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새로운 힘, 백종원의 선한 영향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올해의 예능인을 꼽으라면 역시나 백종원이다. 방송 편수로 보나, 수치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콘텐츠로 보나 별다른 라이벌이 보이지 않는다.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2>, <양식의 양식>을 통해 주전공이자 콘텐츠의 뿌리인 음식 관련해 수준 높은 결과물을 다시 한 번 내놓았으며, 업계 최고의 창작집단이라 할 수 있는 나영석 사단과 연을 맺으며 <커피프렌즈>, <강식당>에도 연이어 함께했다.

텃밭을 다지는 이런 작업과 동시에 그의 콘텐츠는 매년 진화하는 중이다. 작년 이맘때쯤 시작한 역사적인 SBS <골목식당> ‘포방터 시장’편을 기점으로 예능 콘텐츠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서 백종원 콘텐츠는 드라마로 나아갔다. 이 드라마는 가상의 방송용 시공간이 아닌 현실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그 이유는 공정함의 가치가 드높아진 우리 사회에 정직, 성실, 노력의 대가로 성공이 따라온다는 청교도주의적 성공 신화를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백종원 콘텐츠가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종원의 행보에 깃든 진정성 덕분이다. 누군가의 인생에 직접 개입해서 이끌어가고, 현실이란 무대 위에서 시청자겸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을 하는 부담을 기꺼이 짊어진다. 지난 2주간 <골목식당>은 예전 다녀온 골목의 긴급점검에 나섰다. 포방터 전설의 시작이었던 홍탁집을 기습 방문해 1여 년에 걸친 인간개조 프로젝트를 일단락하고, 전설의 화룡정점이었던 ‘연돈’이 포방터를 떠나 제주도에서 백종원과 함께하게 된 사연을 담아 안타까움과 응원의 마음과 공분을 자아냈다. 또한, 도움의 손길에 깃든 따스함을 10개월 만에 잊어버린 거제도 지세포항의 거미새라면에 대한 실망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내면서 ‘선한 영향력’에 따르는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 12월 5일부터 시작한 SBS <맛남의 광장>은 이러한 백종원식 선한 영향력을 보다 극대화한 콘텐츠다. 전국 농어민의 든든한 후원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골목 자영업자 살리기에서 스케일을 키워 지역 특산물 판매 촉진을 목표로 내걸었다. 못난이 감자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번 주 전북 장수에서 한우의 비선호 부위 판매와 태풍 피해로 손해가 극심한 사과 농가 돕기로 이어졌다. 그 돕는 방법은 백종원이 가장 잘하고 익숙한 방식이다. 해당 품목을 주재료로 삼은 레시피를 개발해 출연자들이 휴게소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해 이목을 집중시킨다(혹은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께 연락한다).



어려움을 겪는 1차 산업 종사자들을 돕겠다는 취지를 잡시 뒤로 물리면 사실상 레시피가 있는 쿡방에 장사 코드를 얹은 수준의 익숙한 볼거리다. 양세형, 김희철, 김동준의 요리 실력 향상은 <집밥 백선생> 시리즈와 맞닿은 성장서사고, 휴게소에서 팝업숍을 열어 직접 장사하는 장면은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비롯한 수많은 팝업스토어 예능에서 본 설정이다. 하지만 멘보사과나 사태수육, 한우 샌드위치를 완판한 이번 주 덕유산 휴게소 편만 보더라도 ‘도움을 준다’는 출발선 자체가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당위를 제공한다.

“장사를 통해 삶을 알려준 스승”이란 홍탁집 사장의 말은 백종원의 콘텐츠에 대한 매우 적절한 평가다. 사람들은 백종원이 막막한 현실을 뜯어고쳐나가는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그 감동과 흡입력은 현실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즉각적으로 끼쳤다. 골목에 사람들이 들어차고 유투브로 양파 소비 촉진을 위한 레시피를 올리자 실제로 양파 판매가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지역특산물의 소비 증진이라니 흥미진진한 드라마인데다 그 의도와 취지가 좋다. 이른바 2019년의 백종원 콘텐츠는 요즘 TV에서 유행하는 ‘선한 영향력’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우리사회에 희망을 건네는 드라마로 발전하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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