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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야구는 몰라도 남궁민이 잘 나가는 이유는 알겠다
기사입력 :[ 2019-12-21 10:57 ]


‘스토브리그’를 끌고 나가는 남궁민의 연기 전략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등장인물이 꽤 많다. 드림즈라는 프로야구 꼴찌팀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프런트의 이야기. 그러니 당연히 프런트의 구단주나 사장은 물론이고 스카웃팀, 운영팀, 전력분석팀, 홍보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드림즈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들까지 더해지고, 상대팀까지 겹쳐지면 인물구성은 굉장히 복잡해진다. 본래 야구라는 경기 자체가 다양한 인물들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것이니 이를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의 인물 구성도 복잡해질 밖에.

게다가 <스토브리그>는 야구라는 특정 스포츠를 한 발 더 들어가 다루는 드라마라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스토브리그>는 애초부터 제작진이 장담했던 대로 야구를 몰라도 충분히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어째서 이렇게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야구라는 특정 스포츠를 다루고 있는데도 이런 편안한 몰입이 가능한 걸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건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는 백승수(남궁민)라는 신임 단장의 역할이다. 백승수는 씨름팀 같은 타 종목의 단장을 여러 차례 지낸 바 있지만 야구는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 드림즈에 들어왔을 때 코치진들은 은근히 그를 얕보기도 했다. 야구를 잘 모르니 자신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백승수는 야구는 잘 몰라도 스포츠팀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효과적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드림즈에 오자마자 팀 내에 이미 존재하는 코치진들 사이의 파벌을 감지하고 이들이 감독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도 간파한다. 백승수는 그들의 파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대신 경쟁을 하려면 야구로 하라고 한다. 정치가 아니라. 그들의 경쟁심을 팀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다.

그리고 곧바로 모두가 신뢰하고 지지하는 드림즈의 상징처럼 되어 있던 프랜차이즈 선수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 시키려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코치진들은 물론이고 모든 프런트들이 반대하지만 그는 임동규를 트레이드시켜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분석을 통해 설명한다. 성적이 가장 좋게 수치로는 나오고 있지만 팀 내 기여도는 낮다는 것. 결국 팀의 승패가 중요한 시점에 성적을 내지 못하는 한계를 데이터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임동규가 가진 상업적 위치 때문에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대안으로 과거 임동규와의 불화 때문에 바이킹스로 이적해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강두기 투수(하도권)를 데려올 거라 말함으로서 뜻을 관철시킨다.



이처럼 <스토브리그>는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인물구성과 낯설 수 있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세계를 백승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움으로써 해결해나간다. 그 역시 야구라는 세계가 낯설지만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스토브리그>가 그리는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새로운 에피소드로 등장한 스카웃팀 고세혁 팀장(이준혁)과 양원섭(윤병희) 중 누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가를 두고 의심하는 상황에서도 그 중심은 백승수가 끌고 간다. 그는 양측 모두를 의심하면서 차분하게 조사에 임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 극을 이끌어가는 백승수를 연기하는 남궁민의 전략이다. 남궁민은 이 인물이 일에 있어서 냉철하고 많은 것들을 데이터와 사실 확인을 통해 처리하는 캐릭터라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작은 단서에 휘둘리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확실한 데이터가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남궁민이 연기하는 백승수의 늘 무감한 표정은 시청자들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도대체 저 인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궁금증을 증폭시킨 채 입을 다물고 감정 표현도 하지 않은 채 있는 사이, 프런트와 코치진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입장과 감정들을 마구 끄집어낸다. 그러니 점점 더 백승수라는 단장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는 이런 복잡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결국 남궁민은 그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그가 그 생각을 풀어내는 그 순간은 의외로 통쾌한 느낌마저 드는 건 그 궁금증이 비등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를 보면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저 백승수라는 인물처럼 연기에 있어서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가 나오는 작품이 잘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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