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정점에서 ‘교란’을 외치다 - 2019년 가요계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2019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 가요계는 한류를 경신해 새 정점을 만들었다. 지난 4월 방탄소년단이 <맵 오브 더 소울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 앨범으로 빌보드200에 지난해에 이어 다시 1위에 오른 데 이어 10월에는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7인조 연합 보이그룹 슈퍼엠의 동명 타이틀 미니 앨범이 같은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빌보드200 1위라는 상징적인 도전 목표에 처음으로 복수의 케이팝 가수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방탄소년단과 슈퍼엠 아래 티어의 아이돌 그룹들도 활동 지역을 넓히고 공연장 규모를 키우고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커버리지를 넓히는 등 케이팝 한류는 순조로운 성장을 이어갔다.



해외에서 한류가 순항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가요계에서는 소란이 잦았다. ‘교란’을 외치는 항의의 외침이 거듭됐고 가요계는 그때마다 논란에 빠져들었다.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혼돈은 지속됐다.

올해 부흥 기회를 맞았다고 평가받는 트로트 분야에서 먼저 ‘교란’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은 송가인을 필두로 한 새로운 트로트 스타들을 탄생시키고 중장년층에게 트로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미스트롯> 출신 가수들의 치솟은 몸값은 기존 트로트 종사자들이 생태계 교란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기존 종사자들은 <미스트롯> 출신 가수들이 트로트 톱스타들보다도 훨씬 높은 몸값을 불러서 받고 있고 이는 결국 행사의 한정된 예산을 감안하면 다른 몇 명의 트로트 가수들 출연을 막는 행위라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사 개런티는 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시장 가격 결정 원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며 <미스트롯> 가수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양측은 <미스트롯> 이후 모처럼 찾아온 트로트 부흥 기회를 잘 키워나가야 한다는 대의에는 이견이 없어 이 논쟁 자체를 더 확대시키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내려놓고 있다.

훨씬 격렬한 대립 양상을 보이며 법적 대응까지 이르고 있는 ‘교란’도 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다. 몇 년 전부터 반복되던 논란이지만 올해는 가수가 직접 다른 가수를 ‘저격’하며 ‘음원 차트 교란’을 외쳐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지난 11월말 블락비의 박경은 SNS에 당시 차트 최상위권 가수 중 일부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상대방은 명예 훼손 등 법적 대응으로 격돌했다. 이어 성시경, 김간지 등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를 제안받은 경험을 고발했고 마미손, 방탄소년단 진, 아이유 등이 노래, 수상소감, SNS 등을 통해 박경과 뜻을 같이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한편으로는 음원 사재기가 아니라 SNS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한 정당한 차트 1위이며 이런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수들의 시비가 억울하다는 반론도 존재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명도인데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오래 유지한 일군의 발라드 가수들에게서 이런 항변이 등장했다.

이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지만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 없는 결론으로 마무리돼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이 음원 수익에 대한 로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순위만 일방적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경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격한 논쟁의 장이 벌어졌지만 2019년의 음원 사재기 차트 교란 논란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인다.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연례행사로 거듭돼 내년 가요계 결산에도 한 자리 차지하게 될 가능성 높은 이 이슈는 문제 제기 측뿐만 아니라 억울함을 주장하는 쪽을 위해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고발당한 측이 교란을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 CJ E&M 케이블음악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투표 결과 조작 사건이다. 피고인 김용범 CP와 안준영 PD는 사실상 시즌1부터 전 시즌 모두 조작이 있었음을 자백한 것으로 공소장은 설명하고 있다.

프로듀스 투표 조작은 가요사에 악명으로 길이 남을 대참사다. 사법부의 최종 판결도 받아봐야겠지만 공정한 선발 과정을 기대했다 기만당한 참가자와 시청자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두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 보상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공정성에 대한 신뢰 회복도 포함된다. 그래서 이 사건은 2020년에도 여전히 핫이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TV조선,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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