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대상’, 아직도 예능인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는 대상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연예대상은 1년 동안 열심히 하신 예능인들이 받는 거고, 저는 연예인이 아니다. 대상 줘도 안 받는다.”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에 오른 백종원은 그렇게 말했다. 사실상 상을 사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2019 SBS 연예대상>의 대상감은 당연히 백종원이다. 올 한 해 SBS가 내놓은 예능 프로그램 중 <백종원의 골목식당>만큼 뜨거운 화제를 계속 이어온 프로그램이 있었을까. 게다가 그는 최근부터 목요일마다 <맛남의 광장>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막강한 영향력을 공익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고 있지 않은가.



백종원이 대상감이라는 건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격을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은 그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거나 재미를 주는 정도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바꾸기 시작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은 이처럼 예능이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사실을 백종원을 통해 입증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시대적 의미를 두고 봐도 백종원이 올해 대상의 상징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여겨진다.

하지만 본인이 극구 부인하는 마당에 억지로 주는 것도 예의는 아닐 터. SBS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었을 게다. 그래서 백종원에는 공로상을 주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수여하면서 대상으로 선택한 인물이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은 <런닝맨>을 벌써 9년째 끌어오고 있고, <런닝맨> 역시 그간 주춤하다 최근 들어 조금씩 변모된 양상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재석은 최근 타 방송사에서 활약하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SBS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최근 들어 버라이어티가 점점 예능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트렌드 변화를 짚어내며 그럼에도 지금껏 계속 이어온 <런닝맨>의 제작진과 멤버들에 대한 노고를 언급했고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준 게스트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故 설리와 구하라를 언급하기도 했다. 자신이 탄 대상이지만 그 공을 제작진과 멤버들 그리고 게스트들에게 돌린 것.

“예전에는 즐거운 일 없을까, 기분 좋은 일 없을까, 행복한 일 없을까 생각했다면 요즘은 편안한 하루 일과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편안한 일상을 보내게 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유재석의 이 수상소감은 소박한 일상에 대한 감사를 전한 것이지만, 지금의 예능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버라이어티한 재미가 아니라 리얼하고 소박한 일상에 대한 관찰과 변화가 지금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됐다는 것.



올해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무관이면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김구라였다. 대상 후보에 오른 그는 특유의 솔직한 직설화법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KBS도 시청률이 안 나왔다.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가 많다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 받고 있다. 더 이상 대상 후보 8명 뽑아놓고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1~2시간 때우는 거 하면 안 된다. 3사 본부장 만나서 얘기 좀 하시라.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안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해 <2019 SBS 연예대상>은 백종원의 사양, 유재석의 겸양 그리고 김구라의 일침으로 SBS 예능의 한 해를 정리한 것처럼 보인다. 백종원은 연예대상이 예능인들의 무대라고 사양했지만 과연 지금도 그게 유효한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유재석은 변화하고 있는 예능 트렌드의 변화를 읽어내면서도 함께 노력해온 동료와 게스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뼈아픈 일침이지만 김구라의 솔직한 한 마디는 작금의 지상파 연예대상이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게 만들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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