플레이에 있었다. 지상렬과 이태곤이 이끌고 나머지 출연자는 배운다는 설정은 낚시 예능의 참맛을 전하기 어려웠다. 낚시 예능에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티격태격하며 낚시를 한다는 설정을 이길 수 있는 스토리라인은 없음을 보여준 하나의 예다.

<도시어부> 시즌2가 기대되는 이유도, 이국적인 바다 풍광과 기이한 생명체보다도 변함없이 돌아온 이덕화와 이경규 다이나믹 듀오의 노익장 에너지와 낚시 사랑이다. 이덕화는 시즌1이 끝난 후 석 달간 낚시를 즐겼다며 승부욕을 불태우는데 ‘약해진 근력, 강화된 이기심’이라는 자막이 더해지고, 이경규는 두 달 만에 처음 낚시를 해서 어색하다고 너스레를 떠는가하면 온갖 불평불만을 다 드러내다가 “정신나갔나봐 어떡해”라고 안타까워하는 초보 낚시인 줄리엔 강과 계속해서 티격태격하면서 웃음을 만든다. 그럼에도 어복이 있는 이경규와 달리 에이스 역할이지만 가장 조황이 안 좋았던 박병은이 조바심을 내는 모습과 서로 견제하는 관계는 그 자체가 리얼이다.



그들의 경험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볼거리지만,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좋아하는 무언가를 주변인들과 공유해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재미와 즐거움이란 보편성이 있다. 낚시 예능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오래간만에 들려온 <도시어부> PD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밉지 않은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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