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연정훈, 톰과 제리 문세윤과 딘딘, 예뽀 김선호와 젊은 피 라비

[엔터미디어=정덕현] 분명 늘 보던 풍경이다. 겨울이니 당연히 ‘혹한기 캠프’이고 장소는 인제이고 여지없는 복불복의 연속이다. 허허벌판에 복불복 게임으로 얻은 재료들로 집을 짓는 모습도 다르지 않다. 배가 한껏 고파진 시간에 저녁식사를 두고 벌이는 복불복까지 KBS <1박2일> 시즌4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전통(?)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그러니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1박2일>은 의외로 몰입하게 만든다. 그건 워낙 여행과 복불복으로 구성되어 있는 <1박2일>의 형식적 구성이 재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지만 휴지기를 가진 효과일 수도 있다(이래서 시즌제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보다 큰 건 새로 구성된 출연자들의 면면이 꽤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연정훈은 드라마에서 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리 게임을 했다 하면 지고 망하는 모습으로 의외의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처음인지라 익숙하지 않은 면도 그대로 드러나는데다 나이가 가장 많은 맏형이라 이렇게 번번이 게임에서 지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짠한 페이소스가 생겨난다. 어쩌면 그 맏형의 자리는 항상 그런 역할이 부여되어 왔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너무 강한 리더보다는 늘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맏형이 훨씬 마음을 잡아끄는 면이 있어서다.

물론 그 역시 게임에 몰입하면서 승부욕을 드러낸다. “에이씨 뭐야”라고 게임에 빠져 감정을 슬쩍 드러내자 김선호가 “형 젠틀하고 신사 그런 느낌 아니었어요?”라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청각테스트 게임에서는 청력이 좋지 않다 하고, 시각테스트 게임에서는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그에게서 여지없이 드러나는 건 ‘연장자’ 캐릭터다.



연정훈이 이렇게 <1박2일> 새 멤버 구성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그 위에서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은 톰과 제리로 늘 으르렁대는 문세윤과 딘딘이다. 애초부터 예상됐던 것이지만 딘딘은 뛰어난 예능감과 게임 능력, 게다가 근성까지 더한 깐족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고 문세윤은 그와 말로 치고받으며 <1박2일>의 웃음 포인트를 귀신같이 찾아 끄집어낸다. 특히 <맛있는 녀석들>에서 보였던 먹방 캐릭터는 <1박2일>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며 이 여정에 빈 구석 없는 웃음을 채워 넣는다.

김선호는 등장부터 ‘예뽀(예능 뽀시래기)’라는 캐릭터로 나와 어딘지 예능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선한 성품’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역시 차츰 <1박2일>의 이겨야 사는 세계에 적응해가며 그만의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승부욕을 드러내면서도 그와는 상반된 특유의 기분 좋은 미소를 선사하며 <1박2일>의 대결 속에서도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마지막으로 라비는 <1박2일>의 젊은 피다. 젊으니 체력도 좋고 승부에서도 빠릿빠릿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세대다운 솔직함과 개성강한 면모가 그의 캐릭터다. 아직까지 확연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래서 앞으로 어떤 엉뚱한 모습이 등장할지 기대가 더 큰 멤버가 아닐 수 없다.

<1박2일> 시즌4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출연자들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만족감과 몰입감을 주고 있다. 그런데 그건 <1박2일>이 시즌을 바꾸고 새로운 멤버를 구성해 돌아왔을 때마다 늘 있었던 일들이다. 중요한 건 캐릭터가 좀 더 확고히 잡히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프로그램이 기획적 요소들을 강화하지 않으면 금세 식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색다른 여행이거나, 그걸 보여주는 방식이 새롭거나, 복불복 콘셉트가 새롭거나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거나 하는 시도들이 준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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